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하메네이 사망엔 침묵…“새 지도자 선출 존중”만 언급 [북*마크]

장민주 2026. 3. 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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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선출은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전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독재 체제 특성상 내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실에는 침묵하는 북한의 ‘선택적’ 보도 방식이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1일 북한이 하메네이의 사망을 계속 언급하지 않는 것은 우방국 지도자의 비극적 최후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북한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기념 공연 관람하기 전 인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TV·뉴시스
◆‘새 지도자 선출 존중’…사망은 언급 안 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고지도자를 선출한 이란 인민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화 내용을 살펴보면,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또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뽑게 된 배경인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은 물론, 최고지도자를 선출한 과정도 설명하지 않았다. ‘인민의 권리와 선택’이라는 원론적인 표현만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새 지도자의 선출 사실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로, 최고지도자가 됐다.

담화 메시지가 초점을 맞춘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이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불법적인 군사적 공격을 감행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 근간을 허물고 국제적 판도에서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위를 두고 ‘영토주권 침해’, ‘체제전복 기도’ 등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의 행위를 불법화했다.

미국, 이스라엘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도 비난의 수위는 낮췄다. 이번 입장문은 최고위급 성명 형식이나 당 차원의 입장 발표가 아닌 ‘기자 문답’ 형식에 머물렀다. 북한은 민감한 외교 사안일수록 최고지도자나 당 차원의 성명 형태로 입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대변인 문답 형식은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다. 북한이 제한적으로 외교적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또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는 해당 내용이 따로 올라오지 않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다. 우방국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내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 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중국보다도 낮은 수위 메시지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과 비교하면 이란의 정세 변화를 전하는 북한의 태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러시아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정된 9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당신이 아버지의 업적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어려운 시련 속에서 이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보를 보냈다. ‘흔들림 없는 지지’ 등 축하에 방점을 둔 가장 적극적인 메시지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절제된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이란이 자국 헌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며 “중국은 어떤 구실로든 타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란의 주권과 안전, 영토 완전성은 응당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축하 표현을 제한하면서도, 내정 간섭과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 입장문을 낸 이후에야 반응을 내놨다. 새 지도자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는 더 제한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러시아가 선출을 축하하면서 지지를 표명한 것과 달리 선출 사실만 언급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또 중국이 내세운 내정 간섭에 불허하겠다는 논리는 그대로지만 중국이 정부의 공식 브리핑에서 뜻을 밝힌 반면, 북한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군수공장을 찾아 신형 권총을 사격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우방국 위기엔 침묵…반미 메시지만 강조

북한은 과거부터 우방국 지도자의 실각 사실 등 체제에 있어 민감한 장면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기를 꺼려왔다. 2024년 12월 시리아에서 반군의 공세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을 때 북한은 서방의 개입 비난에만 집중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됐을 때도 이 사건을 공식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뤘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서방의 책임을 강조하는 논조를 유지해 왔다. 러시아 군사 작전의 어려움이나 피해 상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이란 사태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도구로만 활용할 뿐, 권력의 공백 자체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 지도자 선출만 호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결국 북한 특유의 대외 선전 방식이 이번에도 반복된 셈이다.

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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