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창] 러시아는 이미 패했다

김석원 2026. 3. 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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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러움과 열등감이 있다. 소련 시절 고위층에는 우크라이나 출신이 많았다. 소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기장 흐루쇼프나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와 혈연관계이다. 러시아는 1700만㎢의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60만㎢의 우크라이나와 농산물 생산이 엇비슷하며 전쟁 전까지 농촌 생활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훨씬 풍요롭고 안정적이었다. 지금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전 CIS 지역에서 디나모 키이우 축구팀을 기억한다. 러시아 축구팀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년이 넘었다. 그동안 러시아가 얻은 것은 우크라이나 영토 약 10만㎢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땅이지만 러시아로서는 지방 자치공화국 영토보다도 작은 땅이다. 물론 지정학적 중요도나 자원의 집중도에서는 효용 있는 땅이지만 양국 200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얻은 성적으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러시아는 키이우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르비우 등 100만 이상의 대도시를 점령하지 못했으며 동부 지역 루한시크와 도네츠크 75%를 점령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에서 퇴출당하였고 외교적으로도 몇몇 독재국가 외에는 세계적 왕따가 되었으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전범으로 푸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푸틴의 목표가 처음에는 키이우를 일주일 안에 점령하고 친러 정권을 세우고 복귀하는 것이었지만 4년이 지나도록 러시아군은 키이우 근처에도 못 왔으며 돈바스 지방의 허허벌판에서 몇백 미터 전진 후퇴를 거듭하며 젊은이들을 죽음의 땅으로 몰아넣고 있다. 1000㎞ 이상 펼쳐져 있는 전선에서 러시아는 소모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939년 일명 겨울 전쟁이라 불리는 핀란드와 소련의 전쟁이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의 어수선한 정세 속에 스탈린은 핀란드를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아 속국으로 만들려 했지만, 11월부터 3월까지 혹독한 추위 속에서 병사 장비 무기가 절대 부족한 핀란드군은 소련 군대를 막았으며 1000㎞ 넘는 전선에서 영토의 10%를 내주며 협정하여 소비에트연방의 편입을 피했다. 이 전쟁에서 핀란드가 패배했다는 역사가는 없다. 1940년 힘없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은 소연방에 편입되었다.

우크라이나가 전술적으로 승리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패배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주권 국가를 침략하여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 했지만 못했고 지금도 전쟁 중이며 우크라이나는 국가를 영위하고 침략군에게 대항하여 전 국민이 똘똘 뭉쳐 4년 이상 싸운다는 것은 이미 절반의 승리이며 침략군의 의지를 꺾는 실패를 의미한다.

요즘도 계속되는 공습경보와 정전 단수 속에서 불만 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 생활이 엉망이 되었지만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우크라이나의 영광을 외친다.

어찌 보면 이미 3차세계대전은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란, 북한, 미국, 이스라엘이 전쟁 중이며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도우며 러시아와 간접적으로 전쟁에 관여하여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몰도바나 핀란드 발트 3국 등이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소련) 근처 나라는 거의 모두 그들과 전쟁 경험이 있다. 러시아의 침략성이 상존하며 그들의 힘이 강해지면 이웃 나라를 침략하여 분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음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지키고 푸틴을 좌절시키는 길 만이 세계의 평화를 얻는 길이다." 젤렌스키의 다짐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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