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위성과 AI가 바꾼 전쟁 양상
위성 통한 정찰·데이터전 진화
한반도·동북아 안보에도 영향
변화된 전쟁방식 신속 대응해야
미국의 이란 공습과 더불어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은 영역이 있다. 바로 위성 기반 감시체계가 작동하는 우주공간이다.
최근 일부 외신 보도는 중동에서 운용되는 미국 군사 자산의 위치정보를 러시아가 이란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출처는 지상 정보망이 아닌 위성 기반 정찰체계일 가능성이 높다. 레이더와 광학 정찰위성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함정과 항공기, 군수 이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자체의 우주 기반 군사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란은 최근 몇 년 사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며 우주역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위성 수 자체가 매우 적고 감시능력도 제한적인 저궤도 위성이 대부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성 자체보다 정보·감시·정찰(ISR) 네트워크이다. 현대전에서 위성은 관측의 목적을 가지며, 위성의 군사적 효과는 드론, 정찰기, 해상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합하는 네트워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강력한 데이터 기반 전쟁 수행 체계를 구축했다. 예컨대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기업들은 위성, 드론, 각종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작전 정보로 전환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전쟁은 점차 정보·감시·정찰 네트워크 간 경쟁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위성, 드론, 센서가 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패턴을 식별한다. 결국 전장의 주도권은 누가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누가 더 먼저 전장을 관찰하고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양자컴퓨팅과 같은 기술 역시 군사정보 경쟁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방대한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국방 시뮬레이션과 작전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양자 기술은 암호해독과 보안통신 분야에서도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미래 군비경쟁은 단순한 무기체계 균형에서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에 관한 기술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정보·감시·정찰능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감시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동북아에서 위성, 정찰기, 드론을 활용한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동북아는 미·중 간 정보·감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해와 동중국해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으로서, 군용기와 정찰 자산이 빈번하게 활동하고 있고, 위성·레이더, 수중 센서 등이 결합된 복합 감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순한 전략자산 규모보다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신속하게 분석하는 능력도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미래 전쟁은 지상전이 시작되기 전 이미 시작될지도 모른다. 위성이 먼저 전장을 확인하고,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전쟁 수행 방식을 정하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이란 전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강대국들이 직접 충돌하지 않더라도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각자의 동맹국을 지원할 때 지역분쟁과 강대국 경쟁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다. 이미 진화하고 있는 전쟁 수행 방식이 동북아시아에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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