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아보자 ‘이상’의 세계로…강제욱·김이구 등 작가 11인의 오감도 재해석

정자연 기자 2026. 3. 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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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아해'가 제각각의 자세로 글자를 몸에 새긴채 기다란 투명끈에 매달려 있다.

몸통에 적힌 이상의 작품 속 문구들이 눈에 속속 박힐 때즈음, 아해들의 처절한 외침과 내면적 갈등은 예술가 혹은 생을 살아가는 인간이 끝없이 안고 가야 할 예술과 삶의 지향점, 성찰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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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브레인 외전 2026_이상(김해경)에 대한 소회’
강제욱, 경수미, 구상희, 김대성, 김문생, 김이구, 시원상, 신년식, 이민경, 정인완, 최재훈 참여
3월 31일까지
김이구, ‘13인의 아해’. 라포애 제공


‘13인의 아해’가 제각각의 자세로 글자를 몸에 새긴채 기다란 투명끈에 매달려 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나는 나를 모르는 것이 두렵다’ ‘이것은 병든 사회의 자화상이다’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몸통에 적힌 이상의 작품 속 문구들이 눈에 속속 박힐 때즈음, 아해들의 처절한 외침과 내면적 갈등은 예술가 혹은 생을 살아가는 인간이 끝없이 안고 가야 할 예술과 삶의 지향점, 성찰을 일깨운다.

김이구 작가(라포애 상임이사)가 이상의 ‘오감도’ 속 아해들을 전시장으로 불러냈다면, 분쟁 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이어온 강제욱 작가는 ‘벽’에 남겨진 흔적들에서 ‘무서운 아해’들의 질주가 남긴 현대사의 파편을 읽어냈다.

강제욱, ‘월 시리즈’. 정자연기자


아프가니스탄의 총탄 자국, 필리핀 오르목을 할퀴고 간 태풍의 흔적, 태안의 검은 기름을 닦아낸 장갑 손자국. 상처 입은 문명에 대한 기록이 그의 ‘월 시리즈’ 작품에서 담담하게 펼쳐진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작가. 기존의 체계를 무시한 실험적인 시도. 몽환적이고 정신적 변형을 지향한 예술가. 암울했던 시대에서 내면적 갈등을 작품으로 기괴하게 드러냈던 사람. 단순하게 보는 걸 거부하며 예술의 철학적 실험과 탐구를 이어갔던 이.

모두 시인 이상(李箱,본명 김해경,1910~1937)을 일컫는 말이다. 생애는 짧았으나 그는 현재까지 수많은 예술가에게 최고의 예술가로 꼽힌다.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예술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이어간 끊임없는 집념과 그 자체의 예술혼 때문일 테다.

‘컬러브레인 외전 2026_이상(김해경)에 대한 소회’가 열리는 라포애 전시장. 왼편은 구상희 작가의 작품, 오른편엔 최재훈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정자연기자


지난 2일 아트뮤지엄 라포애(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 446번길 48)에서 개막한 ‘컬러브레인 외전 2026_이상(김해경)에 대한 소회’는 그야말로 이상에 대한 작가들의 소회이자 재해석, 30년 이상 예술가로서 자신이 안고 있는 철학을 묵묵하게 예술과 삶으로 실현하고 있는 이들의 응답이다.

전시에는 강제욱, 경수미, 구상희, 김대성, 김문생, 김이구, 시원상, 신년식, 이민경, 정인완, 최재훈 등 작가 1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상의 작업세계에서 찾아낸 한 축을 자신의 작업세계로 재해석하며 오늘날 예술과 예술가의 의미를 되묻는다.

김문생, ‘오감도의 숲’. 라포애 제공


김문생은 하나의 시점이나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 이상의 시 세계에서 자신의 작업을 찾았다. ‘오감도의 숲’은 이러한 시의 구조를 회화의 언어로 옮겼다. 작품엔 눈과 입, 분절된 신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대상의 묘사가 아니라 인식과 감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화면 속 형상들은 인간과 동물, 신체와 기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한다.

팝아트의 언어로 일상의 감정을 유쾌하게 표현하는 김대성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상과 닮은 결을 찾아냈다. 이상이 언어를 해체하며 현실 너머의 세계를 탐구했다면 그는 조형을 통해 그 세계를 눈 앞에 펼쳐낸다. 그의 조각 속 ‘쉐도우맨’은 이상이 시로 표현한 인간 내면의 한 조각처럼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의 형상이다.

캔버스에 다양한 색감을 흘리는 작업을 하는 구상희는 캔버스라는 현실의 벽이 색을 가두지 못하게 한다. 그의 색은 캔버스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선다. 캔버스의 끝에서 떨어지는 물감의 행렬, 프레임의 끝에 매달렸다가 또 다른 세계를 향해 증식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이상이 오래도록 품었던 불안과 기대의 형상과 유사하다.

전시를 기획한 라포애 상임이사 김이구 작가는 “혼란하고 암울했던 시대에도 예술가들, 특히 이상은 현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끝없는 탐구, 철학적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는 전문적 창작활동과 진중한 철학에 정진하자는 예술가로서의 다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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