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좋은 아동정책이 좋은 형사사법정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무부 안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촉법소년 연령을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며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따지면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가장 합리적인 선”이라고 말했다. 두 달간 공론화를 거쳐 결론을 내자고 했지만, 사실상 법무부의 연령 하향 방침을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여러 시민단체, 학회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약 80%의 국민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희망한다는 점과 아동의 성숙 속도가 빨라져 온라인에서 범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연령 하향의 주요 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논거는 대부분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청소년의 몸이 더 빨리 자라고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난다고 해서 정신적으로도 빨리 성숙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호르몬 변화와 뇌 성숙은 서로 다른 궤적을 따른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뇌에서 행동 조절, 위험 추구, 보상 회로와 관련된 서로 다른 부위가 각기 다른 속도로 불균형하게 성장하며, 이러한 불균형은 위험 행동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단지 학제상 구별된다는 것 이외에 만 12세와 13세 사이에 정신적 성숙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어린 나이에 접하는 부적절한 정보의 홍수는 아동의 정신을 성숙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단력과 조절 능력을 저해한다.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규제를 풀어두고, 중독적 알고리즘과 표적 광고로 아동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며 그 시장에 기생한 범죄에 노출시키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다. 아동을 위험한 유혹과 충동으로 내모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소년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 인식도 과장되어 있다. 2022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서 응답자의 34%는 ‘전체 범죄 중 촉법소년 범죄가 10% 이상’이라고 답했고, 5%는 ‘절반 이상’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실제 소년범죄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법이 개정되더라도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비난과 12세의 범죄를 다루며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 보도는 반복될 것이다. 결국 처벌 연령을 확대해도 문제는 반복된다.
아동을 처벌하더라도 재범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도 한다는 것이 연구의 일관된 결론이다. 소년범죄는 충동적 성격이 강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형벌만으로 억지되지 않는다. 법 개정 이후에도 범죄가 증가한다면, 그때는 누구를 탓할 것인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위기가정, 학교폭력 처리의 엄정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제외하고 13세 아동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많은 경우 범죄는 열악한 양육 환경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자라난다. 처벌을 무작정 강화하기 전에 청소년 범죄의 실태와 그 배경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 수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 아동과 가족의 삶이 개선되면 소년범죄는 물론 성인범죄도 줄어들 것이다. 좋은 아동정책이 곧 좋은 형사사법정책이다.

황인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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