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이준익도 뛰어든 숏드...K콘텐츠 '노다지' 급부상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3. 12. 13:00

자극적인 콘텐츠라는 꼬리표에 가려져 있던 숏폼 드라마의 위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하고 가벼운 콘텐츠로 여겨지던 영역에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숏폼 드라마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용률과 매출도 빠르게 늘면서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는 숏폼 드라마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레진스낵은 지난달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애 아빠는 남사친'을 공개했다. 이 감독은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을 연출하며, 특유의 말맛 있는 대사와 유쾌한 연출로 사랑받아온 인물이다. 그의 첫 숏폼 드라마인 '애 아빠는 남사친'은 공개 직후 레진스낵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천만 관객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 역시 레진스낵에서 '아버지의 집밥'을 제작 중이다. 작품에는 배우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 등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상엽은 '폭풍같은 결혼생활', 박한별·고주원은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에 출연했다. TV 드라마·영화 등 기존 영상 산업에서 활동하던 감독, 배우들이 숏폼으로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K드라마가 기존 롱폼 중심 구조에서 숏폼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스마트폰 기반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짧고 빠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숏폼 드라마가 새로운 콘텐츠 형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의 성장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국내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는 올해 1월 역대 최고치인 120만달러(약 16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드라마박스, 드라마웨이브 등 외산 앱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은 지난해 스푼랩스에 1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크래프톤이 그동안 진행한 비연관 다각화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숏폼 드라마가 지닌 IP 확장 가능성과 글로벌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푼랩스는 2016년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 스푼을 출시한 데 이어 2024년 7월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선보였다. 2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한 숏폼 드라마를 10개 언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월 기준 약 350개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강화하며,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올해는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 K콘텐츠의 강점으로 꼽히는 세밀한 감정선에 현지 제작 시스템을 결합해 글로벌 시청자 취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숏폼 드라마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360아이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4년 65억5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0.6%씩 성장해 2032년에는 146억9000만달러(약 2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짧은 러닝타임과 빠른 전개를 앞세운 숏폼 드라마가 새로운 대세로 안착하면서 제작비 구조, 유통 방식, 수익 모델 역시 다변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숏폼 드라마가 기존 장편 드라마와 함께 K드라마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오창학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에서도 숏폼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다양한 플랫폼과 제작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제작비 절감과 함께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은 국내 제작사들에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즉, 숏폼 드라마는 K콘텐츠가 진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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