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 미국 유학생 취업의 마지막 관문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미국에서 국제 학생이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 인턴십을 찾는 일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그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을 보면 신규 채용과 인턴십이 동시에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의 변화, 기업의 비용 관리, 정부 정책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찾는 국제 학생들이 마주하는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도 취업 경쟁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시장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와 기회를 활용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채용 과정에서 신분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반면 국제 학생에는 이와 다른 조건이 존재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또는 앞으로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 직면하게 될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유학생이 인턴십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인터뷰 기회를 얻는 것 자체다. 많은 학생이 수십 곳, 때로는 그 이상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하지만 인터뷰 제안을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어렵게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기업은 한 가지 질문을 반드시 던진다. “현재 또는 앞으로 비자 스폰서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상당수 기업에서 채용 절차가 사실상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비교적 명확하다. H-1B 비자를 스폰서 하려면 기업은 이민 변호사 비용과 정부 수수료, 행정 처리 시간 등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뿐 아니라 관리 부담도 적지 않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 과정이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스폰서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지원자가 H-1B 추첨에서 반드시 선발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국제 학생 인턴을 채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결정이 된다. 예를 들어 OPT로 1년 또는 몇 년 동안 근무할 수는 있지만 이후 H-1B 비자를 받지 못하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채용 공고에 아예 “No visa sponsorship”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두기도 한다.
그렇다고 국제 학생에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기술 기업, 특히 IT 분야 기업들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최고의 인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기회는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 인재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국제 학생이 그 인재 풀 안에 들어갈 수 있다면 여전히 가능성은 존재한다.
또한 STEM 전공 학생들에는 OPT 기간을 더 길게 준다. 기본 OPT 1년 외에 STEM OPT 연장으로 추가 2년을 더 일할 수 있어 총 3년 동안 미국에서 근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 기간에 기업과의 관계를 구축하거나 비자 기회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IT나 공학 분야에 적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 인문, 경영,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런 전공을 선택한 국제 학생들이 미국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지 고민하는 부모들도 점점 늘고 있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미국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 긴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교육과 준비 과정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유학의 현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순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가깝다. 미국에서 공부한 이후 어떤 경로로 일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 유학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생각은 같은 지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국제 학생에게 미국 영주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문희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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