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밑줄 쫙! 낙서도 가능"…'출판사 대표' 박정민도 푹 빠졌다 [트렌드]
SNS에서 다양한 후기 공유
독자 소통 위한 교환독서 이벤트 활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메모지가 먼저 시야를 채운다. 문지혁 작가의 '초급 한국어' 구절을 적어둔 메모와 2026년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자주 내보겠다는 다짐이 한데 붙어 있었다.
맞은편 책장에는 독자들의 손을 거친 책들이 빼곡하다. 그런데 다른 공유 책들과 다르게 이 책들엔 포스트잇, 밑줄, 심지어는 본인의 감상평도 빼곡히 적혀있다.

정용준 작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펼치자 밑줄과 감상평이 켜켜이 남은 페이지가 나타났다. "어릴 때의 나에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눈물이 핑 돈다"는 글 아래로 "이젠 우리도 어른이니까 우리가 그런 말을 해줘요!"라는 답글이 달렸고 그 밑에는 "헉! 너무 상냥한 어른"이라는 또 다른 반응이 이어졌다. 한 권의 책을 사이에 두고 낯선 이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독서의 감상을 서로 교환하는 교환독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교환독서란 책 여백에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메모로 남긴 뒤 이를 다른 사람과 바꿔 읽거나 한 권의 책을 여럿이 순차적으로 읽으며 기록을 쌓아가는 독서 방식이다. 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교환독서가 각광받고 있다. 독서 모임을 만들어 교환독서를 하기도 하고 이곳처럼 독자의 메모가 담긴 책을 공유하거나 교환독서를 장려하는 공간이 마련된 곳을 찾기도 한다.
20대 독서 지표 견고… 텍스트힙·교환독서 등 새로운 문화 주도
문화체육관광부가 6일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한국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38.5%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5년 조사에서 67.4%였던 전체 평균 독서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처음으로 40%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전체 독서율은 떨어졌지만 20대 지표는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2023년 74.5%였던 20대 독서율은 지난해 조사에서 0.8%포인트 상승해 75.3%를 기록했다. 연령별 독서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도서전 방문·교환독서 등 새로운 독서 문화를 주도한 20대에서는 유일하게 독서율이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출판업계에서는 '텍스트힙' 열풍과 교환독서가 젊은 세대의 독서 지표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독서 플랫폼 KT밀리의서재가 발간한 '독서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도 교환독서는 핵심 키워드로 선정됐다. 리포트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 내 독서 공유 포스트 활동량은 지난해 10월까지 17만건을 넘어섰다. 포스트란 책을 읽은 뒤 느낀 감상과 생각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기능이다. 특히 '급류', '홍학의 자리', '싯다르타', '두고온여름', '구의증명' 등이 주요 도서로 언급됐다.
SNS 속 교환독서 후기 수백만 조회수 기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를 중심으로 한 후기 공유도 활발하다. 지난해 '급류' 교환독서 후기 게시물은 조회수 172만회를 기록했으며, 올해 2월 '회색인간' 교환독서 관련 게시물도 81만회 조회됐다. 또한 올해 2월 "친구들과 교환독서 하면 좋은 점" 게시물은 61만회, 지난 7일 "교환독서 주제 추천" 게시물은 11만회의 조회수를 각각 기록했다.

출판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는 '내 모든 것' 교환독서단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제본 도서를 읽고 평을 적어 보내면 출판사 전문 팀이 직접 코멘트를 달아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후기는 지난 1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창비도 지난해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교환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대문학은 정해연 작가의 소설 '매듭의 끈'으로 교환독서 서평단을 운영했으며 김혜정 작가의 소설 '돌아온 아이들'을 통해서는 온라인 상대를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바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와 차별화하며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성세대의 독서율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제트(Z)세대는 독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를 일종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독서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특징이 독서 문화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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