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처럼 다시 피어나는 농촌마을 꿈꾸다 [지역에 사니다]

이현희 기자 2026. 3. 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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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양산시 상북면 수서권역 협동조합

문화강좌·카페 통해 공동체 회복 모색
자발적 주민 참여로 농촌재생 모범사례
“자립 운영이 진정한 목표” 한 목소리
양산시 수서권역 협동조합 조합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현희 기 자

양산시 수서권역 협동조합(위원장 김상환)은 인구 유출과 공동체 붕괴 위기를 맞았던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농촌 공동체 복원에 앞장서고 있다.

2020년 설립한 협동조합은 상북면 상삼·좌삼마을 주민 3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하나인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으로 조성한 이팝문화센터와 도담도담카페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팝문화센터는 상북면 상삼리 426-2번지 일대 805㎡ 터에 지상 2층(전체면적 629.29㎡) 규모로 조성했다. 옛 마을회관과 노인정을 헐고 신축한 이팝문화센터 1층에는 프로그램실과 노인정을 갖춰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몄고, 2층에는 동아리실과 건강관리실을 마련했다.

문화센터에 '이팝'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시목(市木)이자 인근 천연기념물 신전리 이팝나무를 고려해 지역성을 드러내려는 취지다. 이팝나무는 말 그대로 흰 쌀(이밥)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나무다. 또한, 보릿고개 시기인 입하(立夏) 무렵 꽃을 피워 '이팝나무'라고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민과 가장 가까운 애환을 가진 이름을 갖고 있다.

애초 센터 1층에 있던 도담도담카페는 공간이 좁아 바로 옆 공유부엌 등으로 활용하던 공용공간으로 지난해 12월 확장·이전했다. 주민 공모로 이름을 정한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수서권역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으로 조성한 이팝문화센터와 도담도담카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펼치는 거점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산도시재생지원센터

농촌재생의 새로운 길을 열다

농촌지역인 상삼리·좌삼리 일대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고령층이 살고 있다. 여기에 생활기반시설 부족으로 주민이 불편을 겪는 것을 물론 낙후한 지역이라는 이미지 탓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2020년 수서권역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팝문화센터와 도담도담카페를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협동조합은 농촌재생사업으로 단순히 시설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마을 소멸을 막고 주민 스스로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는 시도를 이어오며 이팝문화센터와 도담도담카페를 주민이 모여 배우고 즐기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상환(64) 위원장은 "주민 스스로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행정이 지원하더라도 결국 마을을 지켜내는 힘은 주민에게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 참여 기회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문화강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민은 단순한 수강생이 아니라 강좌 기획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다른 비슷한 시설과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외부 이용객도 늘어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예전에는 마을에 모일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강좌와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이 살아난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농촌재생사업 핵심은 공동체 복원이다. 협동조합은 이팝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 역량강화교육과 문화강좌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 관리에 직접 주민이 참여하면서 '공동체 복원'이라는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동체는 한 번 만들어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돌보고 가꿔야 한다"며 "협동조합이 앞장서 농촌재생사업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 가치를 지속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서권역 협동조합은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농촌재생사업으로 형성된 공동체 가치를 나누고 있다. /양산도시재생지원센터

자립 목표로 농촌재생 모범을 보이다

이팝문화센터와 도담도담카페 운영은 단순한 문화 활동을 넘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용객이 늘면서 지역 내 소비가 증가했다. 앞으로 공간 대여와 프로그램 확대를 본격화하면 관광 유입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입지 여건상 유동 인구가 적고 인근에 비슷한 시설이 많아 수강생 유치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자 협동조합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한 문화강좌와 수요 중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카페 메뉴는 그 핵심 전략이다. 현재 협동조합은 도시재생센터와 협력해 지역 특산물인 당근과 계란 등을 활용한 먹을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센터 이름인 '이팝나무'를 다양한 형태 디자인으로 활용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장상준(58) 사무장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카페 메뉴 개발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 지역경제와 농촌재생사업 성과를 연결하려는 중요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장기적 비전은 '자립' 운영이다. 지원사업이 끝나더라도 자체 수익을 창출해 조합원인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현재 수서권역 농촌재생사업은 지자체·주민·전문가·민간단체가 협력하는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 행정 지원은 사업 지속성 기반이 됐다. 문화강좌 강사료와 재료비 지원은 주민이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우리 스스로 운영하고, 스스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농촌재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동조합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주민이 주체가 돼 공동체를 회복하고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낙후한 농촌마을 활력을 되살리는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민이 의지를 모아 함께 걸어간다면 농촌재생 모범 사례로 수서권역 협동조합이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