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라는 이유로 욕 먹었던 그들의 반전…범인찾기 이제 그만, 그들도 '팀 코리아'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 진출은 몇몇 선수들에 대한 평가까지 바꿔놨다.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후 비판의 대상이 됐거나, 혹은 기대에 못 미친 활약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던 선수들도 이제는 팬들의 지지를 받는 '팀 코리아'의 일원이 됐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만약'이지만, 만약 8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이들이 이른바 '범인 찾기'의 희생양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조별 라운드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제치고 2승 2패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일부 가능성이 희박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호주를 5점 차 이상으로 꺾으면서 2점 이하의 실점을 기록해야 했는데 결국 그 어려운 미션을 모두 달성했다. 2점을 줬지만 7점을 올리면서 5점 차 승리, 2점 이하 실점이라는 조건을 만족했다.
9회말 조병현의 혼신을 다한 투구에 내야 뜬공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자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그만큼 어렵게 이뤄낸 2라운드 진출이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결실을 일궜지만 2013년 대회부터는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2라운드 진출이 번번이 무산되자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제는 달라야했다. 한국은 류지현 감독 선임 후 지금까지 없었던 전례 없는 방식으로 2026년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국가대표와 평가전을 치렀고, 올해는 비활동기인 1월부터 사이판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그 어느 때보다 빈틈 없이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대회. 그러나 늘 그렇듯 최종 명단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특히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한 '마이너리거' 고우석의 발탁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고우석은 사이판 캠프 명단에 깜짝 등장한 이름이었다. 미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고, 팀에서 확실히 잡은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류지현 감독은 지난 1월 사이판 캠프로 출발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예비 엔트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고우석의 구위를 봤을 때 좋은 컨디션만 유지된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듣기로는 준비는 제일 먼저 하고 있었고, 준비도 가장 잘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고우석의 캠프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사이판 캠프에서는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고우석이지만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치른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는 혼쭐이 났다. 홈런 두 방을 맞고 4실점. 고우석의 부진은 WBC 대표팀을 향한 우려로 이어졌다.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는 오릭스 버팔로즈를 상대로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도 1⅓이닝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점차 경기력을 회복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조별 라운드에서는 난적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이틀 연투를 펼치면서 2⅔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불펜에 접전에서 기용하기 어려운 컨디션의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온 가운데 멀티 이닝까지 불사한 고우석의 존재는 한국에 큰 힘이 됐다. 고우석이 등판한 경기는 모두 졌지만, 여기서 고우석이 버티지 못했다면 호주전에서 기용할 수 있는 선수가 더욱 줄어들 수도 있었다. 의무 휴식일 규정에 따라 호주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고우석은,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뒤 눈물을 쏟았다.


본선에서는 한국계 메이저리거들도 비난을 받았다. 승부처이자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로 꼽혔던 대만전에서 이들이 나란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데인 더닝은 3-2로 앞서던 8회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에게 역전 홈런을 맞았다. 자마이 존스와 셰이 위트컴은 무안타에 그쳤다. 미국 국적인 한국계 메이저리거 선수들을 향한 악성 댓글이 빗발쳤다.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찾아온 선수들이지만 오락거리가 된 '범인찾기' 앞에서는 유력한 용의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8강 진출이라는 결실 앞에서는 이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팀 코리아' 일원이었다. 이제는 팬들도 이 한국계 메이저리거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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