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는 254일, LNG는 3주까지 거뜬…왜 일본은 에너지 위기에 강한가 [디브리핑]
LNG 비축량 약 3주치 보유…한국은 9일치 비축
1973년 원유 파동 사태 이후 만반의 대비
日기업들, LNG 수주 프로젝트 대거 참여
비축유 대량 확보에도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엔 타격
아사히 “대체 공급 경로나 수입국 확보가 관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2/ned/20260312165610359cnrt.jpg)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위협으로 마비 상태에 놓이면서 세계 각국이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은 원유 206일분과 액화천연가스(LNG) 3주 이상 분량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7 국가보다 훨씬 많은 수준으로, 에너지 안보 정책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수출 물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은 오래된 전략적 목표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3년 도쿄 동부 후쓰에 위치한 도쿄전력 후쓰 화력발전소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와 막형 운반선의 모습.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2/ned/20260312165610606tdiu.jpg)
일본은 중동 정세에 따른 공급 차질에 대비해 해당 지역의 LNG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LNG 공급 의존도를 약 6%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2014년 25%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43%는 호주산이었고, 이어 말레이시아(15%), 러시아(9%), 미국(7.2%)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은 LNG 비축량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아 주목된다. 극저온 상태의 연료인 LNG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증발하기 때문에 원유보다 저장이 어렵고, 비축량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가스 완충 능력은 일부 주변국보다 우수한 상황이다.
실제로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수출 플랜트 가동 중단 이후 일본이 현재 전국 소비량 기준 약 3주치에 해당하는 LNG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대만은 11일이 조금 넘는 가스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법정 의무치인 9일분을 상회하는 LNG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원유에서도 일본은 G7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소비량 254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가 비축 146일분, 민간 비축 101일분, 산유국 공동 비축 7일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2/ned/20260312165610828gncb.jpg)
이처럼 일본이 이번 중동 사태와 같은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1973년 원유 파동 사태가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도 원유 파동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화장지 사재기까지 벌어지는 패닉 바잉이 확산하는 등 물가가 치솟았다. 이 같은 경험을 계기로 일본은 비축유 확보에 집중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국회는 1975년 ‘원유비축법’을 통과시켜 민간 정유사와 수입업자들이 90일분 공급량에 해당하는 재고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1978년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비축유를 구축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비축유는 정부 지원 기관인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관리하고 있다. 원유는 전국 10개 기지에 저장돼 있다.
민간과 국가 비축분 외에도, 비상시 일본이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공동협정에 따라 중동 산유국들이 일본 내에 보관 중인 원유도 있다.
이 밖에도 일본 기업들은 LNG 운반선을 보유하고 수출 프로젝트 지분을 갖고 있으며, 미국·호주·중동 등의 가스전 상류 부문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을 주요 LNG 공급망 전반에 깊숙이 포진시켜 글로벌 가스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도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협력은행(JBIC), 일본무역보험(NEXI) 등 기관들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민간 부문에 금융과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장기 공급을 확보하는데 용이해졌다.
일본은 또 장기 계약을 통해 약 7000만톤의 LNG를 확보해 두고 있다. JOGMEC에 따르면 이는 일본의 연간 국내 수요를 웃도는 수준이다. 평상시에는 이 초과 물량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재판매될 정도이며, 위기 상황에선 이 선적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본은 러시아 사할린1·2 석유·가스 수출 프로젝트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책 당국은 당시에 큰 충격을 받았고, 교훈은 분명했다. 다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전략적 비축유 제도는 일본 에너지 안보 정책의 한 층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2/ned/20260312165611101wuvs.jpg)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일본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일본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원유 수입 가운데 거의 96%가 중동산이었다. 이 가운데 44%는 UAE, 40%는 사우디아라비아산이었다.
이에 비축유 방출을 통해 단기적 차질은 상쇄할 수 있겠지만, 생산시설이나 해상 운송로에 대한 피해가 장기화하면 이를 상쇄하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원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호르무즈 해협 운행의 정상화가 핵심인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경제산업성도 일본이 국제 기구 회원국의 합의와 별도로 선제적으로 비축유 방출에 나선 목적이 가격 인하가 아니라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선임연구원 제인 나카노는 “미국산을 포함해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르면 16일부터 민간 비축유 15일분과 국가 비축유 1개월분을 단독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번에 일본이 방출하는 원유는 전체 비축량의 20%에 못 미친다”며 “비축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다. 그 사이 대체 공급 경로나 대체 수입국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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