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3월’ 제철 맞은 ‘팔공산 미나리’…낫 들고 진흙밭 누비며 ‘수확’ 결실

조윤화 2026. 3. 12. 21: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 동구 팔공산 미나리 농가 총 90여곳

미곡동 60여농가서 매년 250t 미나리 출하

"수확철인 3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지난 11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미곡동 자리미농원에서 류태환(61)씨가 갓 수확한 미나리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 11일 오전 대구 동구 미곡동 자리미농원 비닐하우스에서 류태환씨가 낫으로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해마다 3월이면, 향긋한 미나리 내음과 함께 대구에 봄이 찾아온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동구의 미나리 농가를 찾아 '팔공산의 봄'을 담아봤다.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대구 동구 미곡동(팔공산 일원) 미나리 농가 일대. 이곳 60여농가(팔공산 일대 총 농가 90여곳)는 매년 250t가량의 미나리를 수확한다. 특히, 팔공산 미나리가 무르익는 제철인 3월에 농부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두터운 검은 천으로 덮인 한 비닐하우스 안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100평(330㎡)에 달하는 하우스 내부는 수확을 기다리는 미나리로 빽빽했다. 그곳에서 류태환(61·자리미농원)씨가 낫을 들고 미나리를 베어내고 있었다. 그는 올해로 10년째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운영 중인 비닐하우스 규모는 총 13동에 달한다.

이날 만난 류씨는 미나리 재배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그는 "미나리는 씨앗이 아닌 줄기를 심는 영양번식 방식으로 재배된다"며 "9월에 파종해 12월 초까지 키우는데, 이 시기에는 잎이 무성하게 자란다. 이후 줄기 일부만 남기고 한 차례 베어낸 뒤 다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1월 초중순쯤 우리가 흔히 아는, 줄기가 길고 윗부분에만 잎이 달린 형태로 자라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부터 수확이 시작돼 향과 식감이 가장 좋은 3월이 제철로 꼽힌다"며 "농부들은 모든 작물이 잠을 자야 한다고 말한다. 미나리도 한 번 겨울잠을 재워야 튼튼한 줄기가 길게 자란다"고 덧붙였다.

류씨에게 전해 들은 미나리 농부들의 하루 일상도 흥미로웠다. 이들은 통상 오전 6시쯤 비닐하우스에 도착해 미나리를 수확한다. 식물에 최대한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 기계를 쓰지 못하고 낫으로 줄기를 일일이 베어낸다. 오전 수확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부터는 미나리의 불필요한 잎과 줄기를 떼어내는 선별 작업을 한다. 이후 세척과 포장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이렇게 수확된 미나리는 택배 주문은 물론 일선 농협과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서 판매된다.

그는 "매일같이 정신없이 작업하다 보니 수확철엔 저절로 살이 5kg 정도 빠진다"며 "진흙밭에 발이 푹푹 빠지는 데다 무릎을 쪼그린 채 작업을 지속해야 하지만, 미나리 농부들이 수확을 통해 겪는 기쁨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동구 미곡동 논골농원에서 최용희씨가 수확한 미나리를 선별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 11일 오후 대구 동구 미곡동 논골농원에서 최용희씨가 수확한 미나리를 선별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오후 1시쯤 총 8동으로 이뤄진 다른 비닐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13년째 미나리를 재배하는 최용희(49·논골농원)씨를 만났다. 그는 오전에 수확한 미나리를 선별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여느 농가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무농약 미나리를 키워 수확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친환경 팔공산 미나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최씨는 "무농약으로 재배해 물에 헹궈 생으로 먹으면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며 "삼겹살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것도 별미"라고 말했다.

최근 미나리 농가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판로 확보에 대한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매년 수확철이면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일반 음식점처럼 삼겹살과 미나리를 함께 판매(식사 포함)하며 물량을 소진해 왔는데, 올해부턴 이 같은 요식 행위가 전면 금지돼서다. 그는 "현재 삼겹살·미나리 취식 영업이 금지되면서 올해 3월 초 기준 출하량이 작년 실적에 비해 훨신 못 미친다. 인근 농가 대부분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어 '팔공산미나리연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달 13~15일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서 열리는 '미삼(미나리·삼겹살) 직거래 장터'에서 팔공산 미나리를 적극 홍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구청도 팔공산 미나리 농가들의 판로 확대와 소비 촉진을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동구청 민생경제과 정수빈 농축산팀장은 "미나리 농가를 돕기 위해 박스 등 포장재와 유기농업 자재, 택배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미나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구청 마당과 대형병원 본관 등에서 총 10차례 소비 촉진 행사도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농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조윤화기자 truehwa@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