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를 괴롭혔던 ‘떨어지는 물감’···카이스트, 500년 ‘물리 난제’ 잡았다

강정의 기자 2026. 3.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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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불안정성’ 제어 원리 규명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는 가상의 연출 장면(AI 이미지).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액체 현상의 근본 원인인 ‘중력 불안정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의 핵심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천장에 물감을 바르면 표면에 얇은 액체막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력 때문에 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물방울 형태로 뭉쳐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섞는 방법을 제안했다.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면서 액체 표면의 농도 분포가 달라지고 그 결과 표면장력 차이가 생긴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이 스스로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물방울이 둥근 형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리다.

최민우 석박통합과정과 전혜준 박사과정, 김형수 교수(왼쪽부터). KAIST 제공


연구팀은 이와 같은 표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며 중력에 의한 불안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확인했다. 실험 결과 특정 조건에서는 액체막이 중력에도 끝까지 유지됐다. 또 일부 조건에서는 액적이 떨어지지 않고 액막이 주기적으로 흔들리는 새로운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이나 인쇄, 적층 공정에서 얇고 균일한 액체막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울어진 표면에서도 안정적인 도포가 가능해져 3D 프린팅 공정이나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수 교수는 “그동안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은 중력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져왔다”며 “이번 연구는 액체의 조성과 증발이라는 자연적 과정을 활용해 외부 에너지 없이 중력 불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에 지난 1월29일 게재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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