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故 제인 구달 박사 나올 수 있게…고유 브랜드 'K-사이언스' 추진"

이병구 기자 2026. 3. 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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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정부24 본딴 연구자용 '연구24' 공개"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에 한국의 역사·문화·환경을 결합해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발전까지 기여하는 연구 패러다임 'K-사이언스' 정책을 올해 새로 추진한다. 국민과 전세계가 공감하는 한국 고유의 과학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왜 한국에서는 제인 구달 박사 같은 분이 안 나올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그동안 한국의 연구개발(R&D)이 글로벌 경제 분야에 치우쳐 있었다"고 진단했다.

박 본부장은 "평생 한 가지 주제를 연구하면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탄생한다"며 "'이거야말로 한국 사람들이 제일 잘 하는 과학이다'라는 아이템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사이언스는 한국인이 연구 주류를 형성해 글로벌 연구를 주도하는 분야, 외국보다 앞서나가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도 영역, 한국의 생존과 혁신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과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지질 환경이나 한국 고유 동식물, 생태계 등은 외국인 과학자가 관심을 두고 할 수 없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박 본부장은 고고학도 대표적인 K-사이언스 분야로 꼽았다. 1600년대 관측된 조선시대 초신성 기록이 국제 천문학 연구에 기여한 사례도 예시로 언급됐다.

박 본부장은 "현재는 이공계와 인문학 사이에 칸막이가 있다"며 "국내 인문학계와 연계한 바텀업 아이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사이언스는 기존에 있던 것을 홍보하고 알리는 과학문화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리서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연구와 기술에 문화라는 스토리텔링이 덧붙여지고 국민들에게 알리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 연구개발 예산 규모를 봤을 때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사이언스의 구체적인 연구 주제는 이달 중에 각 부처의 제안을 중심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2분기 중에 전문가 검토 및 정책협의회를 통해 'K-사이언스 전략'을 추진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바이오, 로봇, 원자력 등 국가 차원의 공통 기술분야 19개를 도출해 집중 지원하기 위한 '국가 전략기술 분류체계 현황맵'도 처음 공개됐다.

현황맵은 분야별 세부 기술을 법령에 따라 구분해서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연구자나 기업은 자신이 연구개발하는 주제가 어떤 정책의 대상이고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현황맵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완성도는 90% 정도로 디테일 등을 수정·보완해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국가 전략기술 분류체계 현황맵 첫 화면. 과기정통부 국가 전략기술 분류체계 현황맵 시범 사이트 캡처

주요 국가R&D 시스템의 로그인 창구를 단일화해 이용편의성을 제고하는 '연구24(가칭)'도 6월 출시된다. 

임 조정관은 "각 시스템의 운영 부처가 달랐다"며 해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없는 데도 개선되지 않았던 전형적인 칸막이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본부장은 국민 편의성을 개선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정부 민원 처리 플랫폼 '정부24'를 예시로 들며 "연구자들의 정부24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민간의 드론 기술을 국방 수요로 연계해 실증·조달하며 민군 이중용도 활용 시장 구축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로 3월부터 추진한다. 올해 원거리 저지연 영상 송수신 장치가 탑재된 정찰용 드론 100대를 시작으로 상용드론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간담회에 이어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0회 운영위원회에서는 '2027년도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안)'이 심의·의결됐다.

정부는 전 국민 AI 활용 확산, 범국가 AI 대전환(AX), 등 AI 3강 도약 목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첨단바이오와 양자, 우주·항공·해양 등 혁신기술 확보에도 지원을 강화한다. 신종 위협 대비 사이버보안 기술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핵융합 등 대기업 참여가 저조한 전략기술 분야는 스타트업을 R&D에 적극 참여시켜 체급을 키우는 형태로 추진될 전망이다.

에너지·탄소중립 분야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대전환을 가속한다. 공급망 문제 대응 등을 위해 소재 기술에도 지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국민이 R&D 투자의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홍수, 산불 등 재난안전 대응을 위한 R&D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기술을 적용해 현장문제 해결 중심으로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과기정통부는 급변하는 글로벌 과학기술 환경과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비 성격의 신속 대응 R&D 기획·관리를 올해 5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단계적 폐지와 함께 임무 중심 전략연구사업 확대, 우수인재 확보 및 정규직 처우개선을 병행하여 성과·임무 중심 연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기관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대학 블록펀딩, 실패한 연구가 혁신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지원방안 등을 검토한다. 중소·벤처 성장을 위해 기술이전·사업화 스케일업을 위한 부처-사업 간 협력을 확대하고 청년창업 및 공공기술 사업화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이날 의결된 투자방향은 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이후 기획예산처 및 관계 부처에 통보돼 5월 각 부처의 R&D 사업 예산 요구 이후 9월까지 2027년도 정부R&D 예산 조정·편성 기본 지침으로 활용된다.

박 본부장은 "이재명 정부는 무너진 과학기술 생태계를 복원하고 과감한 R&D 투자로 AI 대전환 등 혁신의 토대를 마련해 왔다"며 "R&D 투자가 AI 3대 강국 도약,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창업 코리아 실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결실을 맺을 때"라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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