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AI 시대, 징징대는 지식인들의 밥그릇 사수 대작전

김현우 기자 2026. 3. 12. 20: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핫스팟(HotSpot)
엘리트 지위 붕괴 공포
극단적 AI 멸망론 실체
지식인이 키운 공포 서사
AI가 부를 생산성 폭발
AI 공포는 인류 위협이 아닌 지위 하락을 우려한 엘리트들의 '밥그릇 불안'입니다. 트랜서핑 관점에서 이는 과도한 중요성이 빚어낸 현상으로, 이들의 엄살이 사회적 공포를 키울 뿐이다. 호들갑을 떨기보다 AI라는 새 도구의 활용법을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챗 GPT 제작 이미지

1970년대 후반 뉴욕 월스트리트.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회계사 밥 아저씨는 매일 밤 야근 시간 장부에 만년필로 숫자를 빽빽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에게 복잡한 계산식과 철야 노동은 곧 엘리트의 훈장이자 흔들리지 않는 권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비지캘크라는 요상한 전자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숫자 하나를 툭 바꾸면 며칠 밤을 새워야 했던 나머지 수백개의 계산이 순식간에 자동 연산됐다. 밥은 분노를 넘어 경악했다. '이런 악마의 기계 같으니. 이제 회계사는 다 굶어 죽을 것이고 자본주의의 숫자는 진정성을 잃어 월스트리트는 처참하게 붕괴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밥의 비장한 예언은 처참히 빗나갔다. 스프레드시트 덕분에 계산에서 해방된 회계사들은 더 촘촘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설계해냈고 월가는 역사상 유례없는 돈 복사기를 돌리며 대호황을 맞았다.

밥의 두려움은 평생을 바친 자신의 수기 장부 긋기 신공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기득권 밥그릇에 대한 처절한 공포였다.

최근 챗GPT 등 AI 등장에 세상이 끝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실리콘밸리·여의도 지식 노동자들을 보며 문득 밥 아저씨가 떠올랐다.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트랜서핑 관점을 빌려 이 흥미진진한 집단적 촌극을 차분하게 해부해 보자.

엘리트 불안의 근원: 잉여 포텐셜 함정

트랜서핑에서는 어떤 대상에 과도한 의미나 중요성을 부여할 때 보이지 않는 찌꺼기 에너지 즉 잉여 포텐셜이 발생한다고 본다.

지금 지식인들이 토해내는 AI 공포증의 본질은 그저 내 빛나는 지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노골적인 감정이다. 오랜 기간 높은 소득을 누려온 전문직 엘리트들은 그것을 우주의 자연스럽고 정당한 질서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웬 코드 덩어리가 그 성벽을 허물려 하니 경제적 계산을 넘어 정체성의 붕괴를 느끼는 것이다.

트랜서핑 언어로 번역하면 이들은 지금 자신의 직업에 중요성 과잉 상태에 빠져 있다. 자연계나 사회나 중요성이 과도해지면 시스템은 어떻게든 그 튀어나온 모난 돌을 때려 균형을 맞추려 든다.

우주적 복원력 발동: 균형력의 공포 서사

한 곳에 에너지가 너무 쏠리면 이를 흩어버리기 위해 우주의 바람이 분다. 이를 트랜서핑에서는 균형력이라 부른다. AI 논쟁에서 툭하면 튀어나오는 극단적이고 할리우드 영화 같은 담론들이 바로 이 균형력의 장난이다.

△AI가 모든 일자리를 파괴하고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터미네이터파) △AI가 인류를 노동에서 영원히 해방시킬 것이다(유토피아파)

두 서사 모두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한 채 붕 떠 있다. 중요성이 커질수록 균형력은 더 거칠게 작동해 극단적인 망상을 쉴 새 없이 뱉어낸다.

경제사를 들춰보면 이 촌극은 늘 반복돼 온 재방송이다. 19세기 방직기가 나오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고 사무실에 PC가 깔리자 넥타이 부대들은 대량 실업을 논했다. 하지만 그 요란했던 공포 서사와 달리 현실은 언제나 직업 구조의 조용한 이동으로 끝을 맺었다.

마이크 쥔 자들의 공포쇼: 펜듈럼 탄생

트랜서핑에서 가장 섬뜩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펜듈럼이다. 사람들의 감정 에너지를 빨아먹고 거대해지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괴물이다.

지금 AI 펜듈럼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흥미롭게도 동네 슈퍼 사장님이나 택시 기사님이 아니다.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언론인·데이터 분석가·개발자·작가 같은 지식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기술 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대중의 생각을 세팅할 수 있는 확성기를 손에 쥐고 있다.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밥그릇 불안을 기막힌 글솜씨와 논리로 포장해 인류 전체의 위기로 둔갑시킨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코미디의 진상이 명확히 드러난다. 결국 펜듈럼의 에너지는 엘리트층의 식은땀에서 시작돼 기사 한 줄과 칼럼 한 편을 타고 사회 전체로 전염되고 있는 셈이다.

반복되는 역사: 결국은 생산성 폭발

거품을 걷어내고 거시 경제의 긴 호흡으로 보면 기술 혁신은 꽤나 지루할 만큼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방직기가 직조공을 울렸지만 옷값을 떨어뜨려 소비재 시장을 열었고 자동차가 마부들을 실직시켰지만 관광과 물류라는 거대한 신대륙을 찾아냈다. AI 역시 본질은 지적 노동의 단가를 낮추는 생산성 기술이다.

생산 비용이 하락하면 자연스레 서비스 공급이 늘고 전에 없던 새로운 틈새 산업이 싹을 틔운다. 거시적으로 인류의 소득 총량은 늘어날 확률이 십중팔구다.

다만 트랜서핑 관점에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대목은 하나다. 우주의 균형력은 잔인하게도 특정 집단에게 손실의 영수증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밥 아저씨나 방직기 시대 직조공처럼 변화의 파도를 외면하고 과거의 장부만 부여잡고 있는 일부 지식 노동자들은 실제로 차가운 바닥에 나앉게 될 수도 있다.

바딤 젤란드의 촌철살인 이 소란스러운 시대에 트랜서핑 지혜를 빌려 오늘의 현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포의 민낯: 지금 느끼는 AI 공포의 8할은 인류애가 아니라 무너지는 체면에서 비롯된 잉여 포텐셜이다.
△극단의 경계: 파멸론과 유토피아론은 균형력이 만들어낸 헛소리다. 현실은 늘 그 중간 어디쯤에서 싱겁게 돌아간다.
△펜듈럼의 숙주: 불안을 인류의 위기로 포장하지 마라. 마이크를 쥔 자들의 엄살이 모여 거대한 사회적 펜듈럼을 키울 뿐이다.
△기묘한 미래: 미래는 언제나 비관론자의 잿빛 전망도 낙관론자의 장밋빛 꿈도 얄밉게 비껴가며 가장 낯선 길로 흘러간다.

트랜서핑 관점에서 보면 AI 시대의 공포는 그저 콧대 높던 엘리트들의 중요성 과잉이 뿜어내는 요란한 에너지 방귀에 불과하다. 호들갑 떨지 말고 새롭게 등장한 엑셀 프로그램에 어떻게 숫자를 집어넣을지 궁리나 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트랜서핑·잉여 포텐셜·균형력·펜듈럼=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한 개념들이다.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잉여 포텐셜) 우주가 이를 상쇄하려 바람을 일으키고(균형력), 사람들의 감정 에너지가 뭉치면 거대한 사회 괴물(펜듈럼)이 탄생해 여론을 조종한다고 설명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