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통합? 현실 모르는 소리···‘정쟁’이 지역 미래 망쳤다”

손님 발길 끊겨 상인이 더 많아
세대·이념 넘은 ‘통합’ 공감대 속
“지역 경제 살릴 기회 놓쳐” 한숨
청년들 “지방발전 논의 흐려져”
지난 10일 찾은 충남 공주산성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좀체 보이지 않을 만큼 한산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는 물건을 정리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같은 날 찾은 대전 유성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 오후 시장 골목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공주산성시장과 유성시장은 대전과 충남 경계에 가까운 전통시장이다. 두 지역 시민들이 지역을 넘나들며 즐겨찾았던 곳이지만,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충남·대전 통합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낙담하는 분위기다.
공주산성시장에서 30년 넘게 카페를 운영해온 이숙경씨(65)는 한산한 시장을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역대 최악으로 장사가 너무나 어려워 통합이 지역 경제를 살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지역 경제를 살릴 적기를 놓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인들 대부분이 70~80대로 보수적인 분이 많다”며 “그런데도 이번만큼은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통합이 필요하다는 여당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이모씨(71)도 “요즘은 시장에 손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 하는 등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다”라며 “정치인들이 ‘나중에 통합하면 된다’고 하는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급하다”며 “지역이 살아나려면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성시장에서 한약재를 판매하는 김모씨(60대)도 가게 앞에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다 “장날을 제외하면 사람 발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텐데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정치권이 지역의 미래를 두고 좀 더 책임 있게 통합에 대해 논의했어야 하는데 결국 정쟁이 지역을 망치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2일 충남·대전 행정통합특별법은 결국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통합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당초 2024년 11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충남·대전 지자체가 중심이 돼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에 반대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을 적극 추진했다. 한때 ‘제1호 통합 지자체’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국민의힘이 법안 내용과 지역 반발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젊은 세대에서도 통합 논의가 중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온다.대전 시민 민모씨(37)는 “행정통합 논의의 출발점도 결국 지방 소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공방 속에서 정작 지역의 미래 논의가 흐려지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서은씨(21)는 “통합이 효율적으로 추진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국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인들의 논쟁거리로만 된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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