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ing Back On The Past 20 Years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3. 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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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레나> 창간 10주년 기념호에 ‘지난 10년’이란 기사를 진행했다. 시작하는 글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아레나>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다시 기록해보기로 했다.’ 다시 10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창간 20주년. 이후 10년 역시 <아레나>는 잡지의 본령대로 우리 주변을 기록해왔다. 하던 대로 이번에도 다시 기록해보기로 했다. 20주년이니까 지난 20년이란 시간을 되돌아봤다.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앞선 10년보다 이후 10년이 더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역시 세상은 점점 가속도를 붙여 변해간다. 그 가속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ARCHITECTURE
더 높게, 더 화려하게, 더 새롭게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하원 의사당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건축이 가진 힘과 몫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문장이다. 20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건물들과 함께 전에 볼 수 없던 풍경들이 생겨났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마천루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떠올랐고, 낡고 오래된 공장지대는 트렌드의 최전선이 되었으며,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시민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백의 공간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20년간 탈바꿈한 도시 곳곳을 되돌아보며 건축계에 일었던 변화를 살펴봤다.
 

001 한국형 마천루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들이 하나둘 솟아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 상위 10위는 모두 2010년대 이후 완공됐다. 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 타워(555m, 123층)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그다음으로 높은 건물은 2019년 완공된 부산의 엘시티 더샵 랜드마크타워(411.6m, 101층). 2010년대 이전 세워진 빌딩 중 가장 높은 건물은 2004년 완공된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3차 G동(263m, 69층)이다.

002 대기업 신사옥
지난 20년 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 성채를 지어 올렸다. 삼성은 2008년 강남역 일대에 마천루 세 채로 구성된 삼성타운을 완성했다. 용산에도 신사옥들이 들어섰다. 2017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이 거대한 큐브 모양의 사옥을 완공했으며, 2020년 완공된 하이브 사옥은 K-팝 팬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2021년 경기도 분당에 '네이버 1784'를 세웠는데, 이는 단순한 사옥에 그치지 않고 로보틱스, 자율주행, AI 등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003 한옥 트렌드
도심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생겨나지만, 한옥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정책 차원에서 조성된 공간들도 있다. 서울 은평한옥마을, 세종 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종로 익선동은 1920년대 한옥 주거 단지로 조성됐지만 쇠락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동네였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뉴트로'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서울에서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됐다.

004 쉼표가 된 공간들
경의선숲길, 서울로 7017, 노들섬. 세 공간의 공통점은 2010년대에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성됐다는 점이다. 기존에 있던 도시 인프라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 세운상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68년 준공된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이자 당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주상복합타운이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슬럼화기 진행됐지만, 2015년부터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거치며 시민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005 하이엔드 주거 공간
2002년 첫 완공된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부의 상징'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초고층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서울 곳곳에는 '초초고가'라는 수식에 걸맞은 고급 주택들이 들어섰다. 과거 뚝섬 경마장이 있던 자리에는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가 세워졌다. 이어 서울숲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까지 완공되며 강동권 초호화 럭셔리 단지를 형성했다. 한남대교 건너편에는 한남더힐, 나인원한남과 같은 저층 아파트가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006 부활한 옛 건물들
'부활'이라고 할 만한 건축 프로젝트들도 있었다. 그중 가장 뜻 깊은 사례로는 광화문 복원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광화문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해체되고 불타는 수모를 겪었다. 1968년 중건을 거쳤지만 목재가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2010년 8월이 되어서야 광화문은 목재 건축물로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일제강점기에 경성부청 청사로 지어졌던 서울시청 구청사는 보수를 거쳐 서울도서관으로 역할을 바꾸었고, 2012년 지금의 신관이 완공됐다. 과거 정부의 석유비축기지로 사용되던 건물은 외관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2017년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했다.  

007 브랜드 아파트의 프리미엄화
브랜드 아파트의 프리미엄화는 지난 20년간 국내 주거 트렌드를 관통하는 흐름이다. 브랜드 아파트가 2000년대 초반 '시공 품질'을 보증했다면, 2010년대에는 '남다른 거주 경험'을 뜻했다.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 안에는 게스트 하우스, 사우나,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조식 제공 등 호텔 못지않은 서비스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래미안 원베일리(래미안), 아크로(e편한세상), 디에이치(힐스테이트) 등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들이 주거 공간의 프리미엄화를 이끌었다.

008 붉은 벽돌의 재발견
성수동 공장지대는 1963년 모나미 공장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수동에는 수제화 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지대를 형성했지만, 199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며 낡은 동네로 후퇴했다. 그러던 2011년, 대림창고가 문을 열었다. 옛 정미소 건물을 카페이자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대림창고는 젊은 세대를 불러 모았고, 2016년 카페 어니언이 성수동에 문을 연 이후 수많은 카페들이 성수동에 들어섰다. 그런 성수동은 현재 '팝업특구'로 불리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 역할을 지키고 있다.

009 거장이 남긴 작품들
이제는 서울 시내에서도 세계적 건축 거장들의 아카이브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역시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014년 개관한 DDP는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다. 일본의 안도 다다오는 2013년 강원도 원주에 뮤지엄 산을 완공했으며, 제주도에는 본태박물관과 유민미술관을 지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파크원 역시 세계적 거장의 작품.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로이드 빌딩을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가 건축했다.

010 국내 건축가의 등용문
2008년 시작된 '젊은건축가상'은 한국 건축가들의 등용문으로 기능했다. 대형 설계사무소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도시 곳곳에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이어가는 젊은 건축가들을 조명하기 시작한 것. 그간 젊은건축가상이 배출한 건축가들은 주택, 공공 프로젝트, 상업 공간에서 괄목할 만한 작업물을 선보이며, 한국 건축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참고로 지난 2025년에는 여의도 파크원 아트파빌리온을 설계한 김선형 건축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ART
확장과 재편
한국 미술은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한때 지역적 맥락으로 읽히던 작업은 국제 전시와 경매시장을 통해 재조명되었고, 서울은 글로벌 갤러리들이 모이는 전략 거점으로 부상했다. 비엔날레 수상과 대형 기획전은 동시대 한국 작가의 존재감을 공고히 했고, 해외 컬렉터의 유입은 시장의 체급을 바꿨다. 동시에 미술은 감상의 영역을 넘어 투자 자산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온라인 경매와 공동구매, 디지털 아트 실험은 접근성을 넓혔고, 대형 아트페어의 출범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이제 미술은 특정 계층의 취향이 아니라, 도시와 산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011 한국 미술의 도약
한국 작가의 단색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 <Dansaekhwa>와 블룸앤포, 페로탕 등 해외 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박서보·이우환·정상화 등의 작품이 홍콩·뉴욕 경매에서 주목받았으며, 김환기의 1971년 점화는 2019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132억원을 기록했다. 백남준, 김창열의 작품 역시 주요 경매에서 인기를 끌었다.

012 서울에 모인 세계 갤러리
2016년 페로탕 서울을 시작으로 2021년 리만 머핀과 타데우스 로팍, 2022년 글래드스톤과 탕 컨템포러리, 2023년 화이트 큐브와 에스더 쉬퍼 등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잇달아 서울에 지점을 열었다. 청담동과 한남동 일대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전략 거점으로 부상했고, 이들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작가와 한국 작가를 병행 소개하며 컬렉터 저변을 확대했다.

 013 황금사자와 은사자
2014년 제14회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조민석 커미셔너가 이끈 '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한국관이 본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서는 임흥순이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해 한국 작가 최초로 본전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는 동시대 한국 미술과 건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건이었다.

014 감상에서 투자로
MZ세대의 재테크 관심이 2020년 전후로 확대되며 미술품은 대체 투자 자산으로 부상했다.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은 온라인 경매를 강화했고, 2021년 NFT 아트 열풍과 함께 국내 작가와 기업이 디지털 작품을 발행했다. '아트앤가이드' '투게더아트' 등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도 등장해 소액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 다만 2022년 이후 NFT 시장이 급락하며 변동성 위험도 드러났다.

015 프리즈 서울의 탄생
2022년 9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렸다. 키아프(KIAF)와 동시 개최되며 서울 일대는 국제 미술 축제의 장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미술시장 유통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방문하면서 한국 미술의 위상 역시 상승했으며, 2026년 올해 기준 다섯 번째로 프리즈 서울이 열린다.

016 여전히 스타와 미술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예인의 미술 활동은 계속된다. 솔비는 어느덧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다. 지난해 2000만원대에 그림을 판매했고, 개인전을 이어오고 있다. 박신양은 연기 활동을 하다가 크게 병을 앓은 뒤로 미술에 전념했고, 안동대 미술학과 석사 과정에 도전했다. 배우 하정우와 하지원, 가수 나얼과 송민호도 개인전을 열었다.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이들의 참여는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스타의 영향력은 시장과 대중 인식 모두에 작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017 우뚝 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을 새로 열고 디지털 전시를 강화하며 관람객을 이끌었다. 2022년 방탄소년단 RM이 방문한 이후에는 젊은 세대와 해외 팬들의 관심이 급증했고, 2023년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특별전 유료화와 예약제 도입으로 운영 안정성을 높이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은 더 이상 전통 유물 보관소가 아닌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018 아트부산의 급부상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던 국내 미술시장이 2018년 변화를 맞았다. 소규모 지역 페어에 머물던 아트부산이 해외 갤러리와 참가 갤러리 비중을 두 배 이상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방문객과 거래액도 크게 증가했고, 점차 지역 컬렉터층이 성장했다. 일본·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도 해외 갤러리 접근성에 유리한 영향을 끼쳤다. VIP 방문 수와 판매 실적에서 키아프(KIAF)와 어깨를 나란히 한 해도 있었다.

019 대규모 전시의 향연
김환기 탄생 100주년, 윤형근과 김창열 회고전, 이불 개인전, 론 뮤익과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까지 거장들의 대규모 전시가 지속적으로 개최됐다. 그중 2021년 첫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특별전으로 이어지며 관람객을 수백만 명 모았고, <론 뮤익> 전은 하루 평균 5500여 명이 방문하며 성공리에 폐막했다. 해외 및 한국 근현대 거장을 병치하는 전시 전략은 관람객 규모와 미술 담론을 동시에 확장했다.

020 일상을 물들인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는 미술관을 넘어 도시 공간으로 스며들었다. 워커힐 호텔 '빛의 시어터'는 몰입형 전시로 반 고흐와 구스타프 클림트 등 거장 작품을 재해석했고, 서울스퀘어는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는 계절 행사 자체를 문화 이벤트로 연출해 해마다 화제를 낳고 있다. AR·VR 기술을 활용한 전시는 공간 경험으로 진화한 새로운 관람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BOOK
종말의 종말
2000년 3월 14일. 스티븐 킹의 소설 <총알차 타기>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서 200만 명 넘는 독자들이 접속했고 사이트는 마비되었다. 그때도 사람들은 종이책의 종말을 예언했다. 종이책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단골 예언이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이 증명하듯 종이책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와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20년 동안 출판업계에 호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꿀지언정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배움과 즐거움이 있으니까.

021 웹툰의 주류화
한국은 웹툰 발명국이다. 2006년 연재를 시작한 강풀의 <26년>은 웹툰 초창기 큰 인기를 모으며 웹툰 보급화에 앞장섰다. 같은 해 9월 연재를 시작한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14년간 연재되었고, 웹툰도 메가히트작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웹툰은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제2차 생산되며 'K-콘텐츠'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 2024년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약 2조2856억원으로 추정된다.  

022 여성 작가들의 활약
최근 20년간 한국문학에서 가장 또렷한 흐름은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다. 과거 남성 작가들이 정치나 역사에 기반한 서사시를 썼다면, 여성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서로 연대하는 데 집중했다. 김애란, 최은영, 정세랑은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품은 작품을 선보였고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20년대 이후에는 백온유, 성해나, 예소연, 이유리, 이희주 등 젊은 작가들이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작품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023 소규모 독립 출판 붐
과거 책을 내는 일은 전업 작가들의 특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2010년대, 홍대와 연남동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독립 서점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동네 서점에서는 사장의 취향대로 고른, 즉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흐름에 힘입어 개인의 내밀한 감정과 이야기를 기록한 에세이들이 인기를 얻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024 한국 SF의 반격
그간 국내에서 SF 소설은 장르 문학으로 치부되며 본격 문학에 비해 가벼이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김초엽이 등장했다. 2019년 출간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한 중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10여 개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며 해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 중 하나가 됐다. 이듬해에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이 출간되는데, 이 역시 10여 개 국가에 판권을 수출했으며,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판권을 계약하는 성공을 거뒀다.  

025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2024년 10월 10일은 대한민국 문학사에 가슴 벅찬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소설가 한강이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이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했지만, 노벨문학상이 시사하는 무게는 남달랐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독자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026 장편이 가고 단편이 왔다
'스낵 컬처'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간식처럼 짧은 시간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가 대표적이다. 대중이 숏폼에 익숙해지면서 소설도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 긴 호흡의 대하소설을 찾기 힘들어졌고, 단편을 엮은 소설집 출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짧은 서사 안에서도 완결성이 있는 단편소설은 오늘날 한국문학계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027 주인공이 된 젊은 여성
독자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을 이끄는 건 젊은 여성 독자다. 이들은 단순히 책을 구입하고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 독자는 팬덤을 만들고, 굿즈를 구매한다. 실질적 구매력이 있는 독자층이 젊은 여성으로 바뀌면서, 출판사도 그에 맞춰 마케팅 방식을 바꿔나갔다. 책을 소유하고 싶게 하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SNS를 활용한 제2차 콘텐츠, 독자가 오프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북토크가 대표적이다.  

028 손바닥 위 도서관
2009년에는 한국 최초 전자책 전문 출판사 '리디북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에는 전자책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됐으며, 2017년에는 국내 최초 전자책 구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기기가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장소에 제한되지 않고 원하는 책을 간편하게 꺼내 읽을 수 있는 전자책으로 독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029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지성
'예스24'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문학 비평과 큐레이션의 중심지가 됐다.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취향에 맞게 책을 추천하고, 실시간 구성하는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더 많은 베스트셀러를 낳았다. 평론가의 비평보다 독자들의 리뷰가 더 강력한 구매 요인으로 떠오른 것. 새벽 배송과 온라인 중고 서점은 우리가 책을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030 듣는 책, 오디오 북
멀티태스킹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 오디오 북은 새로운 독서 방식으로 급부상했다. 책을 읽어주는 건 성우만이 아니었다.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거나 좋아하는 유명인이 라디오처럼 책을 읽어주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오디오 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헬스장에서 음악을 듣거나, 차에서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책을 소비할 수 있게 된 것. '듣는 책'은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며 독서라는 행위를 새롭게 제시했다.

CAR
기술의 급가속

자동차는 거대한 산업이다.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사회문화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존재이기에 자동차 역사 140년 동안 매 순간 빠르게 변화하고 시대를 반영했다. 그럼에도 지난 20년은 자동차 역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변화가 일어난 기간이다. 여전히 네 바퀴를 굴리고 스티어링 휠이 존재하지만, 그 외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맞닥뜨렸다. 새로운 심장이 대두되고, 기계공학이 아닌 IT 기술이 성패를 좌우했다. 신생 브랜드가 판을 바꾸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여전히 현대차 그룹은 국내에서 놀라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은 굳건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기술은 퇴보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자동차는 신차가 좋다는 점. 지난 20년은 그만큼 발전했다.

031 SUV 전성시대
SUV가 출시할 때마다 이렇게 추임새를 넣었다. SUV 전성시대. 꽤 오랫동안 써온 표현이다. 지난 20년, SUV는 새로운 콘셉트에서 유용한 대안으로, 다시 승용 시장의 실세로 세를 불렸다. 국내에서 SUV가 세단보다 더 많이 팔린 해는 2020년이다. 세단은 41.8%, SUV는 43.3% 점유율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해치백, 미니밴, 픽업트럭 등. 이후로도 SUV는 점점 점유율을 높여 60%대까지 차지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소형 SUV와 풀사이즈 SUV 등 영역도 확장했다. 전기차 시대에도 SUV 형태는 불패. 앞으로 자동차 하면 SUV 형태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032 테슬라 빅뱅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 20년을 함축하는 한 단어는 테슬라가 아닐까 싶다. 전기차 시대, 자율주행, 브랜드 영향력, 미래 방향성 모두 테슬라가 이슈의 중심에서 주도했다. 전 세계에 미친 테슬라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2017년 진출한 이후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런 흐름에서 작년 기록은 시대의 변화를 가늠케 했다. 작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모델 Y다. 세상이 바뀌었다. 게다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같은 이슈는 이제 시작이다.

033 이제는 전기차
지난 20년 동안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은 둘로 나뉜다. 앞선 10년은 디젤 엔진, 이후 10년은 전기모터. 2015년 디젤 게이트가 분기점이었다. 그전까지 연비도 힘도 좋은 디젤 엔진은 '클린 디젤'로 통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가 터지며 대중의 인식은 차갑게 식어갔다. 친환경 자동차의 자리를 빠르게 채운 존재는 전기차. 마침 유럽에서 환경규제도 강화했다. 성장 동력을 얻은 전기차는 꾸준히 점유율을 높였다. 작년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2만 대를 넘겼다. 전체 신규 등록 차량 중 13%를 차지한다. 이제 전기차가 익숙한 시대가 됐다.

034 스마트폰 품은 차
10년 전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쓸 때 스마트폰과 연결된 차량을 다뤘다. 그 이후 10년이 흐르니 자동차가 아예 스마트폰을 품어버렸다. 굳이 연결할 필요 없이 자동차에서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다. AI 음성 인식 기능을 비서처럼 사용하고, 실내 중앙 디스플레이에선 유튜브를 보거나 웹 서핑을 할 수 있다. 심지어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늘어나면서 실내 디스플레이 크기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035 주행보조 기술
볼보는 세계 최초로 XC60에 자동 추돌 방지 시스템 '시티세이프티'를 적용했다. 시속 30km 이하에서 전방 추돌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차를 멈추는 기능이다. 2008년 일이었다. 운전자 대신 자동차가 주행에 개입하는 첫 사례였다. 그 이후로 주행보조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때 주행보조 장치로 신차의 만듦새를 평가했다. 이젠 테슬라가 가장 진보한 주행보조 장치로 불리는 FSD(Full Self Driving)까지 선보였다.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앞으로 20년, 아니 10년만 지나도 도로 풍경이 달라질 게다.

036 다운사이징 엔진
환경규제는 꾸준히 엄격해졌다. 그에 따라 자동차 브랜드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20년 동안 엔진 기술은 다운사이징을 위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을 높이기 위해 주로 사용한 방식은 터보차저. 8기통은 6기통으로, 6기통은 4기통으로, 4기통은 3기통까지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멸종 보호종이 됐다.

037 1000마력
자동차는 꾸준히 출력을 높여왔다. 언제나 신차는 예전 모델보다 나은 면을 보여야 하니까. 과거 스포츠카에서 보던 마력 수치를 이젠 세단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인 지 오래다. 점점 높아지는 출력은 전기모터를 만나 수직 상승했다. 상승하는 출력의 기념비적인 수치는 1000마력. 테슬라 모델 S 플래드는 모터 세 개 품고 1020마력을 발휘한다. 국내 도로에서 이런 출력을 발휘하는 자동차가 존재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038 중국 자동차
중국 브랜드의 급부상은 놀라울 정도다. 전기차 시대와 맞물려 폭발력이 무섭다. 전 세계 판매량 10위권에도 지리그룹과 BYD가 속했다.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상용 부분에선 압도적 화력을 자랑한다. 국내 운영하는 전기버스의 점유율은 30%를 넘겼다. 이것도 보조금 정책이 달라지며 낮아진 거다. 상용뿐일까. BYD는 작년에 6000대 넘게 팔렸다. 브랜드 진출 첫해에 이룬 기록이다. 올해 지리그룹의 지커도 한국에 진출한다. 물론 한국 승용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는 이제 막 진출한 단계다. 시작이지만 그 파급력만은 상당하다.

039 제네시스의 성공
2015년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현대차에서 독립했다. 10년 전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쓸 때도 제네시스를 언급했다. 앞으로 역량을 기대한다고. 10년이 지난 지금, 제네시스는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지형도를 바꿨다.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경쟁 프리미엄 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에서도 성능을 검증받으며 통했다. 제네시스가 앞으로 개척해야 하는 시장은 유럽. 올해 르망 24시에 제네시스 마그마팀으로 출전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040 수입차 30만 시대
드디어 30만 대를 넘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2025년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30만7377대라고 밝혔다. 국산 차 대비 점유율도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2007년에 점유율 5%를 넘은 이래 근 20년 만에 6배 성장한 셈이다. 서울에 집중된 신차 등록 지역도 전국으로 고루 분산됐다. 그러니까 수입차의 대중화. 낮은 가격을 무기 삼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늘어나면 이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게 빤하다. 

FOOD
취향의 분화

한국의 식문화는 압축 성장의 전형을 보여줬다. 디저트는 유행의 속도를 시험하듯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고, SNS는 새로운 맛을 순식간에 전국적 트렌드로 만들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라는 국제 미식 가이드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스타 셰프가 부상하고 파인 다이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값비싼 한 끼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와 일상 속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동시에 커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배달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술 역시 고도주부터 저도수까지 취향이 세분화됐다. 같은 맥락에서 전통주는 젊은 층과 연결됐고, K-식품은 콘텐츠 산업과 결합해 세계시장으로 확장했다. 빠르게 변하지만, 그 속에서 선택의 기준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041 디저트 대유행
지난 20년간 디저트는 가장 빠르게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대만 카스텔라는 '줄 서는 빵' 신화를 썼지만 과잉 출점과 위생 논란 보도로 급격히 인기가 식었고, 벌집 아이스크림 역시 파라핀 안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졌다. 소떡소떡은 휴게소 간식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확장했고, 주요 대만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며 흑당 버블티가 상권을 뒤흔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달고나 커피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했다. 이후 소금빵, 크로플, 탕후루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과 쫀득 쿠키, 두 가지를 더한 두바이 쫀득 쿠키까지 초단기 유행의 흐름을 보였다.

042 미식의 새 시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 발간되며 한국 외식업은 새 국면을 맞았다. 현재 3스타인 '밍글스'와 2스타인 '스와니예'가 당시 처음으로 1스타를 얻은 레스토랑이다. 이후 '라미띠에'의 장명식, '권숙수'의 권우중, '쵸이닷'의 최현석, '모수'의 안성재 등 스타 셰프들의 활약이 한국 파인 다이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여기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국내 미식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2024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으로 확장했다.

043 신흥 햄버거 상륙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3대 체제 한국 프랜차이즈 버거 시장에 쉑쉑버거가 등장했다. 이태원 중심으로 수제 버거 인기가 늘고 있었기 때문. 쉑쉑버거는 기존 버거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수제 버거의 맛을 구현하며 오픈 초기 문전성시를 이뤘다. 뒤이어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슈퍼두퍼 버거와 오바마 버거로 알려진 굿드 스터프 이터리가 진출했으나 단기 폐점했다. 현재는 쉑쉑버거와 파이브 가이즈, 고든 램지 버거만이 생존 중이다.

044 집밥 대신 밀키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대비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었다. 더불어 1인당 쌀 소비량도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신 HMR(가정간편식)과 밀키트 시장이 생겨났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은 유명 맛집과 협업한 밀키트를 출시했고, 냉동식품 품질도 상향 평준화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 외식이 줄고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밀키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유명 셰프나 맛집의 음식을 간편하게 구현한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045 배달 앱의 민족
2010년 배달통을 시작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비대면 소비가 폭증하며 주문 건수는 1억1000만 건을 넘겼다. 실시간 위치 추적, 단건 배달, 리뷰 경험은 표준이 됐다. 수수료 논쟁과 플랫폼 독과점 이슈 속에서도 배달은 외식의 또 다른 채널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고 말하던 한 배달 앱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046 술 취향의 다양화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홈술' 문화는 한국에 위스키 르네상스를 불러왔다. 수입 위스키 판매가 급증했고, 하이볼 유행은 편의점과 포장마차까지 확산했다. 공간과 세대가 변하면서 취향에 따라 고르는 술도 다양해졌다. 박재범의 '원소주', 성시경의 '경탁주', 최자의 '분자' 등 연예인이 만든 술은 팬덤 소비를 자극했고, 토종 브랜드 위스키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최초 싱글 몰트 브랜드인 기원은 'IWSC 2025' 세계 위스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047 저도수 인기
국민 술이자 회식 문화의 상징이던 소주는 변화를 맞았다. 유자 맛 '순하리 처음처럼'으로 시작된 과일 소주가 달콤하고 가벼운 술을 확산시켰고, 잇달아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자몽에 이슬'이 등장했다. 과일 소주가 시들해져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뒤에는 롯데칠성 '새로'가 제로 슈거 전략으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했다. 하이트진로는 정면 돌파로 '진로 제로 슈거'를 출시하며 저당 소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오늘날 소주에는 저도수·저당이라는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048 전통주가 뜬다
온라인 판매 허용과 MZ세대의 관심 증가로 전통주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대한민국 주세법상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됐으나,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에 한해 2017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것.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20년 627억원에서 2023년 147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막걸리뿐 아니라 증류식 소주, 약주, 청주가 재조명됐고, 지역 양조장은 스토리텔링과 패키지 디자인을 강화했다. 바·레스토랑과의 페어링 확대도 한몫한다.

049 오마카세의 등장
2010년대 한일 무비자 개방 이후 '오마카세' 개념이 국내에 들어왔다. '셰프에게 맡긴다'는 의미로, 오마카세를 전개하는 식당은 일식을 중심으로 홍대와 강남에 퍼졌다. 한우 오마카세, '이모카세' 등으로 변주하던 오마카세는 호텔 다이닝부터 소형 매장까지 그 범위도 넓어졌다.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 끼 1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인기 식당의 예약 대기는 일상화됐다.

050 K-식품 세계로
이제 K-식품은 음식을 넘어 강력한 콘텐츠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끄니 식품에 대한 관심은 절로 따라왔다. 불닭볶음면은 '파이어 누들 챌린지'로 큰 인기를 얻으며 수출 효자 상품이 됐고, 비비고 만두는 북미 시장에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은 아이돌이다. 바나나맛 우유, 맛동산, 꼬북칩, 바나나킥 등 유명 아이돌 SNS에 등장하거나 그들이 방송에서 언급한 제품 모두 불티나게 판매 중이다.

MOVIE
흥망성쇠

극적이다. 지난 20년 한국영화계는 급등주 같다. 뜨겁게 치솟았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무섭게 꺾이는 중이다. 그 세월 속에 흥망성쇠가 다 담겨 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지나며 영화 관객 수는 매년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영화의 세계적 위상도 높아졌다. 산업적으로 거대 자본을 불러들였고, 또 거대 자본에 휘둘리기도 했다. 급격하게 환경이 바뀌며 위기론이 팽배해졌다. 화려한 찬사와 싸늘한 전망 모두 20년 동안 순차적으로 겪었다. 마지막이 좋아야 다 좋다고 했나. 아쉽게도 20년의 끝자락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051 할리우드로 간 감독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영화감독이라면 한 번쯤 꾸어본 꿈일 테다. 꿈을 현실로 이룬 감독들이 있다. 봉준호·박찬욱·김지운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옥자>를,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를,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는 아니지만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에 올랐다. 소수 감독의 선전이지만, 할리우드라는 상징성은 크다. 지난 20년을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052 <범죄도시> 시리즈
<범죄도시>는 2017년 개봉했다. 관객 688만546명이 들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까진 생각보다 흥행한 영화 한 편이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한 편에서 끝나지 않았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형사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마동석이 제작까지 맡으며 시리즈를 이어갔다. 결과는 대성공. <범죄도시> 2편, 3편, 4편 각각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 네 편 도합 관객 수 4000만 명 이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은 두고두고 분석할 만하다. 좋은 의미든, 아니든.  

053 코로나 팬데믹
코로나 팬데믹은 21세기 최악의 재난이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지만, 영화산업에는 치명타가 됐다. 특히 영화관. 사람들이 모일 수 없으니 영화관은 문을 닫거나 텅텅 비었다. 일시적인 풍경이었지만, 여파는 일시적이지 않았다. 몇 달이 아닌 해가 바뀌며 이어졌기에 인식이 달라졌다. 안 가 버릇하니 더 안 가게 되는 흐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공백기에 OTT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팬데믹 이전 2억2667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관객 수는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다. 2024년 관객 수는 1억2300만 명대. 거의 반토막이 났다.

054 대기업 수직계열화
지난 20년 동안 한국영화는 무섭게 성장했다. 2006년은 <왕의 남자>와 <괴물>이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으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바야흐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였다. 한국영화 성장의 동력은 아무래도 자본이다. 그것도 대기업 자본.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 자본이 밀려들며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동시에 대기업 자본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며 한국영화계를 좌우했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대기업이 쥐고 흔들면서 수익성에 집중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년은 가장 성장한 기간이자 위기를 초래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기간이었다.  

055 한국영화 위기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됐다. 물론 예전부터 대기업 수직계열화로 다양성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대작 영화 위주로 제작해 양극화 현상도 가시화했다. 그럼에도 관객 수는 꾸준히 상승했고, 팬데믹 직전 최대 관객 수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극장 수입이 줄며 산업의 근간이 흔들렸다. 투자 대비 회수금이 적어지면 산업이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25년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4191억원이었다. 2024년 대비 39.4% 감소한 수치였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 최저치. 이 수치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위기론에 힘을 싣는다.

056 감독이 차린 제작사
2006년 한 기사 제목은 '영화감독 너도나도 제작사 만든다'였다. 유명 감독들이 제작사를 잇따라 설립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감독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전에는 프로듀서의 시대였다. 기획력 좋은 제작자가 감독을 발굴해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이 제작사를 차리는 흐름은 꾸준히 지속됐다. 하지만 모두 성공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몇몇 유명 감독의 제작사만 건재하다. 그만큼 자기만의 색을 고수하는 감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057 크거나 작거나
중간의 소멸. 여기서 중간은 제작비 얘기다. 대작은 아니지만 저예산도 아닌, 200만~300만 관객 수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영화들. 2010년 전후까진 여럿 있었다. 극장에서 개봉하면 3~4주 상영하며 가늘고 길게 관객을 기다렸다. 이젠 이런 낭만은 없다. 대작 아니면 저예산. 중간 영화가 사라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될 만한 영화에 돈이 쏠렸다. 제작비 대비 마케팅 비용이 치솟았다. 배우 출연료도 높아졌다. 부가 판권 시장이 OTT로 수렴됐다. 적당한 투자로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린 셈이다. 그만큼 다양성은 쪼그라들었다.  

058 실화 기반 영화
한국인은 실화 기반 영화를 좋아한다. 흥행 성적도 좋다.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도 실화 아닌가. 그 이후로 실화 기반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졌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화 기반 영화도 수두룩하다. 우선 <명량>은 1700만 명 이상 봤다. 역대 한국영화 1위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서울의 봄>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화 기반 영화다. 취향 확실하다.

059 저공비행 독립영화
잊을 만하면 흥행 소식이 들린다. 독립영화 얘기다. <세계의 주인>이 30만 명을 돌파하며 최근 가장 흥행한 독립영화로 등극했다. 독립영화는 그래 왔다. 상업영화가 대작 위주로 재편되든,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극심하든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 

060 새로운 스타의 부재
그때 스타가 지금도 스타다.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그들은 2006년에도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지금도 활약한다. 오랜 기간 자신을 관리하며 흥행작에 출연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긴 시간 흥행 가능성이 높은 배우에 영화가 몰렸다는 얘기도 된다. 영화배우 하면 그때도 지금도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만 떠오른다.  

MUSIC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

지난 20년간 한국 음악산업은 매체 변화와 함께 구조에도 변화를 맞았다. 다운로드와 CD 중심이던 소비는 스트리밍으로 이동했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음악이 '소유'에서 '재생'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물리적 음반은 다른 의미로 살아났다. 한정판과 패키지. 팬덤은 음반을 청취 수단이 아닌 소장 가치 상품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온라인 차트는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었지만, 공정성 논란을 거치며 절대적 권위를 내려놓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은 실력을 공고히 검증했고, 이후 체계화된 제작 시스템과 팬덤 운영 전략으로 산업 규모를 확장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장르 특화 서바이벌은 스타를 발굴하는 동시에 서사와 관계성을 소비하는 포맷으로 끊임없이 진화했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트로트의 부활, 밴드와 페스티벌 문화의 성장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061 스트리밍 시대 개막
CD와 다운로드 중심이던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 모델로 변화했다. 2004년 멜론이 정액제 스트리밍 모델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스트리밍 시장은 점점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발간한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음원 시장 매출은 대부분 스트리밍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멜론을 비롯해 지니뮤직, 벅스, 네이버 바이브, 글로벌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 애플 뮤직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062 LP 인기의 부활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LP 판매량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CD 매출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 흐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2017년 마장뮤직앤픽처스가 바이닐 프레싱 설비를 재가동하며 본격적인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후 명반 재발매와 한정판 제작이 이어졌고, 인디 신에서도 바이닐 발매는 하나의 상징적 이벤트가 됐다. LP는 단순 음원이 아니라 소장하고 수집하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

063 강남스타일부터 K-팝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012년 12월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하며 당시 최단기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26년 기준 58억 회 이상을 기록하며 여전히 유튜브 조회수 상위권에 속해 있다. 또한 빌보드 핫 100 2위를 7주 연속 유지했다. '강남스타일'은 K-팝 세계화 초기 해외 팬덤 확장을 촉진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064 역사를 쓴 BTS
방탄소년단은 세 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WINGS>가 빌보드 200 차트 26위에 진입했고, 2017년 'DNA'로 빌보드 핫 100에 처음 올랐다. 2020년에는 'Dynamite'가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며 한국 가수 최초 기록을 세웠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위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하며 음악적 영향력을 인정했다.  

065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슈퍼스타K>를 필두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K팝스타>는 <슈퍼스타K>와 동일하게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흥행했고, <쇼미더머니>는 힙합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장르만 바뀔 뿐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어졌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백업 댄서를 스타로 만들었고, <싱어게인>은 무명 가수를 재조명하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오디션은 단순 경연 및 스타 생성이 아닌 성장 서사와 인물 간의 관계성을 담은 하나의 장르로서 계속될 것이다.  

066 K-팝 중심은 아이돌
K-팝 아이돌의 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일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스트레이 키즈는 음원과 앨범뿐 아니라 월드 투어 성과 차트인 빌보드 '톱 투어 2025'에서 10위를 기록했고,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 '브라질 상파울루 이스타지우 두 모룸비'에 입성했다. 빌보드 박스스코어 공식 보고 수치 기준 총 관객 수는 130만 명이다. 세븐틴과 엔하이픈, 에이티즈의 성과도 놀랍다. 아시아와 미국에서 주로 공연했으며, 세븐틴은 총 관객 수 96만4000명, 엔하이픈 55만6000명, 에이티즈는 40만 명을 채웠다. 전 세계는 아이돌에 빠져들었다.

067 트로트 열풍
TV조선에서 방영한 <미스터트롯>은 무려 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이어 <미스트롯>도 성공하며 국내 트로트가 재부상했다. 임영웅은 2022년 정규 1집 발매 직후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송가인 역시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제한된 시기에 트로트는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소비되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여전히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유사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공개·방영 중이다.  

068 밴드 붐과 페스티벌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정식 출범했고, 2007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2012년 UMF 코리아가 개최되며 대형 페스티벌 시대가 열렸다. 페스티벌과 떼어놓을 수 없는 데이식스, 잔나비, 혁오, 실리카겔, 루시 등 국내 밴드가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동시에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건즈앤로지스 등이 내한 공연을 이어가며 '밴드 붐'에 화력을 더했다.  

069 피지컬 앨범 역설적 호황
스트리밍이 주류가 되었지만, 2020년대 들어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써클차트(구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음반 판매량은 1억 장을 돌파했다. 포토카드·한정판 전략과 팬 사인회 응모권, 그리고 팬덤 구매가 주요 요인이다. 이제 음반은 청취 매체라기보다 팬덤 소비재로 변모했다. 디지털 시대에 물리적 상품이 상징적 가치로 부상했다.

070 온라인 차트의 흥망성쇠
2010년대 스트리밍 차트가 흥행의 절대 기준이 되면서 음악방송과 평론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그러나 2018~2019년 음원 사재기 논란이 공론화되며 차트 신뢰도가 흔들렸다.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누적 집계를 업데이트하는 '24Hits' 체제로 개편했다. 이는 순위 경쟁 과열과 조작 논란에 대한 대응이었다. 차트는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절대적 권위는 무너지고 말았다.

SPORTS
스포츠 선진국으로

이참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가 맞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 리그로 통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탄생했다. '국뽕'이 아니다. 야구계에서는 류현진이 아시아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페이커는 10년 넘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장악하며 e스포츠에 얽힌 고루한 편견을 지워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스포츠의 인기가 주춤했지만, 머지않아 전 국민이 웰니스와 생활체육에 열광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말해도 좋지 않을까? 우리도 스포츠 선진국이다. 

071 코리안 메이저리거 등장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처음 한국 메이저리거의 길을 닦았다면, 지난 20년 동안 후배들이 그 길을 넓혀왔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KBO 데뷔 첫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신인왕' 'MVP'를 차지했고, 2013년 MLB 데뷔 첫해에 10승을 달성했다. 최고 전성기였던 2019년에는 '사이영상급' 활약을 보여주며 리그 내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이후 2020년대에는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젊고 재능 있는 야수들이 코리안 메이저리거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072 EPL 득점왕 보유국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소년은 정확히 20년 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캡틴 손흥민의 이야기다. 월드컵 4강 신화,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은 수많은 축구 꿈나무를 낳았다.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역시 축구 꿈나무들이 맺은 결실. 또 한 번 황금세대를 완성한 한국 국가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073 한국 첫 동계올림픽 개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1988 서울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 이어 치른 평창 동계올림픽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국제 대회 유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한국은 7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윤성빈은 메달 불모지였던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비인기 종목으로 통하던 컬링에서 '팀 킴'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074 e스포츠의 주류화
'페이커' 이상혁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실력으로 군림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불사대마왕', 중화권에서는 '천마', 국내에서는 '대상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상혁은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 슈퍼스타로 떠오르며 e스포츠 주류화에 앞장섰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최초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한국 대표팀은 초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075 팬데믹과 웰니스
코로나 팬데믹은 전례 없이 우리 일상을 바꾼 사건 중 하나였다. 운동도 그중 하나다. 도시가 폐쇄되고 단체 활동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렸다. 정신 건강과 신체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웰니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 축구나 야구보다 적은 인원으로 즐길 수 있는 테니스와 골프가 인기를 모았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필라테스처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기 관리 운동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076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발길이 끊겼던 야구장은 이제 표를 못 구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한 시즌 1000만 관중 달성에 성공했다. 2025년에는 역대 최소 경기인 587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 배경으로는 젊은 세대의 유입, SNS를 통해 공유되는 야구장 문화, 신식 야구장으로 개선된 시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077 판정의 과학화
2010년대 이후 프로 스포츠 경기에는 비디오 판독 심판(VAR)이 도입됐다. 축구계에서 비디오 판독을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한 것은 '2016 클럽 월드컵'.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그간 불가침 영역으로 통한 인간 심판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24년에는 한국 프로야구가 전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사람들의 반감이 있었지만,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078 올림픽 스타들의 등장
올림픽 영웅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올림픽 스타는 확실히 2000년대 이후에 등장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했다. 프로 리그 스포츠가 아닌 올림픽에서도 범국민적인 스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이후 육상의 우상혁, 펜싱의 오상욱, 피겨의 차준환이 새로운 올림픽 스타로 떠올랐다.

078 국민 스포츠가 된 달리기
지나가는 유행일 줄 알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현재 우리나라 러닝 인구는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무렵부터 SNS에서 러닝 붐이 일어났고, 지금 러닝은 트렌디한 운동 중 하나가 됐다. 명실상부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 마라톤 대회 역시 전례 없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울마라톤'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인원인 4만 명이 참가했다.

080 싸움이 예술이다
2000년대 인기를 모은 'K-1' '프라이드' 시절만 해도 종합격투기는 '보는 사람만 보는' 스포츠에 가까웠다. 2010년대 들어 UFC가 급부상했다. 코너 맥그리거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하며 UFC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한국인 1호 UFC 파이터의 데뷔전은 2008년 5월 25일 치러졌다. 그 주인공은 '스턴건' 김동현. 당시만 해도 한국인 파이터에게 UFC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현재는 박준용, 유주상, 고석현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국내 UFC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TECH
4차 산업시대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다. 그걸 감안해도 지난 20년은 전례 없이 큰 변화가 일었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발명품들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만한 아이폰을 선보였고, 텅 비었던 하늘에는 수많은 드론들이 별자리를 만들며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블루투스는 테크 기기들의 물리적 제약을 없앴고, AI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기계와의 대화를 실현했다. 전 세계 석학들은 4차 산업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했다. 그 격변기를 만들고 주도했던 테크계의 변곡점들을 짚었다. 

081 손 안에 들어온 오락실
2010년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과도기를 경험한 이라면 기억할 게임이 있다. 2012년 출시된 <애니팡>이다. 카카오톡과도 연동된 소셜 퍼즐 게임 <애니팡>은 전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모으며 모바일 게임 대중화를 이끌었다. 2016년 등장한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을 게임 속으로 끌어들였고, 현재는 고사양 PC 게임 못지않게 방대한 세계관을 지닌 <원신> 같은 게임들이 게임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082 대륙의 실수들
지금도 식당에서 '중국산'이라는 글씨를 보면 썩 매력적이진 않다. 하지만 테크 업계에서는 지난 20년간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히트작들이 쏟아졌다. 과거 '차이슨'이라 불리던 샤오미는 '가성비'를 앞세워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마트폰, 청소기, 무선 선풍기를 선보였고 결국 호평을 얻어냈다. 샥즈는 골전도 이어폰의 대명사가 됐으며, 로보락은 '가성비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로서 시장을 선도했다.

083 손목 위의 트레이너
초창기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을 덜 들여다보게 해주는 장치'로 고안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워치는 심박수, 심전도, 모바일 결제, GPS, 운동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며 헬스 케어 기기로 진화했다. 지금은 애플워치 울트라와 갤럭시 워치 울트라뿐만 아니라 가민, 코로스, 순토에서 나온 고성능 운동용 스마트워치가 맞춤형 트레이너로서 주목받고 있다.

084 드론 보급화
세계 경제 포럼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은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드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DJI가 있었다. DJI는 2016년 접이식 드론 '매빅 프로'를 출시하며 소형 드론 시장을 개척했다. 과거 군사용이나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던 드론은 취미 도구로 활용되며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들었다.

085 스마트폰 시대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몰랐다. 그날 스티브 잡스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기계가 향후 20년, 아니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남을 것임을. 아이폰의 등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선포였고 이후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 그리고 등장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함께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086 줄 없는 세상
실타래처럼 꼬인 이어폰 줄을 마지막으로 풀어본 게 언제인지. 지금도 애플 매장에서는 '줄 이어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2016년 출시된 에어팟은 줄 없는 '코드리스' 시대를 열었다. 에어팟은 곧장 오디오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지금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 출시된 아이폰 8을 기점으로 무선 충전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사람들은 물리적 제약에서 해방됐다.

087 액션캠의 등장
고프로는 '영웅이 되어라(Be a Hero)'라는 슬로건 아래 1인칭 시점 촬영 시대를 이끌었다. 과거 극한의 스포츠 현장에서 쓰이던 액션캠은 뛰어난 휴대성과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탁월한 방수 및 배터리 성능을 탑재한 DJI 오즈모 액션, 360도 화각을 자랑하는 인스타 360이 액션캠 시장에 합류하며 일반인의 촬영 문턱을 크게 낮췄다.

088 대화형 음성 인공지능
"시리야" "하이 알렉사"로 시작되는 음성 인공지능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딥러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더욱 똑똑해졌다. 음성 인공지능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제공하는 비서이자 길잡이가 되었다. 2022년에는 챗GPT가 첫 서비스를 시작했고,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음성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더욱 차원 높은 완성도를 제공 중이다.

089 틈새 가전에서 필수 가전으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20년 전만 해도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틈새 가전이었던 테크 제품들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일러는 신혼부부의 '혼수 가전' 중 하나가 됐고, 공기청정기 역시 1인 가구가 사는 원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테크 제품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에서 여유 시간을 확보해주는 '라이프 솔루션'으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090 집으로 온 주치의
전문 클리닉에서만 받던 헬스 케어를 이제는 안방 침대에서도 누릴 수 있다. 헬스장이나 병원에서만 볼 수 있던 인바디는 가정용으로 출시되며 과거 체중계의 역할을 대체 중이다. 바디프렌드의 안마의자, 풀리오의 휴대용 마사지기, 테라바디의 마사지건 역시 '셀프 테라피'를 이끄는 아이템. 고주파를 사용하는 뷰티 디바이스와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슬립테크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를 이끌었다.

TV
OTT 천하

방송가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주도하고 반영해왔다. 그럼에도 너무도 거대하고 명확한 변화가 방송가에 불어닥쳤다. 지상파 방송에서 OTT 플랫폼으로 시청 패턴이 변했다는 점이다. 권력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방송 대신 스트리밍 시청으로 바뀌고, 콘텐츠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구독료만 빼면 나쁠 게 없다. 볼 게 끝없이 쌓여 있는 곳간이 생긴 셈이니까. 만드는 사람에겐 새로운 기회를 얻는 계기가 됐다. 세상은 언제나 변해왔지만, 지난 20년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091 스트리밍 지수
시청률이 지배하는 시대는 갔다. 이젠 스트리밍 지수로 인기를 가늠한다. 시청 패턴이 달라진 까닭이다. 본방송을 보기보다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게 보편적이다. 스트리밍 지수는 시청률보다 구체적이다. 언제, 얼마나,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시청했는지 지표가 드러난다. 조회수, 시청 시간, 완주율, 재시청률, 유지율, 확산 지표 등 다양한 숫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전히 숫자가 중요하지만, 보다 다채롭고 세밀해진 셈이다. 시청률이 낮아도 스트리밍 지수가 높은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늘어났다.

092 방송사에서 OTT로
어떤 프로그램을 본다고 할 때 예전에는 방송사를 확인했다. 이젠 어떤 OTT(Over-The-Top) 플랫폼에 올라오는지 확인한다. OTT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부지기수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프로그램 장르도 다채롭다. 10년 전,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쓸 때 넷플릭스가 진출했다는 얘기를 다뤘다.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과연 10년 후의 TV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완전히 달라졌다. 넷플릭스 이후 수많은 OTT 플랫폼이 생겼다. 시청자는 OTT 플랫폼을 유영하며 프로그램을 섭렵한다.

093 오징어 게임
작품 하나로만 볼 수 없다. 거대한 문화 사건이라 할 만하다.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가 시청했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 수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역대 최초 1억 가구 시청을 첫 번째로 돌파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전 세계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에 열광했다. 출연한 배우는 글로벌 스타가 됐고, 시리즈 속 게임은 문화현상처럼 퍼졌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인식을 바꿨다. 넷플릭스를 통하면 전 세계인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고.

094 나영석표 예능
미다스의 손. 예능에 관해 나영석 PD의 수식어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의 영향력은 단순히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을 선도했달까. 예능에 시즌제를 도입하고, 웹 예능처럼 새로운 형식에 도전했다. 관찰 예능, 여행 예능, 요리 예능 같은 새로운 형식도 그의 손을 거쳐 보편화했다. 나영석 사단을 구축해 시너지를 낸다는 점도 특별하다. <1박 2일> <신서유기>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뿅뿅 지구오락실>. 지난 20년은 나영석표 예능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95 예능의 다각화
예능 프로그램은 쇼, 오락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말이다. 범위가 넓은 만큼 형식도 다채롭게 뻗어나갈 수 있다. 지난 20년은 예능 프로그램이 무한히 확장하는 시기였다. <무한도전>이 상징적이었다. 다양한 도전으로 예능의 형식을 파괴했다. 그 이후 제한은 없어졌다. 여행하는 '여행 예능',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관찰 예능', 세끼 밥 짓는 걸 보여주는 '힐링 예능', 아예 팀을 꾸려 스포츠에 도전하는 '스포츠 예능' 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096 영상 클립
흔히 '숏폼'이라 불리는 짧은 영상 클립은 TV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필수적인 홍보 수단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기능했다. 결정적 장면으로 편집한 영상 클립은 사람들을 본편으로 끌어들였다. 솔깃하게 하는 영상 클립을 고려해 본편을 구상하는 경우도 생길 정도. 영상 클립의 수혜 프로그램은 스포츠 예능이다. 스포츠이기에 극적인 장면만 편집하기에 용이했다. 물론 드라마, 교양, 심지어 시사 프로그램까지 예외 없이 그 영향력 아래에 있다. OTT 플랫폼으로 TV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발생한 현상이다.

097 종편 개국
2011년 12월 1일 TV조선, JTBC, 채널A가 종합편성채널(종편)로 개국했다. 뉴스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방송국이 여럿 늘어났다는 뜻이다. 방송국이 늘어난 만큼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좋았을까. 갑자기 편수가 늘어나면서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각 종편이 정치·시사 프로그램에서 정치색을 띠며 편을 가르는 데 앞장섰다. 그럼에도 종편이 등장하며 인식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 지상파 위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이후 OTT 플랫폼이 그 흐름을 가속화했다.

098 희미해진 경계
지난 20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급변했다. 실상은 지난 10년이 더 정확한 기간일 테다. OTT 플랫폼이 자리 잡고, 유튜브가 세를 불렸다. 자연스레 프로그램 편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유튜브의 자유로운 형식이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기존 방송과 유튜브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유튜브처럼 간소하게 촬영하는 장면이 방송에 등장하고, 스타 유튜버가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국에서도 따로 유튜브 채널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일반적. 무규칙 이종 방송의 시대가 됐다.

099 웹툰과 웹소설 원작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대표적인 원작은 소설이다. 과거에는 그랬다. 이제 드라마 원작 하면 웹툰과 웹소설이 떠오른다. 지난 20년 동안 웹툰과 웹소설이 성장하며 이를 원작으로 삼는 드라마 또한 수없이 등장했다. 웹툰과 웹소설의 발칙한 상상력이 드라마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장면의 재미만 추구하는 헐거운 드라마도 대거 양산됐다.

100 대놓고 PPL
제품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즉 PPL은 이제 익숙하다. 드라마에서 갑자기 커피 캔디를 건네거나 꼭 프랜차이즈 샌드위치를 먹는다든가 하는 장면들. 예능 프로그램에선 아예 대놓고 PPL 제품을 거론하며 사용한다. 만드는 사람도 거침없이 보여주고, 보는 사람도 그러려니 한다.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광고가 필요하다는 건 다 안다. 알지만 예전에는 자연스레 녹였다면 이젠 대놓고 보여준다. 그만큼 자본의 힘이 세졌다는 얘기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Editor 주현욱
Editor 김지수
Images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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