58개 장면이 쇼츠처럼 ‘휙휙’ 무대 위로 옮긴 알고리즘 감옥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첫 연출작
빅데이터에 잠식된 현시대 반영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던 통제, 감시, 폭압의 ‘빅 브라더’는 어쩌면 이미 구식. 지금 사람들은 소셜미디어가 빅데이터 분석에 맞춰 제공하는 익숙하고 편안한 알고리즘의 디스토피아에 갇힌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성추문 영상이 공개되며 대혼란이 일어나고, 탐사보도 기자들이 그 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을 추적한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서울시극단장에 취임한 이준우(41) 단장이 첫 연출작으로 프랑스 원작 연극 ‘빅 마더’를 선택했다. ‘사실’보다 ‘믿고 싶은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 이 연극은 현지에서도 “매혹적인 심리 정치 스릴러”(르피가로)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3년 프랑스 공연계 최고 권위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유성주·조한철(이상 ‘오웬 그린’ 역), 최나라(‘케이트 블랙웰’ 역) 등 출연 배우들과 함께 언론을 만난 이 단장은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갖춘 쉽게 만나기 힘든 희곡”이라고 했다. “빅데이터 시대, 정보와 생각의 조작은 편안하고 익숙한 ‘엄마’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닐까요. ‘빅 마더’는 이 연극 속 거대한 흑막이지만, 전혀 딴 세상 얘기도 아닐 겁니다.”
연극 전반부 과거의 상처, 가족 관계, 미디어 환경 변화 등에 휩쓸리며 모래알이 부딪치듯 서걱이던 기자들은, 시련을 통과하며 진실을 향해 좌충우돌한다. 왕년의 전설적 기자였던 아버지에게 극 중 딸은 말한다. “아빠, 빙하는 녹았고. 정치는 썩었어.” 이 단장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에만 주목하는 스토리텔링의 시대에, 과연 진실이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느냐는 질문”이라고 했다. 연극은 그 질문에 맞서 가능한 답을 찾아 나아가게 될 것이다.

58개 장면이 공연 시간 100분 동안 짧고 빠른 호흡으로 전환되는 구성. 한 장면에 채 2분이 되지 않는다. 이 연극 자체가 소셜미디어 쇼츠 알고리즘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단장은 “캐릭터에 개성이 넘쳐 인물들이 잘 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즐기듯 쉽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 ‘원칙’ 등을 연출하며 주목받았다.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공공예술단체장은 안정적인 자리지만, 젊은 연출가 입장에선 실험적 시도가 쉽지 않고 여러 제약도 분명하다. 그는 “바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을 올리는 데 급급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작품을 오래 고민하며 개발해보고 싶었다”며 “좋은 창작자와 작품을 이어주고 개발하는 역할도 충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
‘빅 마더’ 공연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4만~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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