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보복 나선 이란·헤즈볼라…잇단 상선 피격, 이스라엘 전역 공습

박양수 2026. 3. 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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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50개 이상 표적 타격”
테헤란 은행 피격에 이란도 은행 위협
“중동 내 美빅테크도 표적”
“호르무즈 기뢰 수십기 설치”
이란 공격으로 불이 붙은 태국 선적 마유리나리호. [EPA/태국해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시작된지 13일째인 12일(현지시간) 양측의 ‘맞불 공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해상 공격 범위를 확대하며,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특히, 페르시아만 일대에서도 선박 공격을 이어가며 전선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원유 물동량 5분의 1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선 민간 선박 피해가 이어지며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과 AF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함께 5시간 동안 합동 작전을 펼쳐 이스라엘 전역의 표적 5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IRGC는 이번 공습이 ‘점령지 전역’의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북부 하이파, 중부 텔아비브, 남부 비르셰바의 이스라엘 군기지에 ‘고통스러운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도 텔아비브 외곽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인 8200부대본부에 최신예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작전에서 IRGC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헤즈볼라는 공격용 드론과 로켓을 대규모로 동원했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합동 공격으로 이스라엘 중부 하니엘 등에서 민가가 부서지는 피해가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응급대응서비스인 마겐 다비드 아돔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들을 포착했다”며 “위협을 요격하기 위해 방어 시스템을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베이루트 남부의 정보 본부와 지휘 센터를 포함,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기반 시설을 겨냥해 보복 공습에 나섰다. 레바논 베이루트 해안가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 당국이 밝혔다. 또 베이루트 남쪽 10㎞ 지점 소도시 아라문에서도 3명이 숨졌다고 보건 당국은 덧붙였다.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이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후 연기가 치솟는 모습. [AP=연합뉴스]


걸프지역의 에너지시설과 공항 등 민간 부문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바레인 내무부는 “노골적인 이란의 침략 행위가 무하라크주(州) 연료탱크를 겨냥했다”며 “현재 진압 중인 화재 연기로 인한 잠재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자택에 머물고 창문과 환기구를 폐쇄하라”고 당부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해상에선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컨테이너선이 공격받았고, 바레인의 국제공항이 있는 무하라크 섬에서는 이란의 공격으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쿠웨이트에서는 드론이 주거용 빌딩에 충돌하면서 2명이 부상했고 국제공항을 겨냥한 다수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의 외교 단지를 향해 날아오는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국영 은행인 세파은행과 관련된 테헤란의 한 건물이 밤사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란 당국은 중동 전역에 있는 미국·이스라엘 연계 은행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 골드만삭스, 딜로이트, PwC 등 금융 관련 기업이 UAE 두바이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직원 대피령을 내렸다. HSBC는 카타르 내 모든 지점을 일시 폐쇄했다.

이란은 또 미국 빅테크의 이스라엘, 걸프지역 사무실도 공격 대상에 올렸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역내 전쟁이 인프라 전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란의 잠재적 타격 목표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면서 걸프와 이스라엘 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사무실을 공격 대상으로 거론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경고를 무시한 채 운항했다며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의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 지역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16척으로 늘었다.

태국 선적 마유리나리호의 선원 3명은 이날 현재까지 구조되지 못했다. 실종된 선원 3명은 기관실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당국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배는 전날 아침 UAE 할리파 항구를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두 개의 발사체에 공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선한 선원은 전원 태국인으로, 실종자를 제외한 나머지 20명은 오만 해군에 구조됐다. 태국 외무부는 상업용 선박에 가해진 폭력 행위에 강력히 항의했다.

일본 선적의 컨테이너선 원마제스티호 역시 UAE 라스알카이마에서 북서쪽으로 25해리(46㎞) 떨어진 해역에서 피격돼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이라크 항만 당국은 11일 밤 남부 바스라 항구에서 발생한 미확인 공격으로 유조선 2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선원 25명을 구조했으나 외국인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표적이 된 선박은 이라크에서 연료 화물을 선적했던 마셜제도 선적의 세이프씨 비슈누호와 몰타 선적 제피로스호였다고 이라크 항만 관계자가 로이터에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당국 초기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란의 폭발물을 탑재한 보트가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인접한 바스라 항구는 걸프해역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과는 직선거리로 약 800㎞ 거리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뿐 아니라 걸프 해역 전역이 이란의 공격에 노출된 셈이다.

IRGC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기의 기뢰를 설치해 봉쇄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기뢰가 설치된 위치는 대부분 파악됐지만 미국이 이들 기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통신은 해사 당국, 분석가들을 인용해 전쟁 발발 이후 걸프 해역의 유조선을 겨냥한 최소 두 차례의 공격에 폭발물을 적재한 무인 수상정(USV)이 사용되면서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종전 시점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미묘한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곧 끝난다고 거듭 언급하며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방식의 출구전략을 짜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11일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사실상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켄터키주에서 한 연설에서는 이란 전쟁에 대해 “우리가 이겼다”면서도 임무를 마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 첫 엿새간 쓴 비용이 113억 달러(약 16조7000억원)가 넘는다는 추정치를 의회에 제시했다. 전쟁 첫 이틀간 미군이 쓴 탄약만 56억달러(약 8조3000억원)어치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국방부의 의회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더 많은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며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1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작전은 모든 목표를 완수하고 승리를 거둘 때까지 필요한 만큼 시간제한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군사 능력 약화에 더 집중하는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을 영구적으로 약화하길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양수 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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