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 눈앞서 쾅, 쾅…7일 버티다 결심했다 “엄마, 국경 넘자” [불타는 중동 탈출르포-프롤로그]
여권만 든채 카타르공항 노숙
“한국 못 가는 거 아냐” 발동동
겨우 현지차량 구해 육로탈출
11일만에 돌아와 안도의 한숨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카타르 하마드국제공항이 멈춰서면서 게시판이 모든 항공편의 취소 안내로 가득찼다. [도하 이소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mk/20260313174215702fnss.jpg)
기자의 가족은 지난 2월 27일에서 28일로 넘어가는 밤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간 뒤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현지시간 아침 8시 15분 스페인행 카타르항공 비행기에 올랐고 곧 이륙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 방송이 나왔다. “항공기가 회항합니다.” 비행기는 쿠웨이트 상공에서 방향을 틀어 5시간 만에 카타르공항으로 되돌아갔다.
낮 12시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자 기내 분위기는 패닉에 휩싸였다.
“삐―삐―삐―.” 300여 명 승객의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재난 경보음이 울린 것이다. 건너편 한 백인 승객이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War.” 하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막 시작된 순간에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란 전쟁 발발 직후 모든 비행편이 취소된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발이 묶인 승객들이 맨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도하 이소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mk/20260313174215953zusp.jpg)
짐도 없이 여권과 지갑만 들고 시작된 기다림은 밤까지 10시간 넘게 이어졌다. 공항 의자와 바닥 곳곳엔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널브러져 잠을 청했고, 기자의 가족도 노숙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게 하루이틀이면 재밌는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오래 지속되면 어떡하냐”며 한숨을 쉬셨다.
![이란에서 쏘아올린 미사일이 격추될 때마다 휴대폰에서 국가 비상사태 알림이 울렸다. [카타르 도하 이소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mk/20260313174217268yvfc.png)
하루 가까이 공항에 갇혀 있던 기자의 가족은 3월 1일 새벽 4시 카타르항공에서 추가로 마련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 마트로 가 속옷과 잠옷 등 간단한 옷가지와 라면, 생수 같은 비상식량을 구입했다. 유럽여행을 위해 챙긴 캐리어 대신 비닐봉지 몇 개가 가족이 가진 전부가 됐다.
이 상태로 카타르에 발이 묶인 다른 환승객 수백 명과 기약 없는 호텔 생활이 시작됐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미사일 공습이 이뤄졌다. 수시로 울리는 재난 문자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매일 아침 9시 카타르항공은 운항 재개 여부를 발표했지만, 매번 기대와 실망의 반복이었다.
![1일 이란의 미사일 보복 공격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카타르 도하 공업지역을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mk/20260313174218638iflm.png)
갇힌 관광객과 교민 수가 카타르의 10배인 두바이에서만 전세기가 뜰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혹시 카타르가 보유하고 있는 요격용 방공무기가 떨어질 경우 어쩌나”란 우려가 커진 이유도 있었다. 3월 7일 새벽 6시, 기자의 가족은 5인승 SUV와 현지 운전사를 구해 사우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하를 빠져나오니 키가 작은 관목과 풀만 듬성듬성 자라는 끝없는 사막이 이어졌다. 카타르 ‘아부삼라(Abu Samra)’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면 사우디 ‘살와(Salwa)’ 국경 검문소에서 입국 심사와 수하물 검사 등을 하게 된다. 수십 명의 여행객 사이에서 몇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 후 기자 가족도 사우디에 입국할 수 있었다.

이날 밤 8시,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좌석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이륙이 불가능하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이란의 드론 공격 때문이었다.
밤 11시 30분 마침내 “영공이 다시 열렸다”는 기장의 짧은 안내와 함께 기체가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주일 만에 드디어 중동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눈을 붙인 뒤 이날 저녁 6시 이스탄불에서 몽골 울란바토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울란바토르공항에서 8시간 환승 대기를 한 후 3월 10일 저녁 8시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소연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mk/20260313174221337gcn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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