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현장 가보니 조용…중대본이 맡을 긴급 문제 없었다”

강한들 기자 2026. 3. 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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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조위 청문회 첫날
“증인은 진실을 말하라”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특조위 “박희영 구청장, 참사 진행 중 벽보 제거 지시” 행적 추가 확인
행안부 늦은 대처 관련 “업무 회피 탓 대통령 지시 전파 55분간 미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장관은 참사가 일어난 2022년 10월29일 행안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뒤늦게 구성했다는 지적에 “긴급한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참사 발생 전 경찰·소방 등의 예방·대비 태세와 발생 이후 대응·수습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자리다. 이 전 장관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남화영 전 소방청장 직무대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대응을 이유로 불참했다.

청문회에서는 ‘재난 컨트롤타워로 중대본 구성을 해야 할 행안부가 왜 늦게 대처했나’가 쟁점이 됐다. 안전관리기본법 등을 보면 행안부 장관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분명하지 않으면 담당기관을 정하고, 대규모 재난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즉각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시 행안부는 “참사가 진행 중인 2022년 10월30일 오전 2시30분에 중대본이 가동됐다”고 했는데 특조위 조사 결과 중대본이 실질적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날 오전 9시쯤이었다. 행안부는 당일 오전 2시30분 중대본을 설치하기로 하고 ‘압사 표현을 자제하라’ ‘참사가 아닌 사고라는,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는 용어를 쓰라’는 논의만 이어갔다. 이후 실제 가동 인력이 확보된 것은 오전 9시쯤이었다.

윤지영 당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당직 상황담당관은 인파 사고가 났음에도 이를 즉시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20분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정부 부처에 내렸지만 “행안부 상황실 명의로 보내면 행안부가 주무부처가 된다”는 이유로 다음날 0시16분에야 이를 부처에 전파했다.

이 전 장관은 10월30일 0시45분 현장을 방문하고도 ‘중대본을 구성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양기현 전 행안부 재난안전비서관은 “장관이 소방과 경찰에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대응하라, 주변 현장에 음악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중대본 구성을 즉각 지시하지 않은 데 대해 “현장에 도착했더니 특별한 움직임 없이 조용했다”며 “중대본이 처리해야 할 긴급한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박희영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도 추가로 드러났다. 특조위 조사 결과 박 구청장은 당일 지하철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 참여자들이 붙인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벽보를 철거하라고 구청 당직실에 지시했다. 박 구청장은 벽보를 제거한 뒤 정재관 전 대통령경호처 국민소통추진단장에게 현장 사진을 보냈다. 정 전 단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 구청장이 벽보 제거를 자랑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 당직자들이 출동해 벽보를 제거한 시간은 참사가 진행 중이던 10월29일 오후 10시49분쯤이었다.

양성우 특조위원은 “참사 당시 행안부의 비합리적 관행으로 장관 보고가 43분 늦어졌고, 행안부가 주관부서라는 업무를 회피한 탓에 대통령 지시(전파)를 55분간 미뤘다”며 “중대본이 실질적으로 가동된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참사 당일 행안부가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이날 재판 등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한 김광호 전 청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13일에도 청문회를 이어간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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