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팝밴드 '콜드플레이' 월드 투어 중단했던 이유는?

2026. 3.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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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기후행동]
블랙핑크 콘서트서 탄소 6,000톤 배출
'관객 이동'에 배출량 70~90% 집중돼
콜드플레이, 관객용 '탄소발자국 앱' 제공
국내도 '지속가능한 축제 거버넌스' 출범
'즐거움=고탄소' 벗어나 온전히 만끽하길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이 4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벚꽃이 만개한 지난해 4월 8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2025 여의도 벚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꽃놀이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나이 들면서 꽃이 좋아졌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광양 매화부터 태백 산마루까지 전국 봄꽃축제 순례에 나서는 것이다. 전국 봄꽃축제만 100개가 넘고,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서울 지역 벚꽃축제는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전국 지자체 축제 1,200여 개와 한 번에 5만여 명이 운집하는 K팝 콘서트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해외 방문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축제 현장에는 거대한 건축물과 화려한 무대가 세워지고 입맛을 돋우는 각종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축제라는 마법이 끝난 자리에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탄소발자국이 남는다. 건축물과 시설은 공간을 다시 일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철거돼야 하고, 미처 먹지 못한 음식과 일회용품 쓰레기가 쌓여 있다.

블랙핑크가 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콘서트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년 열린 블랙핑크의 서울 피날레 콘서트 2회 공연에서는 약 6,000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다. 이는 75만 그루의 나무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과 맞먹는다. 그리고 배출량의 95.8%(5,701 t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 톤))는 '관객 이동'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콘서트, 축제 전반에서 관객 이동은 다른 모든 요인(에너지, 건축물·무대 설치, 숙박, 식사 등)보다 월등히 많은 전체 배출의 70~90%를 차지한다.

다행히 세계는 21세기 들어 축제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도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개최국과 조직위 차원에서 탄소중립(배출 전량 상쇄)을 목표로 한 대표적 사례이며, 2024년 파리올림픽은 직전 하계 올림픽 평균 대비 탄소 배출량을 54.6%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2024년 7월 26일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행사장과 에펠탑 주위로 화려한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콘서트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시도는 2000년대 초중반 영국에서 시작돼 체계적인 통계와 방법론 구축을 거쳐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후행동에 가장 적극적인 팝 밴드로 알려진 영국의 콜드플레이는 2019년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월드투어를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2022년 보완책을 마련해 투어를 재개하며 홈페이지에 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2022~2023년 투어에서 이전 대비 탄소발자국을 59%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관객 이동 감축을 위해 팬들이 공연장까지 오는 이동 수단별 탄소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투어 앱을 제공하고, 저탄소 이동 수단을 선택한 팬에게는 다양한 리워드를 제공한다.

그 결과 현재 관객의 3분의 1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1인당 이동 탄소발자국이 48%나 줄어들었다. 에너지 부문은 이동식 태양광과 차량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대체할 뿐 아니라 콘서트장에는 자가발전 자전거, 관객이 춤을 추면 그 압력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키네틱 댄스 플로어까지 설치했다. 즐거움과 기후행동이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모습.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국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해 노력해 온 시민단체와 한국축제감독회의 등이 힘을 합쳐 민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축제 거버넌스'를 출범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실천을 약속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공연 및 행사의 탄소발자국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축제 운영자가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축제에 가는 첫 번째 목적이 기후행동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즐거움=고탄소'라는 오래된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탄소 축제가 곧 '힙'하고 세련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내가 마신 음료의 다회용 컵을 반납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축제의 즐거운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축제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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