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인비리 고인돌 이전 논란 확산…유적 보존 대책 요구 커져

서의수 기자 2026. 3. 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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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위해 5기 이동…주민·전문가 “원위치 보존 필요”
비지정 문화재 관리 허점 드러나 제도 보완 목소리
▲ 포항시 기계면 인비리 고인돌이 기계 새마을운동발상지 운동장으로 옮겨져 있다.서의수 기자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비리 고인돌 이전을 둘러싼 유적 훼손 논란(경북일보 2025년 8월 26일 인터넷 보도 등)이 계속되고 있다. 기계면에서 개최되는 고인돌 문화축제를 위해 인비리 일대의 고인돌 5기가 기계 새마을운동발상지 운동장으로 옮겨지면서, 주민들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최 측은 사유지 토지주의 요청과 고인돌에 대한 접근성 문제 등을 이유로 고인돌 이동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과 포항시와의 협의를 거쳐 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 후 이동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동 후에도 고인돌 처리와 유적 보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박만수 인비리 이장은 "현재 고인돌은 기계 새마을운동발상지 운동장에 그대로 놓여 있다"며 "포항시 관계자들과 만나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고인돌은 수천 년 된 선사시대 유적이자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이런 유적을 운동장으로 옮겨 놓고 축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인비리에는 여전히 가치 있는 고인돌 유적이 남아 있다"며, "이 일대를 중심으로 소규모 역사공원 형태로 조성하면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인비리 현장에는 고인돌이 있던 자리의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유적의 원형 훼손을 우려하며 보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고인돌 이동이 유적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향토사학자인 강호진 전 영일고 교장은 "고인돌은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원래 자리에서 보존될 때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위치를 옮기면 고고학적 맥락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축제를 명분으로 유적을 이동시키는 선례가 남으면 다른 문화유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관련 절차에 따라 고인돌 이동이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당 고인돌은 지정 문화재가 아니었으며, 사유지 토지주의 요청에 따라 이전이 추진됐다"며, "문화재청과의 협의 및 전문가 현장 조사를 거쳐 이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고인돌 활용 및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비지정 문화재 관리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전문가들은 현행 문화재보호법 체계에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비지정 문화재가 지정 문화재와 달리 상대적으로 보호가 부족해 행정기관의 허가만 있으면 이동이나 변형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지정 문화재라도 향후 지정 문화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원위치 보존 원칙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