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봄동 비빔밥- 조고운(사회1·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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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은 창원 상남시장에 생경한 긴 줄이 늘어섰다.
대부분 2030세대인 이들이 기다리는 건 투박한 양은그릇에 담긴 7000원짜리 '봄동 비빔밥'.
18년 전 예능 프로그램 속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 '먹방 밈'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SNS 알고리즘을 타고 배달앱과 쇼핑몰을 장악했고, 마트 내 '봄동 매진' 사태까지 일으킬 정도로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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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은 창원 상남시장에 생경한 긴 줄이 늘어섰다. 대부분 2030세대인 이들이 기다리는 건 투박한 양은그릇에 담긴 7000원짜리 ‘봄동 비빔밥’. 최근 각종 소셜네트워크에서 ‘두쫀쿠’의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유행 음식이다. 18년 전 예능 프로그램 속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 ‘먹방 밈’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SNS 알고리즘을 타고 배달앱과 쇼핑몰을 장악했고, 마트 내 ‘봄동 매진’ 사태까지 일으킬 정도로 뜨거워졌다.
유행(流行)이란 물 흐르듯 널리 퍼지는 것이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음식 유행은 과도하게 소란스럽고 비정하기까지 하다. 탕후루부터 두쫀쿠에 이어 봄동 비빔밥까지, 유행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그만큼 또 빠르게 사그라든다. 이러한 유행은 누군가에겐 찰나의 즐거움을 주지만, 누군가에겐 생계를 건 도박이 되기도 한다. 길거리 탕후루 가게엔 폐업 문구가 붙고, 카페 매대엔 할인가의 두쫀쿠가 쌓이는 반면, ‘봄동’ 관련 업계는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음식은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문화다. 유행이라는 파도는 매정하지만, 그 파도를 타는 이들의 마음속엔 기묘한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익명의 당신과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공감의 인증샷, 유행을 핑계 삼아 친구에게 툭 건네는 쿠키 한 조각은 모두 현대인의 새로운 관계의 언어다.
이번 주말엔 60대 어머니와 10대 딸과 함께 ‘봄동 비빔밥’ 한 그릇을 만들어 먹고 싶다. 유행을 잘 모르지만 봄동을 좋아하는 할머니와, 유행에 민감하지만 봄동을 썩 즐기지 않는 손녀가 마주 앉을 ‘다정한 핑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벌써 ‘봄동 비빔밥’ 열풍이 ‘버터떡’에 밀려서 휘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정신없는 소용돌이 가운데서 사랑하는 이들과 잠시나마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유행의 소명은 충분하지 않을까.
조고운(사회1·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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