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치매센터’ 국회 상정됐지만...정부·의료계 일제히 ‘반기’ 든 이유는?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사회적 비용만 연 27조 원
복지부·기재부·NMC·의협, 전문성 약화·재정 부담 ‘신중론’
추가 법적 쟁점도...소위 심사 거쳐 본회의까지 험로 예상

중앙치매센터를 독립 기관인 '국립치매센터'로 격상하는 법안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관계 부처와 의료계가 일제히 부정적 견해를 쏟아내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 회의에서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위탁 운영 중인 중앙치매센터를 독립법인으로 전환해 국가 치매 관리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전진숙 의원 "중치, 위탁 운영으론 한계...독립 기관 전환해야"
이 같은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급격히 증가하는 치매 환자 규모와 사회적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말 고령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97만 명으로, 2030년 121만 명, 2050년에는 22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직접 의료비와 간병비, 장기요양비, 생산성 손실 등을 포함한 치매 관리 비용은 지난해 기준 약 26조 9,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로, 향후 GDP 대비 최대 3.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장래 추계에서는 2070년 치매 관리비가 21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개정안은 현행 중앙치매센터의 위탁 운영 방식으로는 치매 정책 전반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관리법을 근거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2년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 운영을 맡은 이후 2021년부터는 국립중앙의료원(NMC)에 위탁됐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관리 지침 개발, 치매 등록 통계사업, 치매안심센터 지원, 역학조사 등 국가 치매 정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정책 지원 기능에만 치우쳐 연구개발, 임상시험, 인력양성 등 치매 대응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중앙치매센터의 지난해 예산 규모는 ▲국가 치매 관리 39억 5,000만 원 ▲치매 상담 콜센터 15억 9,000만 원 ▲공공후견지원 3억 6,000만 원 등 약 72억 원이다. 조직은 센터장 1명, 부센터장 1명을 포함해 9개 팀으로 구성됐다.

개정안은 위탁 운영 체계를 폐지하고 복지부 산하 독립법인 형태의 국립치매센터를 설립하도록 치매관리법 제16조를 전면 개정하는 내용이다. 새로 설립되는 국립치매센터는 치매 예방·진단·치료·돌봄 전 주기에 걸친 연구를 비롯해 AI 기반 빅데이터 수집·분석, 노인성 뇌 질환 연구 중심 병원 운영, 표준 돌봄 모델 개발, 의료·복지·지역사회 연계 플랫폼 구축 등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했다.
또 헬스테크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하는 실증 테스트베드 제공, 의료·심리·가족지원을 포괄하는 치매 돌봄 인력 교육·훈련 등도 주요 역할에 포함됐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설립 비용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예산 범위에서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게 규정했다. 필요할 경우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넣었다.
다만 법안에 구체적인 비용 추계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한 중앙치매센터 운영 지원 계획 규모는 약 41억 원 수준이다. 국립치매센터로 전환될 경우 인력과 시설 확보 등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수 있지만, 센터의 실제 업무 범위와 조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는 합리적인 비용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복지부·기재부·NMC·의협, 전문성 약화, 재정 부담 '신중론'
이 같은 법안 취지에도 정부 부처와 관련 단체들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박동찬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 기획예산처, 국립중앙의료원, 대한의사협회 모두 독립 법인 설립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할 경우 오히려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중앙치매센터를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치매 관련 전문인력과 임상·연구·교육 인프라를 이미 갖췄다는 것이다. 또 응급의료센터 역시 공공보건의료 기관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인력과 시설을 새로 확보하는 데 따른 추가 재정 부담도 우려했다.

기획예산처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중앙치매센터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위탁한 것 자체가 진단·예방·치료·연구 등 의료원이 보유한 치매 분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별도 기관을 만들 경우 기능 간 연계성이 약화돼 오히려 정책 추진과 사업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독립 기관 신설 없이도 현행 위탁 체계를 정비하고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면 개정안이 목표로 하는 치매 관리 기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뇌혈관질환 등 노인성 뇌 질환을 포괄적으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추고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공공기관 비대화와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설립 비용으로 사용하는 조항에 대해 기금 조성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질환 관리 사업에서도 같은 방식의 재정 지원 요구가 이어지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시스템의 법적 지위와 기능을 내실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다.
◆ 추가 검토 쟁점도...소위 심사 거쳐 본회의까지 험로 예상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개정안과 관련한 두 가지 법적 쟁점도 추가로 짚었다. 먼저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용 범위는 금연 교육·광고, 건강생활 지원사업, 보건교육 등에만 사용하도록 한정돼 있다. 국립치매센터 설립 비용을 이 기금에서 출연하는 것이 적법한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유재산을 국립치매센터에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또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상 별표에 규정된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특례를 둘 수 없다는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심사를 앞두고 있다. 향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 부처와 의료계의 부정적 의견과 함께 법적 쟁점 등이 동시에 제기된 만큼 실제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립치매센터 설립과 조직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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