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걸프해...이란, 이라크 영해 유조선 무차별 공격

도현정 2026. 3. 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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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박, 유조선 2척 타격…1명 사망”
호르무즈 태국·日 화물선 등 4척 공격 이어
이라크·오만 항구까지 ‘해상 테러’ 보복
이란 “유가 200달러 각오하라” 결사 항전
“유일한 종전법, 美·이 침략 재발 방지 보장”
美는 “호르무즈 근처 민간항구 공습” 예고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은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일본 상선미쓰이의 컨테이너선도 이날 정박 중 이란의 공격을 당하는 등, 걸프 해상의 선박에 대한 이란의 무차별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과 일본 등 선박 4척을 타격한데 이어, 이라크 영해에 정박 중인 해외 유조선 2척을 공격하는 등 페르시아만 전역을 상대로 한 ‘해상 테러’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어떻게든 호르무즈 봉쇄를 뚫으려는 미국은 호르무즈 주변 민간 항구 공습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1일(현지시간)도 “전쟁은 내가 끝내고 싶을 때 언제든 끝날 것”이라며 조기 종식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의 장담과 달리 전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일한 종전 방법은 침략 재발 방지 보장”이라며 미국의 일방 선언에 의한 종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강경 기조는 조기 종전에 대한 국제 사회의 희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라크 항만 당국은 이날 바스라 항구에서 발생한 미확인 공격으로 유조선 2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당국은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폭발물을 탑재한 보트가 유조선들을 공격했다.

이라크 당국은 25명의 승무원을 구출했지만 외국인 승조원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구조팀이 수색 작업을 계속 진행중이다. 바스라 항구의 원유 항만 운영은 완전히 중단됐다.

이란은 이라크 외에도 호르무즈 내 유조선들에 대한 무차별 해상 테러를 감행하며 전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스라엘, 태국, 일본 등 외국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항구를 출발한 태국 운송업체 프레셔스쉬핑 소속 벌크선 ‘마유리 나리’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 해역에 있던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MOL) 소속 화물선 ‘원 마제스티’호도 정체불명의 충돌로 선체가 훼손됐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 밖에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북서쪽 약 50해리(약 92.6㎞) 해상에서 마셜제도 국적 선박 ‘스타 귀네스’호가 공격을 받았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이날 국영 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 그들의 동맹국들에 소속됐거나 이들 나라의 석유 화물을 실은 어떠한 선박도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중재했던 오만에 대해서도 드론 공격을 가했다. 오만국영통신(ONA)은 오만 살랄라 항구의 연료 저장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항구 남쪽 구역에 가해진 이번 공격 이후 항구 운영은 전면 중단됐다. 살랄라 항구는 호르무즈 해협 밖에 있는 아라비아해의 주요 거점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대체 경로로 활용될 수 있는 곳이다. 이란은 이를 타격해, 해상 물류 마비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만은 바드르 빈 하마드 알 부사이디 외무장관이 전쟁 직전 미 매체들에 “이란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끝까지 전쟁을 막아보려 했던 중재국이다. 이런 국가까지 공격했다는 것은 이란의 공격이 그만큼 대상을 가리지 않고, 격화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11일 아랍에미리트(UAE) 호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UAE 해군 함정이 화물선과 유조선 옆을 순찰하고 있다. [AP]

어떻게든 호르무즈 봉쇄를 뚫으려는 미국은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 민간 항구 공격을 예고했다. 대(對) 이란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군은 이란 해군 부대가 작전 중인 모든 항만시설을 즉시 피할 것을 이란 내 민간인들에게 촉구한다”고 대피령을 내렸다.

이어 “이란 정권은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위치한 민간 항구를 이용해 국제 해운을 위협하는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민간 항구는 보호 지위를 상실하며 국제법상 합법적 군사 표적이 된다”고 경고했다.

중부사령부의 대피령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군 기지뿐 아니라 민간 항구까지 공습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이란이 봉쇄령, 기뢰 설치, 해협 내 선박 공격 등으로 호르무즈 조이기를 강화하는데 대한 대응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 해협 일대에서 공격받은 민간 선박은 최소 14척에 달한다.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중동에서 “단 1리터의 석유도 반출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면서 “사실상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것저것 조금 있을 뿐”이라고 조기 종식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란이 걸프 연안 전역을 폭격 대상으로 삼는 등 전쟁이 격화되면서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고 있다. 이스라엘도 카츠 국방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작전은 모든 목표를 완수하고 승리를 거둘 때까지 필요한 만큼 시간제한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장기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며, 공격 행위(방지)에 대한 확고한 국제적 보장을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물밑에서 가동하고 있는 중재 채널에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의 공습 재발 방지 확약을 휴전의 조건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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