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고소·고발 … 법왜곡죄·재판소원 시행에 사법부 '부글'
조희대 대법원장 고발 '서막'
'尹 전대통령 부부 사건' 맡은
지귀연·우인성 고발도 예고
재판소원 오후 6시까지 16건
'대출사기' 與 양문석도 불복
"정치인 재판불복 시작"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1호 고발 대상이 되는 등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이 시행되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절차를 정치적으로 공격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후 2시부터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 리조트에서 1박2일간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법 3법 통과에 반발해 법원행정처장직을 사퇴한 박영재 대법관 대신 김시철 사법연수원장 주재로 전국의 각급 법원장과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을 두고 4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모든 판검사에게 법왜곡죄의 화살이 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을 맡은 지귀연·우인성 부장판사를 향한 법왜곡죄 고발도 예고된 상태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10년 이하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법 왜곡'의 기준이 애매해 판검사에 대한 보복성 고소·고발이 발생하고 기존 판례를 뒤집는 도전적인 법 해석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수사와 재판을 어떻게 하든 불만을 가진 사람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유로 고발당한다면 수사와 재판을 끌게 될 것이고 선량한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가 미덥지 않아 도입했겠지만, 야당도 얼마든 법왜곡죄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판사도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라면 앞으로는 신속한 재판이 절대 불가능하다"며 "검찰이 법왜곡죄 고발을 불기소하면 그 검찰도 고발하겠나"라고 불만을 표했다.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확정 판결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재판소원 역시 오남용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날 대법원에서 대출사기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양문석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갑)은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판결 불복 의사를 밝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시행되자마자 부작용으로 우려됐던 전형적인 '정치인의 재판 불복'이 노골적으로 시작됐다"며 "헌재가 사건을 각하하겠지만 재판소원의 효용성에 대해 불신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는 재판소원이 12일 자정에 시행된 이후 오후 6시까지 총 16건의 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1호는 내전을 피해 한국에 왔다가 11년 만에 추방당한 시리아인 모하메드 씨 사건이다. 추방을 면하기 위해 강제퇴거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기각됐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모하메드 씨 사건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부터 두 달가량 지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관측한다. 재판소원은 확정 판결 이후 3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재판소원으로 인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과도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정위헌은 법률 조항 자체를 위헌으로 무효화하지는 않되, 해당 조항이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되는 경우에 한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는 헌재의 변형 결정을 말한다. 그동안 대법원은 법률 해석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으로, 법원 판단이 헌재의 한정위헌에 반드시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적극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지난달 4일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관한 명시적 근거를 두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박홍주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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