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강원 고립·은둔청년] 5. 가족의 삶
“ 미래 안 보인다” 던 아들
돌연 문 걸어 잠그고 은둔
심리상담 대기만 3개월
정보 사각지대 놓여 불안 고조
‘혹시 잘못될라…’ 전전긍긍
사회적 낙인 걱정 주변 함구
위기 상황 속 고독한 사투
아들 사회복귀 했지만
남은 가족 우울증·공황장애
자조모임서 찾은 치유의 길
“ 당사자·가족 일상회복 돕는
사회적 소통창구 마련 절실”
고립·은둔은 가족 전체를 혼란으로 몰고 갔다. 자녀가 방문을 걸어 잠그자 다른 가족들의 일상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답답함부터 혹시나 잘 못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오롯이 가족 안에서 감당해야 한다. 18개월 간의 사투 끝에 고립 생활을 끝낸 아들을 둔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강원권역 고립·은둔 청년지원센터에서 A씨를 만났다.

# 문 잠그고,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잠만 잔다. 일주일 후 물을 조금 먹고 한 달 지나니 이온음료와 물만 먹고 잠만 잔다. 살이 너무 빠져서 뼈만 앙상하다. 방에서 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씻고 옷을 갈아 입는다. 전엔 잠옷을 꼭 입고 생활했는데 반팔런닝과 팬티만 입고 누워 있다.
# 2개월 쯤 갑자기 거실로 나와서 자취를 시켜달라고 말을 한다. 집이 불편하다고, 그냥 불편하다고. 통장에 있는 돈으로 나가서 알바를 해서 방 값을 내고 생활한다고 하지만 나는 마땅한 원룸을 구하지 못했고 그냥 그걸로 끝나고 말았다.
# 10개월 지나면서 몸무게가 20㎏는 찐 것 같다.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찌개와 반찬만 먹고 주말마다 여러 종류의 술을 먹는다. 코골이가 심한 날은 술을 마신 날이다. 이 때부터는 방문을 잘 잠그지 않는다. 씻을 때(항상 새벽 3시~4시) 옷장을 열어보니 본인이 배달 시켜 먹고 난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숨겨놨다.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비밀로 해준다. 혼자 있을 때 배달시킨거라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 이제는 자는 시간 보다 깨어있는 시간이 더 많다. 낮에도 깨어 있고 밤에도 깨어있었고 중간중간 4~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는 것 같다. 13개월엔 밥을 3식에서 2식으로 줄이고 간식과 과자도 주지 않았다. 여전히 눈을 피하고 이불을 뒤집어 쓴다. 이틀에 한 번은 씻고 더울 땐 에어컨도 틀고 방에서 땀 냄새는 많이 줄었다. 씻을 때 침구류도 자주 갈아주고 환경이 깨끗해졌다.
# 15개월 새벽 3시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20분만에 돌아왔다. 쓰레기를 버리고 편의점에 갔다온 것 같다. 이불을 방문 앞에 두고 문자로 교체를 부탁했다. 외출 후 돌아와보니 사용한 이불을 잘 개어서 문 앞에 두었다. 여전히 마주치면 고개를 돌린다.
- 은둔 청년을 둔 엄마의 기록 -

■갑작스러운 변화
아들은 갑자기 변했다. 대학에서 학점 평균 4점대로 높은 성적을 자랑하던 아들(24)이 돌연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휴학을 택하라는 엄마 A(52)씨와 부딪힌 것도 이 때부터다.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며 어르고 달래 한 학기 휴학한 뒤 복학을 하는 듯 했던 아들은 어느순간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2024년 4월쯤부터다.
처음에는 ‘일어나지 못 해 안가나’ 싶었는데 5월이 돼도 학교에 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아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먹지를 않았다. 2~3일에 한 번, 모두가 다 잠든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게 전부였다. 하루종일 누워있으니 근육이 빠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듯 했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나 싶어 학교 측에 알아봤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방문을 걸어 잠근 아들을 바라보는 A씨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아들 방문 앞에서 잠이 들 때도 있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아들은 완전히 탈진한 채 자고 있었다. 아들이 먹는거라고는 문 앞에 놓아둔 이온음료가 전부였다. 76㎏ 였던 아들은 두 달 새 15㎏은 족히 빠져보였다.
■무너진 생활 그리고 회복
아들의 방황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3개월쯤 되면서부터 다행히 음식은 먹기 시작했지만 그때부턴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됐다. 한 여름 방 안에서 음식을 먹고 쌓아두는 데다 씻지 않으니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단정했던 머리는 어느새 장발이 됐다. 아들은 그 생활이 익숙한 듯 보였다.
A씨는 “깔끔하고 착하고 엄마 말을 잘 듣던, 딸 같던 아들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이 생활을 지속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A씨와 아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아들이 화장실에 가야 유일하게 방 출입이 가능했다. A씨는 아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재빨리 방 안에 들어가 음식물과 쓰레기를 치웠다. “이 생활에 편안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정신건강센터 의사의 조언을 따른 조치였다. 옷장을 열어보니 배달 시켜 먹고 난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숨겨놨다.
한 동안 굶었던 아들이 먹기 시작하자 A씨는 음식이라도 마음껏 먹으라고 간식까지 신경써서 챙기자 아들은 1년 새 30㎏ 가까이 체중이 불었다.
아들을 방 밖으로 빼내기 위해 A씨는 음식과 함께 쪽지를 넣어 전달했다. ‘사랑한다’는 말 부터 오늘의 일상, ‘네가 마음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몰랐다.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까지.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아들은 엄마가 보낸 쪽지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
A씨는 “그때부터 조금씩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은둔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회복도 어느날 불현듯 시작됐다. 은둔 초기 부터 독립을 요구해 온 아들은 ‘방을 얻었다’는 A씨의 문자에 그때부터 필요한 서류를 구하고 긴 머리를 잘라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A씨는 “1년 넘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남겨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방을 얻었다’고 했더니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독립을 간절하게 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월세를 내기 위해서라도 일을 구해야 했던 아들은 인턴 사원으로 근무를 시작, 정직원 전환을 준비 중이다.
A씨는 “한국사 시험 접수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정직원 전환을 위해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있고 살도 많이 빠졌다. 자기가 무언가를 하려는 계획도 있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가족이 놓쳤던 신호
생각해보면 아들을 가끔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던 것 같다. 그치만 가족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A씨는 “아들이 ‘미래가 안 보인다’고 툭툭 얘기했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졸업도 안 해 놓고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대꾸했는데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자기를 그렇게까지 혹사할 정도의 문제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삶에 대한 의욕이 강할수록 더 크게 무너진다고 하더라”라며 “생각이 많고 성실한 성격이어서 더 힘들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
18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늘 마음 졸이고 산 생활의 여파는 상당했다. 무엇보다 아들의 상황을 가족 안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아빠와 형은 괜히 아들을 자극할까 싶어 이 일에서 빠지라고 했다. 아들을 방 밖으로 빼내는 일은 A씨 몫이 됐다.
심리상담 센터나 병원들은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아들이 잘못될까봐 늘 전전긍긍했다. A씨는 “아이가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 같은데 3개월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혹시나 뛰어내릴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은 그를 짓눌렀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와닿지 않았다. 지역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한 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어렵게 잡은 정신과 상담에서는 강제 입원과 약물치료 두 가지 방법만 얘기했다. 그 방법을 선택했다가는 아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주변에 말 못 할’ 일을 겪고 있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그는 “우리는 너무 심각한데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다”며 “나중에 아이가 방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흉을 볼까봐 친척이나 이웃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이 밖으로 나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사이 A씨의 건강은 무너져 내렸다. 아들은 일상을 회복했지만 A씨는 요즘도 공황장애와 우울증 관련 약을 복용한다.
#사각지대 #쓰레기 #화장실 #강원권역 #청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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