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행 전문이라고? 누구나 인정한 준비된 리더다… 김광현의 당부와 팀의 굳건한 믿음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SS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테랑이자 팀의 간판 스타인 김광현(38)이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지난해 성적에 따른 주장 연임 조건이 있었고, 계약에 따라 김광현의 2년 연속 주장직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물론 이는 다소간 형식적인 이야기였고, 그만큼 구단이 김광현의 리더십을 인정했고 또한 김광현도 팀을 이끄는 책임을 느끼고 있었기에 성사된 연임이었다. 김광현은 “투수 출신은 주장을 하기 힘들다”는 그간의 통념을 철저하게 깨부수며 지난해 SSG의 기대 이상 호성적을 이끈 주역으로 뽑힌다. 캠프 때부터 투수가 아닌 팀 전체 선수단을 바라보며 팀을 이끌었고, 선수들은 김광현이라는 거대한 카리스마를 보고 따라갔다. 그렇게 똘똘 뭉친 결과가 지난해 포스트시즌 복귀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올해 주장직을 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플로리다 1차 캠프 초반에 어깨 통증으로 캠프를 이탈했다. 오태곤(35)이 임시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었다. 김광현은 왼 어깨 골극 현상으로 현재 일본에서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올 시즌 언제 돌아올지는 아직 미정이다. 재활을 한다면 전반기 복귀 가능성이 있지만, 수술로 결정이 될 경우 사실상 올 시즌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임시 주장이었던 오태곤이 정식 주장으로 승격돼 팀을 이끌기로 결정됐다.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었고, 오태곤이 적임이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많았다. 오태곤은 경력 두 번째 유니폼에 캡틴의 문구를 새긴다. 다만 두 번 모두 중간에 주장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태곤은 2023년 주장이었던 한유섬 대신 시즌 막판 두 달 정도 주장을 했던 경험이 있다.

‘대행 전문’이라는 꼬리표 같지만, 사실 언제든지 주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였다. 성실한 자세에 성격도 강단이 있다. 선배들도 인정하고, 후배들도 잘 따른다. 훈련 자세나 경기 자세가 모두 타의 모범이 되기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2023년 당시에도 선수단 투표로 주장에 올랐고, 올해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서 “네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리더십이다.
무엇보다 주장을 반납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김광현이 “네가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적극 밀어줬다. 김광현은 플로리다 캠프를 떠날 당시 선수단 단체 미팅 후 오태곤과 따로 만나 “미안하다. 고생 좀 해줘라”고 당부했다. 임시 주장으로 두고 떠났지만 자신의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정식 주장으로도 낙점을 하고 떠난 셈이다.
이숭용 SSG 감독도 오태곤을 주장감으로 점찍었다. 오태곤은 “광현이 형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재활이 조금 길어진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말씀해 주셨고, 광현이 형도 이야기를 해주셔서 알겠다고 했다”면서 “주장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것보다 우리 팀 원래 문화가 잘 되어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잘 돌아간다”고 선수단 문화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할 일이 많은 게 주장이다. 선수단 의견도 내부에서 조율해야 하고, 그 선수단 의견을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와도 조율해야 하는 게 주장이다. 상당히 막강한 권한이지만 또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자기 야구를 하기도 바쁜데 이것저것 신경을 쓸 것이 많으니 힘이 든다. 책임감이 없으면 못하는 직책이다. 오태곤도 이왕 이렇게 된 것, 2023년 경험을 되살리며 팀을 잘 이끌어보겠다는 의지로 뭉쳤다.

오태곤은 “그때(2023년) 해봐서 조금 더 괜찮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때는 선배들이 내 위로 많았다. 그 선배들을 케어하고, 선배들 요청들을 들어주다 보니까 내가 너무 힘들더라”고 떠올리면서 “이번에 할 때는 선배들한테도 ‘어린 애들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할 게 있다면 제가 임의로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형들도 동의를 해 주셨다. 올해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주장은 팀 내 비중이 큰 선수가 맡는 경우가 많다. 오태곤도 “주전 선수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태곤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평소부터 후배들이 백업이라고 무시하지 않는 선배였고, 타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지만 지금까지 잘 가꿔진 팀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오태곤도 그런 측면에는 더 신경을 쓰며 팀을 잘 이끈 뒤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넘긴다는 생각이다.
오태곤은 “백업을 길게 하다 보니까 벤치에 있는 선수들을 많이 이해하게 된다. 뒤에 나가는 그 선수들이 잘해야 팀에 1승, 1승 보탬이 되는 것이다. 준비하는 것부터 많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면서 “먼저 나가 있는 선수들(주전 선수들)은 기량도 다 좋고 다 잘하기 때문에 각자 밥을 먹을 줄 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선수단을 두루 살피는 주장이 될 것이라 다짐했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주장이 아닌, 준비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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