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다시 뛰는 ‘K-수산물’] ③금징어의 눈물, 독도새우의 비상…기후변화 속 울릉 어업의 생존 실험
기후변화 직격탄 맞은 울릉 오징어
극한 조업이 만든 고부가 브랜드 전략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섬, 경북 울릉도 바다의 여름 밤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섬 부근에 오징어잡이 배가 모여들면서 밤바다를 집어등 불빛으로 수놓는 모습이다. 색 온도가 낮은 집어등의 주황색 불빛과 잔잔한 바다 물결은 감성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제 이같은 풍경은 더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풍어의 상징이었던 울릉 오징어는 어느새 '희소 자원'이 됐다. 어업 현장에서 만난 울릉 어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물 때가 바뀐 게 아니라, 바다가 바뀌었다."

◆ 기후 변화 직격탄 맞은 울릉도 바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동해 수온 상승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난류(warm current) 세력의 확장은 냉수성 어종인 살오징어 어군을 북쪽으로 밀어내고 회유 시기를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과거 울릉 연안의 풍요로운 오징어 어장은 동해 북부로 이동했고, 어민들은 더 먼 거리를 항해하며 더 많은 유류비를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잦아진 기상 악화와 태풍 경로 변화는 조업일수 자체를 줄였다. 결과는 명확했다. 어획량 감소. 위판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은 급등했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울릉도산 오징어는 높은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물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유통망 유지조차 버거워진 상황이다. 어민들은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가장 무섭다"고 토로하며, 불안정한 소득과 후계 어업인 유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울릉 어민들은 단순히 잡기만 하는 어업에서 벗어나 울릉 수산물 브랜드를 구축한는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다. 선별, 위생, 건조 공정의 고도화, 산지 직송 시스템 구축, 이력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가 믿고 사는 수산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다.
특히 청정 해역, 독특한 조류 특성, 해풍 건조란 상징적인 특성을 살려 울릉도산 수산물의 가치를 살리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더불어 기후 변화로 브랜드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어민들은 체험형 관광과 연계도 모색하고 있다.

◆ 품목 다변화 필수 전략된 울릉도 어촌
울릉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해산물이 있다. 오징어가 줄어든 자리를 메우기 시작한 '독도새우'다. 독도 인근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독도새우는 사실 꽃새우, 닭새우, 가시배새우 세 종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선홍빛의 아름다운 꽃새우는 달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최고급 횟감으로 분류된다. 단단한 껍질과 탄력있는 식감의 닭새우는 대형 일식 시장에서, 몸통의 가시 돌출과 농축된 단맛이 특징인 가시배새우는 희소성으로 각광받는다.
세 종의 새우는 모두 독도 인근 청정 심해에서 소량 어획된다. 수백m의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조건이 조업 난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물량 탓에 독도새우는 자연스럽게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됐다. 특히 독도 인근 해역에서만 잡힌다는 상징성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국가적 행사때 마다 만찬에 오르며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 '미식 외교'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먹는 독도'란 별칭까지 얻은 독도새우는 소비 행위 자체가 '애국'의 의미를 띠며,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외교적 긴장 속에서 여론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에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울릉 어민들에게 독도새우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자존심이기도 하다.
독도새우는 울릉도 어업이 나아가야 할 '고부가가치 전략'의 방향을 시사한다. 소량·고급화, 스토리텔링 강화, 국가 상징성 활용 브랜드화, 관광·미식 콘텐츠 연계는 울릉도가 시도하고 있는 '관광형 수산 브랜드' 모델의 핵심이다.
울릉도는 독도새우 외에도 자연산 홍합, 심해 어종 등 품목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독도새우의 사례를 통해 어업구조 혁신에 팔을 걷어 붙일 계획이다. 단순히 많이 잡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로 승부하는 실험이 구조 개선의 중심에 있다. 기후 변화란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울릉 어업도 방향을 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전략 역시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남획 우려,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 후계 인력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 역시 과학적인 자원 조사 강화는 물론 스마트 양식 기술 도입, 청년 어업인 지원, 해양 환경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수산 자원 육성 전진기지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지난해 11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울릉도 북면에 위치한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 모였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울릉·독도의 해양수산 관련 학술 심포지엄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울릉도 독도 해역의 해양생태계 현황을 진단하고 해양관광, 해양레저, 고부가가치 해양산업 육성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어업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발표 주제로는 △울릉도 독도해역 어류 분포와 변화 △우리나라 수산정책 현주소와 기후변화 대응 방향 △울릉도 독도 해양수산 현안 및 해양연구기지 대응 방향 △울릉도 관광 현황 진단 및 생태환경 연계 관광 발전 방안 △지역대학 협력을 통한 울릉도 독도 발전 방안이 다뤄졌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고부가 가치화와 독도의 전략적 활용에 동의했다.
김윤배 대장은 "우리나라에서 울릉도와 독도 해역은 가장 빠르게 표층 수온이 상승하고 있어 지역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 조업마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도 경제성 있는 오징어 어업의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울릉도와 독도 수산물은 전통 한의학의 중요한 재료로 평가되고 있는만큼 한의학과 먹거리 관광을 연계해 울릉 수산불을 고부가 가치화 할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종덕씨와 김성도 선장이 어촌계 계원으로 독도에 거주한 것처럼 독도는 전략적으로 볼 때 어촌계에 의한 경제적 이용이 중요하다"며 "더불어 국가유산청, 해양수산부, 경북도 독도해양정책과,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 등과 협력해 동해안 수산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준기기자 zoom800@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