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전쟁…정유사 공급가 ‘꽁꽁’ 묶고, 폭리 주유소 단속까지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6. 3. 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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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처음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를 재시행하면서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고가격은 '주간 평균 기준가격(정유사 공급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률'을 곱한 뒤 각종 세금을 더해 책정한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로 최고가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규제 편의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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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13일 시행
공급가 대비 마진 높은 주유소
범부처 차원에서 전방위 조사
“단기적으론 가격 안정에 도움
장기적으론 공급축소” 우려도
여전히 긴 주유소 대기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둔 12일 서울의 한 주유소 앞에서 차량들이 길게 대기줄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처음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를 재시행하면서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은 공급가격부터 제한한 뒤 소매가를 모니터링하며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국내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보통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최고가격을 2주마다 고시할 계획이다. 최고가격은 ‘주간 평균 기준가격(정유사 공급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률’을 곱한 뒤 각종 세금을 더해 책정한다.

1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국제 석유제품에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의 변동 비율을 적용한다. 정부에서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과 국제유가 변동폭을 감안해 최고가를 지정하고, 그 이상으로는 주유소에 공급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조정 주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로 최고가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규제 편의성 때문이다. 주유소는 임대료나 운영 방식 등에 큰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소매점에 해당하는 주유소들이 붙일 수 있는 ‘마진’을 직접 제한할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산업부는 소매가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독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종별 공급가에 비해 판매가 상승률이 높은 상위 주유소를 공표한다”며 “두 차례 대상에 포함될 경우 담합, 품질, 매점매석, 세무 등 관련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주유소는 과태료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주요 내용
재정경제부는 주유소가 공급받은 석유제품을 팔지 않고 비축하는 이른바 ‘매점매석’을 할 경우 이를 단속하기 위한 고시도 함께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주유소들의 가격과 물량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세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보다 정유사의 원유 조달가격이 높아져 손해를 볼 경우 지원책도 마련했다. 정유사들은 회사별로 자체 원가 등을 감안해 손실액을 산정한 뒤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하게 된다. 정부는 회계·법률·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정유사가 제출한 손실액을 검증한 후 정산할 계획이다. 정산은 분기별로 이뤄질 예정이다.

공급가격을 제한한 정부안에 대해 정유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만 18년간 정유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1.7%로, 제조업 평균인 6.5% 대비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며 “정유사들이 높은 이윤을 남겨왔다는 건 잘못된 얘기”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 라이더가 기름을 채워넣고 있다. [뉴스1]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소비자가격은 단기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제한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 안정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시된 최고가격보다 (시장 조달가격이) 더 비싸질 경우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생산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조정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 가격을 낮게 조절하면 사용량이 늘어날 텐데, 한국이 석유 사용을 줄여야 할 때 오히려 줄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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