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경로당 641곳 ‘폭염·한파 쉼터’로…냉·난방비 3억 지원

황기환 기자 2026. 3. 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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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별 최대 66만 원 차등 지원… 전기료 부담 덜어
에어컨 점검·수리비까지 지원… 경로당 ‘기후 대응 거점’ 변신
▲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난해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경주시

기후 위기로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가운데, 경주시가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경로당을 안전한 '기후 대응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히 지원금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기기 관리부터 수리비 지원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짠다는 계획이다.

경주시는 지역 내 등록 경로당 641개소를 대상으로 '경로당 특별 냉·난방비 및 에어컨 관리 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실효성 있는 '차등 지원'이다. 시는 올해 전액 시비로 편성된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로당의 면적과 규모에 따라 연간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66만 원까지 냉·난방비를 지원한다. 이달 중 난방비 2억 1000만 원을 우선 집행하고, 혹서기인 8월에는 냉방비 9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 어르신들이 비용 부담 없이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경로당 현장에서는 냉방기기가 있어도 고장 수리비나 전기료 부담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황성동의 한 경로당 회원 김모(78)씨는 "작년 여름에 에어컨이 갑자기 멈췄을 때 수리비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한참을 고생했다"며 "시에서 직접 업체를 불러 점검해주고 수리비까지 보태준다고 하니 큰 시름을 놨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4200만 원의 별도 예산을 편성해 '에어컨 관리 용역'을 실시한다. 전문 업체가 사전에 냉방기기를 점검하고 관리대장을 작성해 체계적인 상시 관리에 나선다. 특히 100만 원 이상의 고액 수리비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유지보수 비용을 지원해 관리 사각지대를 없앨 방침이다.

경주시의 이번 행보는 경로당을 단순한 친목 도모 장소에서 재난 대비 기능을 갖춘 복합 복지 공간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인 노인들이 기후 변화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원은 선제적인 기후 복지 정책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기기 성능 유지(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방식은 타 지자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복지 공간"이라며 "폭염과 한파 등 극한 기상 상황 속에서도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행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