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국 옆 대형 약국 추진…하나로마트의 ‘갑질’
신관에 창고형 약국 추가 계약 논란
“계약서 업종 보호 조항 부재 악용”
업주, 소규모 약국 생존권 위협 반발
마트측 “소비자 선택권 확대” 입장


약사 A씨는 "13년째 마트 내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데 마트 측에서 어떠한 사전 협의나 양해 없이 대규모 약국의 신규 입점을 추진하면서 서민 자영업자의 목줄을 죄고 있다"며 "업종 보호 문구 부재를 빌미로 한 대형 유통사의 갑질"이라고 12일 주장했다.
지난 2013년부터 울주군 범서읍 하나로마트 2층에서 약국을 운영해 왔던 A씨는 지난해 10월 마트 측으로부터 임대료를 42% 인상한다는 서면 통보를 받은 뒤 다음달인 11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5년간(2030년까지) 임대료를 동결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A씨는 "영업권을 보장하는 조항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상가 임대 관행에 비춰 향후 일정 기간 영업권이 보장될 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2층 유동인구 감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자 올해 1월 1층의 10평 규모 공간으로 이전을 요청했고, 기존 2층 임대료보다 월 60만원을 인상하는 조건에 합의해 이사하기로 했다.
이에 A씨는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마트 측이 이사 일정을 계속 미뤘고 지난달 말 돌연 이전 보류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를 알아보던 중 바로 옆 신관 건물 1층 약 100평 규모 공간에 창고형 약국 입점을 두고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며 차라리 우리가 입점하겠다고 했지만, 입점 예정자가 제시한 월 임대료 1,200만원을 맞춰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고 결국 협의는 흐지부지 끝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상황이 정리된 줄 알았지만 최근 창고형 약국 입점 계약이 실제로 진행된 정황을 확인하고 마트 측에 동종 업종 임대 협의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기존 A씨의 계약서에 동종 업종을 보호한다는 조항이 없어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A씨는 "마트 측이 이 같은 점을 이용해 소규모 약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경쟁 약국을 바로 인근에 입점시켜 매출에 타격을 준 뒤 올해 11월 재계약 시점에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민을 위한 공공적 유통시설이 오히려 지역민을 기만하고 상도덕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약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주군약사회와 울산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 입점 추진과 관련해 지역 약국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지역 보건의료 환경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마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동일 건물 1층 100여평 공간에 또 다른 약국을 입점시키고자 하는 하나로마트의 시도는 영세 소상인들을 위한다는 그 설립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대형 유통시설과 결합한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경우 기존 동네 약국과의 경쟁이 심화돼 지역 약국 생태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등의 입장이 담겼다.
울주군 약사회 최익준 회장은 "전국적으로 창고형 약국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제도적·사회적 대응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은 지역 약국 질서와 보건의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울산에는 북구에 창고형 마트 2곳이 운영 중이다.
하나로마트 측은 "대형 유통시설에서는 동일 업종이 복수로 입점하는 사례가 일반적으로 있으며 이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시설 경쟁력 유지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며 "해당 계약에는 약국 업종 독점이나 동종 업종 제한 조항은 없다. 기존 약국과의 협의를 통해 다양한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대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가 성사되지 못한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트 내 여러 입점업체의 권리와 시설 운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기존 약국과의 협력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