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골든타임 놓쳐 가는 ‘행정통합 정쟁’ 유감스럽다

2026. 3. 12. 18: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선거제 개혁을 통한 행정통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행정통합특별법이 12일 국회 본회의 상정조차 무산됐다. 여야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3월 임시국회 첫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이달 내 법안 처리가 마지노선임을 감안할 때 두 지역 통합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순항하는 것과 달리 정쟁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는 여야의 무책임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통합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명분 없는 기싸움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특별법안의 동시 처리를, 국민의힘은 지역 내 합의가 이뤄진 대구·경북 통합부터 선(先)처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광주·전남 통합엔 속도전을 펴고 다른 지역엔 ‘공론화 부족’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내세운 민주당의 이중성이나 통합을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할 뿐 내부 갈등은 풀지 못한 국민의힘의 무능도 통합 동력을 잃게 한 요인이다.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촉진시킬 고육지책이 당리당략의 소모품으로 전락됐는데도, ‘네 탓’ 공방만 일삼는 여야가 개탄스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고한 행정통합 마지노선은 4월 초이지만 후보 공천과 선거구 획정, 유권자 홍보 등 실무 일정을 고려하면 이날 본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오는 19일과 31일 남은 본회의마저 놓친다면, 두 지역은 종전의 행정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통합을 전제로 설계된 대규모 국책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

불행은 이뿐만 아니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개편안은 사회간접자본 투자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고 인구 감소지역의 지역균형 가중치를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이것도 통합 광역단체에만 해당되는 혜택이다. 정쟁으로 두 지역이 눈앞의 호재를 놓치고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들의 통합 지지와 기대를 정치가 짓밟고 있는 셈이다.

행정통합 지연이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는 직무유기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여야는 당장이라도 원포인트 합의를 통해 특별법을 처리하는 결자해지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정쟁의 볼모로 잡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