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 대장정 끝…'최고 4.9%→자체 최고 경신' 유종의 미 거둔 韓 드라마 ('아너')

최민준 2026. 3. 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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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든 가상의 성매매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이 지난 10일, 시청자들의 뜨거운 찬사 속에 6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4.9%, 전국 4.7%(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단순히 범죄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장르적 재미에 함몰되지 않고, 상처를 안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존엄과 명예가 무엇인지 되묻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 용기 있는 폭로, 현실적 엔딩…'아너'가 증명한 인간의 존엄

최종회에서는 백태주(연우진)가 구축한 비틀린 욕망의 세계가 처참히 무너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더프라임'의 스마트시티 시연회장, 강신재(정은채)가 서버에 미리 심어둔 장치를 통해 백태주의 실제 음성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비밀 성매매 어플 '커넥트인'이 피해자들을 미끼로 설계된 추악한 범죄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서버실에 감금되어 목숨을 위협받던 강신재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윤라영(이나영)은 혁신과 정의라는 가면 뒤에 숨어 인간의 존엄성을 잔인하게 짓밟은 백태주의 만행을 고발했고, 황현진(이청아 분)은 남편 구선규(최영준)와 함께 강신재를 극적으로 구해냈다. 백태주는 시신으로 발견된 듯 보였으나, 강신재가 그의 누나 봉안함 앞에 놓인 테라리움을 목격하며 생존 가능성이라는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아너'는 빌런의 몰락이 곧 모든 문제의 해결이라는 판타지를 택하지 않았다. 공익 로펌 L&J(Listen & Join)를 재정비한 변호사 3인방은 '커넥트인' 피해자들을 변호하며 법적 싸움을 이어갔지만, 1심 판결에서 이용자들의 성매매 혐의는 고작 벌금형에 그쳤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고 견고했다. 하지만 윤라영은 굴하지 않고 방송에 출연해 특별법안 발의를 촉구하며 민사소송이라는 긴 전쟁을 선포했다.

또한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자수한 딸 한민서(전소영 분)의 곁을 지키며 "평생이 걸려도 기다리겠다"는 약속으로 깨어진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긴 여정을 예고했다. 판타지 같은 해피엔딩 대신, 또 다른 피해자가 L&J의 문을 두드리는 엔딩을 선택하며 끝까지 현실의 끈을 놓지 않은 '아너'다운 선택을 보여줬다.

▲ 박건호 감독의 뚝심, '사이다'보다 귀한 '불편한 진실'의 힘

이처럼 밀도 높은 드라마를 완성한 주역은 단연 박가연 작가와 박건호 감독의 '작·감 조합'이라 말할 수 있다. 박건호 감독은 방송 전 인터뷰를 통해 스웨덴 원작을 한국의 사회적 맥락에 맞게 보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시선과 낙인의 구조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 인물들이 감당해야 하는 평판과 침묵의 압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도파민을 추구하는 시대에 '아너'는 단순한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디지털 성착취 플랫폼 '커넥트인'을 중심으로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구조적 성범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빌런의 악행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스템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침묵하며 동조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박건호 감독은 "기존의 법정물이 옳고 그름을 명확히 가르는 복수극에 집중한다면, '아너'는 판결 이후에도 질문을 남기는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되기보다, 오히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여운과 불편함이 시청자들에게 오래 남는 질문이 되길 바랐던 그의 용기는 미스터리 장르의 긴장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잡는 명예로운 결과로 이어졌다.

▲ 배우 이청아의 재발견, '인생 캐릭터' 황현진으로 뿜어낸 진심

배우 이청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뜨거운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자신의 저력을 입증했다. 변호사 황현진 역으로 분한 이청아는 위기 앞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과감한 행보로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그간 대중에게 각인되었던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 대신, 솔직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이청아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극 중 현진은 이성보다 마음이 앞서는 불같은 성정을 지녔지만, 사건 현장을 뚫고 나가는 저돌적인 기세로 '커넥트인'의 실마리를 찾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때로는 의욕이 앞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료인 윤라영, 강신재와의 우정을 단단하게 묶어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매 순간 복합적인 감정선을 밀도 있게 풀어내며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현진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단순히 사건을 쫓는 변호사를 넘어,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인물의 면모를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서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연기 내공은 '아너'를 더욱 입체적인 작품으로 완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드라마 '아너'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고통은 한순간에 그치지 않고, 상처가 씻은 듯 아무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그들의 존엄성을 짓밟으려던 거대 악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흉터를 안고도 복학을 하고, 카페 매니저가 되고, 로펌 인턴으로 출근하는 피해자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 어떤 승전보보다 찬란하고, 명예로웠다.

허장원 기자 / 사진= ENA '아너 : 그녀들의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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