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산업 탄력근로제 확대 요구에 "누구 입장에서 '유연성'인가"
12일 K-콘텐츠 산업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콘텐츠 산업 특성상 프로젝트성 단위 제작이 많아 주52시간제를 벗어나 탄력근로제나 재량근로제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노동부 측 관계자는 “누구 입장에서의 유연성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K-콘텐츠 노동자와 사업자 등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12일 국회에서 개최된 'K-콘텐츠 산업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주최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콘텐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략 산업이며 국가브랜드 향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분야이지만 외형적 성과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근로 시간 중심의 획일적 규제가 적용되면서 종사자 인원수 정체 및 감소,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프로젝트 단위 제작, 창의성과 중심 노동, 직무별 편차가 큰 구조라는 산업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근로환경 개선은 창의 인력의 유입과 유지, 콘텐츠 품질, 산업 경쟁력 전반에 직결되는 과제인 만큼 콘텐츠 산업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K-콘텐츠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현장의 노동 환경과 제작 구조의 문제가 있는데,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프로젝트 기반 산업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라며 “수많은 창작자와 스태프들이 작품을 위해 모였다가 흩어진다는 특성이 강하다.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제도는 현장의 창작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AI 고도화될수록 체감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발제를 맡은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AI가 업무시간을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업무 수행 속도는 빨라지고 단일 과제는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해졌지만, 처리 가능한 업무 범위의 확대로 더 많은 일을 구성원들이 떠맡게 된다. 그 결과 근무시간이 저녁, 점심시간, 회의 사이로 확장되면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욱 증가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특히 콘텐츠 산업의 업무 시간을 AI가 줄이지 못한다. 그 이유로는 제작 속도가 향상되면서 콘텐츠 물량이 확대되고, '같은 시간에 더 적게 일한다'가 아니라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최종 결과물에 대한 검증과 미세 조정, 최종 판단 등 고차원적인 인간 노동은 여전히 필요하며 오히려 확대된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상시 대기' 노동은 확대될 것이며 체감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프로젝트 기반', '마감 집중형 노동'으로 정의하면서 “기획, 촬영, 편집, 후반 작업 등 일정 시점에 과도하게 집중되며 예측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또 “아이디어 구상, 대기, 수정 등 보이지 않는 노동시간이 길고 계량화가 어렵다”고도 전했다. 그렇기에 형식적 근로시간 관리가 어려워지고 프로젝트성이 많은 특성상 외주화 현상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상시·지속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로 분류되고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폐단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최근 콘텐츠 산업에는 신규 인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초과노동, 불안정한 고용, 낮은 보상 때문이다. 젊은 우수인재들이 조기 이탈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도를 갖춘 중간급 인력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소수 핵심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장기적인 창작 축적이 불가능한 구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의 단계적 확대 △재량 근로제 대상 직무 범위 단계적 확대 △프로젝트 단위 제작 환경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운영 방식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승훈 K-콘텐츠산업협의회 간사와 최태영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업1국장 역시 콘텐츠 산업 특성을 강조하면서 탄력 근로제나 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했다.

“누구 입장에서의 '유연성'인가”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콘텐츠 산업의 경우 다양한 직군이 협업하는 프로젝트 단위로 이어지고 있고, 업무 강도가 일정하지 않다. 특히 게임 산업 같은 경우 제조업과는 차별화된 창의적이고 유연한 제도 필요하다는 점도 문체부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의 유연 근로 제도 설계가 콘텐츠 산업에 적용하기에 제약이 있다. 의견 수렴을 하면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재량 근로제 같은 경우 자율도가 높지만 적용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협업이 어렵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고용노동부 측은 '누구의 유연성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선 고용노동부 임금시간정책과 과장은 “물론 콘텐츠 산업 특성상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특히 콘텐츠 업계는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여서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최상위 결과를 만들어야 해서 기존의 근로기준법에 답답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근로자 입장에서 시간 주권을 가지고, 창의성을 가지고 자유롭게 스케쥴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말하는 건지, 사업주 입장에서 납기를 잘 맞추기 위해 유연하게 근무 스케쥴을 조정하고 싶다는 것인지 누구의 입장에서 유연성을 말하는 건지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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