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색, 먹빛의 사유…한 뿌리 예술은 아름다워라
‘이원동근의 정원’ 주제…선·후배 작가 28명 한자리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성장한 작가들의 공동체가 광주예술고등학교 한국화 동문 중심의 단체 ‘예맥회’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오는 5월20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하정웅미술관은 그동안 하정웅 명예관장의 기증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나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빛’ 전 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과거 상록전시관 시절에는 지역 미술단체 초대전을 꾸준히 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러한 전시가 거의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사진그룹 ‘포럼 디세뇨’와 협업한 ‘광주와 근대정신’ 전을 계기로 지역 미술단체 초대전이 다시 시작됐고, 올해는 그 흐름을 본격화하는 자리로 한국화 작가들을 초청했다. 광주가 한국화 전통이 강한 도시라는 점에서, 광주예고 한국화 동문회인 예맥회를 초대한 것이다. 예맥회는 1987년 제1회 정기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단체다.

전시 제목 ‘이원동근의 정원’(異源同根의 庭園)은 이러한 관계를 상징한다.
‘이원’은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 재현과 추상, 평면과 공간처럼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공존하는 이원적 복합성을 의미한다.
‘동근’은 이러한 차이가 결국 같은 교육과 정신적 토양에서 비롯됐다는 뜻을 담는다. 즉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며 만들어낸 차이가 앞으로 어떤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보는 자리다.
전시장은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출품 기준을 100호 이상 대형 작품 위주로 둬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강한 인상을 준다.
첫 번째 섹션은 ‘스며드는 색의 풍경’이다. 색채를 중심으로 한국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이 모였다. 한국화에서 색은 오랫동안 부차적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 섹션에서는 색이 화면을 이끄는 주체적인 조형 언어로 작동한다. 번지는 색과 안료의 질감을 통해 화면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두 번째 섹션은 ‘먹빛의 사유’다. 먹의 번짐과 농담, 여백 등 수묵의 물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화면 구성이나 감각은 동시대적으로 확장된 작업들이 모였다. 먹의 농담이 만들어내는 깊이와 여백의 긴장 속에서 작가들의 사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마지막 섹션 ‘응축된 이미지의 장’은 세 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얼핏 보면 서양화처럼 보이는 화면이 눈에 띈다. 안료 선택과 화면 구성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며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업들이다. 전통적 한국화의 형식을 넘어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조선아 예맥회 회장은 “예맥회는 광주예술고 한국화 전공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작가들이 다시 만나 작업을 나누는 공동체”라며 “남도 한국화의 전통 위에서 성장한 작가들이 한자리에서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예맥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Copyright © 광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