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걱정 사라진 청송…‘빨간 버스’가 바꾼 일상

서충환 기자 2026. 3. 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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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버스 전면 무료 4년…어르신 외출 늘고 상권 활기
교통비 절감·관광객 증가…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이어져
▲ 도입 4년차를 맞은 청송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 정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노인인구의 생활환경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무료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 청송군 제공

"전에는 버스비 한 푼도 아까워 장날 아니면 집밖에 잘 안 나갔어요. 근데 이제는 버스가 공짜니까 아침 먹고 친구들 보러 장터도 가고, 뜨끈한 물에 몸 지지러 온천도 자주 갑니다. 버스 타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요즘 유일한 낙이지요."

청송군 도평터미널에서 만난 70대 주민 김모 씨는 무료로 운행되는 '빨간 버스'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었다. 2023년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청송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 정책이 시행 4년 차를 맞으면서 단순한 교통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와 고령 주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대표적인 생활 복지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료버스 정책의 효과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청송군은 버스 무료화를 도입한 이후 주민들의 한 달 평균 교통비가 5만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버스 이용객도 무료화 시행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약 3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4년 사이 이용객이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관광객 이용도 눈에 띈다. 전체 이용객의 약 20%가 외부 방문객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공용주차장에 차량을 세운 뒤 무료로 운행되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해 청송 시가지와 주왕산 등 인기 관광지를 둘러보며 지역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윤경희 군수는 "연간 약 3억5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지역 상권 활성화 등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3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무료버스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고령층의 생활 반경 확대다. 교통비 부담이 사라지면서 어르신들의 외부 활동이 늘었고 이는 건강과 위생 복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송군의 목욕권 이용 통계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다. 2024년 약 13만3000매였던 연간 목욕권 사용량은 2025년 약 17만9000매로 늘어 약 35% 증가했다. 군이 목욕권 지급 한도를 월 2매에서 3매로 확대하고 무료버스로 이동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송읍에 위치한 솔기온천의 경우 연간 이용 금액이 약 1억9000만 원 수준에서 3억원대로 증가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권 보장은 의료 접근성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청송군보건의료원 외래 진료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래 진료 건수는 2021년 7만6000여 건에서 2024년 10만7000여 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2025년에도 10만 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무료버스를 이용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청송군은 정책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교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청송군 김명배 안전정책과장은 "노후 차량을 친환경 전기버스로 단계적으로 교체해 '산소카페 청송'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복지 전문가들은 무료 버스 정책이 단순한 교통 지원을 넘어 초고령 농촌 사회에서 필수적인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무료 버스는 어르신들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앞으로 수요 변화에 맞춘 노선 조정과 승강장 편의시설 확충 등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송군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완도군은 청송 사례를 참고해 2023년부터 군내버스 무료화를 시행했고, 봉화군 역시 2024년부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도입했다.

청송에서 시작된 '빨간 버스'의 변화가 교통 소외 지역의 새로운 복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