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드가 중동 가면 방공망 뚫리나…‘큰일 나진 않아’

권혁철 기자 2026. 3. 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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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 기지에서 방공무기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주한미군 방공무기인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중동 이동이 현실화되면서, 영공 방어에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걱정을 하는 쪽은 주한미군 패트리엇이 나간 공백은 한국군 방공무기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사드는 필수불가결하고 대체 불가여서 방공망에 큰 구멍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현실에 부합하는지 따져보려면, 먼저 한반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는 로켓추진체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한다.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물가에서 던진 돌처럼 상승단계-중간단계-하강단계라는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발사 초기에 탐지해 추적하면 탄착점과 발사점 예측이 가능하다. 탄착점 예측이 되면 상대 미사일을 격추하는 최적의 교전포대(요격미사일)를 할당할 수 있다.

상승 단계, 중간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을 겨냥하는 요격무기는 없다. 한반도 세로 길이가 짧아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분 안에 한국에 날아오기 때문에 상승-중간단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3번째 하강단계에 집중돼 있다. 하강단계의 고도를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로 나눠 촘촘하게 요격미사일을 배치는 다층방어체계로 짰다. 구체적으로 △패트리엇2(20㎞ 안팎 저고도) △천궁II와 패트리엇3 (30~40㎞ 안팎 중고도) △사드(40~150㎞ 범위 고고도)로 구성된 3중 방공망이다. 사드에 ‘고고도’란 이름이 붙은 것은 중고도·저고도 요격미사일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한국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 국방부 제공

방공망 공백을 우려하는 쪽도 주한미군 패트리엇 차출 공백은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만든 패트리엇은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 미사일을 요격해 유명해졌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주한미군 기지 방어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지금도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는 경기 평택 등 국내 미군기지들 주변에 배치돼 있다. 패트리엇은 넓은 지역 전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요 핵심시설을 ‘핀 포인트’ 방어(거점 방어)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한미군만 패트리엇을 갖고 있어 주한미군이 미사일 방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한국군은 2006년 항공기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PAC-2)을 도입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한 패트리엇(PAC-3)도 도입했다. 한국 공군 패트리엇 포대들이 청와대 등 수도권의 중요 시설을 지키고 있다.

주한미군에 8개 패트리엇 포대가 있는데 한국군에도 주한미군 규모 이상의 패트리엇 포대가 있다고 한다. 한국은 최근에는 국산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천궁-Ⅱ(M-SAM)도 갖췄다. 천궁-Ⅱ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국산 무기다. 방산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과 유럽이 미국과 합작해 미사일 요격무치체계를 개발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미사일 요격무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는 드물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 방공무기 중동 반출을 언급하며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심하게 생겼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런 한국군 자체 방공전력이 꼽힌다.

지난 8일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방공망 공백 논란의 초점은 패트리엇에서 사드로 옮겨왔다. 사드는 영공 방어에 필수불가결한데도 국내에서 나가면 패트리엇과 달리 대체할 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판 사드’로 불리는 국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은 내년쯤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한국군 방공전력으로 사드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팩트다.

사드가 영공 방어에 필수 불가결인지는 따져볼 대목이 있다.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북한이 고각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은 사드가 아니면 못 막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값싼 스커드 미사일 같은 단거리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이 굳이 비싼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미사일을 쏘면 한반도를 지나가기 때문에 압록강 부근에서 정상 발사 각도보다 높은 고각도로 발사해야 국내에 떨어진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30~45도 각도로 쏘는데 고각 발사 때는 90도 수직에 가까우며 이는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령 괌이나 하와이, 미 본토 등을 사거리 안에 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고각 발사를 해서 의도적으로 비행거리를 줄여왔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키우되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한때 박근혜 정부도 북한이 사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수도권을 타격할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2016년 7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미사일의 고각 발사 말고도 서울을 공격할 화력과 자산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만 해도 수백 발”이라며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발행한 ‘2016년 국방백서‘에서도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로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 패트리엇이 더 유용한 요격무기 체계”라고 평가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5년 4월 발간한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협조와 저항‘ 보고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너무 인접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이 낮은 궤적으로 비행해 수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2016년 사드가 큰 우산이라고 홍보한 국방부 홍보물. 국방부 제공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사드 국내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천궁II 미사일 고도 위에서 사드가 한번 더 방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고고도 요격능력이 있는 사도를 국내에 배치해 고도별 거리별 다층 요격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패트리엇이 작은 우산이라면 그 위에 사드란 큰 우산을 하나 더 갖추면 안보가 든든해진다는 설명이었다.

애초 사드 배치 논리가 ‘없으면 큰 일 난다’가 아니라 요격미사일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식 보완 개념에 가까웠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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