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료 희망을 캐다] 11. 김종수 영월의료원 진료부장
내성적 성격에 마취통증의학과 선택
전산차트·종이기록지 보며 환자 확인
초고령 환자 대다수 수술 ‘고난도’
작년 의료원 ‘포괄 2차 종합병원’ 선정
외과·산부인과 수술 마취 건수 증가
“의료진 확충 등 정부·지자체 도움 필요”
지역에서 자란 학생을 지역 의대에서 가르쳐 그 지역의 의사로 성장시키는 것.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사제’의 기본 방향이다. 영월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취약지 공공병원을 지키고 있는 김종수 영월의료원 진료부장은 이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의사다. ‘지역’이라는 공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 환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1년 공중보건의로 영월의료원 근무를 시작한 김 부장은 올해로 16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9일 의료원에서 김 부장을 만났다.

■ ‘탐정’이 별명인
김 부장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부끄러울 것 같았다는 그다. 그렇게 선택한 마취과는 성격과 잘 맞는다. 김 부장이 보기에 마취과는 의사를 모르는 게 최고다. 환자가 의사를 알게 되는 건 의료사고가 난 경우가 아닐까. 김 부장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라며 “입원환자를 받는 진료과였으면, 환자를 집에 두고 가는 불안감에 퇴근도 못했을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이같은 성격은 마취과에 딱맞았다. 환자와 접촉면이 적어서가 아니다. 마취에 따라 발생할 모든 증상의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성격이어서다. 이런 성격이 환자의 모든 것을 공부하게 만들었다.
김 부장은 병원 내에서 ‘탐정’으로 불린다. 10년 전 환자가 앓았던 질병도 꿰고 있다. 마취 환자가 접수되면 그는 환자의 모든 기록을 살핀다. 최근 입력된 전산 차트부터 10여년 전 종이 기록지를 가리지 않는다. 김 부장은 “연세가 많은 환자는 본인의 질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트를 통해 놓친 질환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라고 했다.
세심한 성향은 환자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주치의만 알 법한 환자의 정보를 김 부장도 알고 있다. 수십 장에 기록된 정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3년 전 무릎 인공관절 수술 진단을 받은 환자가 오늘에서야 수술을 하는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는 안다.

■ 집에서 넘어지는 어르신들
의료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은 대체로 난도가 높다. 중증 환자여서가 아니다. ‘잘 관리되지 않은 환자의 건강상태’, ‘초고령의 나이’ 같은 것들이 수술을 어렵게 만든다. 김 부장은 “맹장수술처럼 간단한 수술도 심장, 폐 등의 기능이 좋지 않다면 마취과 쪽으로는 대학병원급 진료가 필요하다”며 “작은 것 하나가 환자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군(郡) 단위 지역병원이 그렇지만 영월의료원을 찾는 환자는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다. 김 부장이 공중보건의로 처음 근무했던 15년 전과 비교해 환자의 연령대는 더욱 높아졌다. 70대면 젊은 축이다. 김 부장이 체감하기에 마취 환자 가운데 절반은 85세 이상이다.
환자의 80%는 골절과 인공관절 수술 환자다. 여기에도 이야기가 있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농사일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배경이 있다. 골절 환자 다수는 혼자 사는 어르신이다. 이들은 다른 곳도 아닌 집에서 넘어져 병원에 실려온다. 바닥이 미끄러운 화장실이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다.
김 부장은 “예방을 하지 못해 골절사고가 발생하고, 고령 환자는 사망에까지 이른다”며 “어르신들의 거주지를 살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6년 째 홀로
‘영월 유일의 마취과 의사’는 김 부장이 16년 째 갖고 있는 수식어다. 이같은 타이틀은 사실 부담감이 더 크다. 그는 “마취에 실패해도 뒤에서 뒷받침해줄 사람이 없다”며 “최전선에 혼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진료과 역시 그렇다. 고령의 환자는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다수지만 의료원에는 심장내과가 없다. 김 부장은 “진료과 협진으로 수술의 위험성을 판단하면 좋은데 그게 어렵다”며 “골절이나 외과 응급수술은 미룰수도 없어 위험 부담을 지고 마취를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은 지난해 ‘포괄 2차 종합병원’에 선정됐다. 정부는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종합병원이 지역 내 대부분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료역량을 갖추도록 했다. 영월의료원은 특히 외과와 산부인과 수술이 늘면서 김 부장의 마취 건수도 늘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에 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시작한 마취과 전문의 채용은 반년 째 감감무소식이다. 여전히 16년 전처럼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장 그와 함께 팀을 이룰 마취과 의사를 찾는 일은 김 부장만의 과제가 아니다. 김 부장은 “의료진 확충, 진료과 확대 등 병원 인프라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진료의 난이도만 높일 수는 없다”며 “인프라를 갖추는 일에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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