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몸은 하루 전체에서 만들어져
[서울&]

운동을 시작했는데도 몸이 쉽게 좋아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운동 방법이나 강도를 의심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문제는 운동 시간이 아니라 그 외의 23시간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서울에서의 하루는 생각보다 몸을 많이 사용한다. 다만 그 사용 방식이 회복이 아니라 소모에 가깝다. 출근길부터 이미 몸의 긴장은 시작된다. 지하철 환승 통로를 떠올려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내려다 본 채 빠르게 걷는다. 이때 고개는 약 20~30도 앞으로 기울어지고 목 주변 근육은 머리 무게를 버티기 위해 계속 긴장한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10분 걷는 동안 목과 어깨는 쉬지 못한다.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이동 중 스마트폰 확인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목 긴장이 크게 감소한다. 화면을 볼 때는 팔을 조금 들어 올려 시선 높이에 맞춘다. 환승통로에서는 속도를 10%만 줄여도 보행 리듬이 안정된다. 몸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균형 있게 반복되는 움직임에 더 안정적으로 반응한다. 출근하면 시작되는 업무 시간이 허리를 진짜 망가뜨리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이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앉아 있는 시간’보다 앉은 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더 큰 문제다. 특히 회의나 집중 업무가 시작되면 골반은 조금씩 뒤로 말리고, 등은 둥글어지며, 목은 화면 쪽으로 이동한다. 이 자세는 근육 대신 관절과 뼈로만 몸을 버티게 한다. 다음과 같이 하길 권유한다. 50분마다 일어나 자세를 한 번 리셋한다. 제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고 허리 돌리기와 같이 단순한 움직임도 괜찮다. 전화 통화는 억지로라도 나가서 걸어다니며 받는다. 물을 일부러 멀리 두어 하루 몇 번은 일어나게 만든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자세를 끊어주는 순간이다. 점심 이후에는 피로가 갑자기 찾아온다. 식사 뒤 바로 앉으면 호흡이 얕아지고 몸의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든다. 오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한 식곤증이 아니라 몸이 장시간 ‘정지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해보길 권장한다. 식사 뒤 5~10분 정도 천천히 걷는다. 계단을 한 층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속도를 올리지 말고 호흡을 크게 유지한다. 이 짧은 움직임이 오후 피로도를 크게 낮춘다. 설레는 퇴근길인데 무릎이 먼저 피로해진다. 퇴근길 계단에서 무릎이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체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온종일 사용하지 않던 엉덩이 근육 대신 무릎이 일을 대신 하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계단을 오를 때 상체를 과하게 숙이며 땅을 보는 게 아니라 고개를 들어 앞에 먼저 올라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도록 한다. 또 한칸 한칸 오르내릴 때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의 쓰임을 느끼도록 한다. 난간을 잡는 것은 부담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계단은 운동이 아니라 몸의 사용 습관을 확인하는 공간임을 인지해보자. 회식한 다음날은 운동을 쉬어야 한다. 늦은 식사와 음주 다음날 강한 운동으로 ‘리셋’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 몸은 회복 단계에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해보길 권한다. 강도 높은 운동 대신 20~30분 가볍게 걷고, 스트레칭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활동을 선택하고, 수면을 통한 회복을 우선적으로 한다. 회복이 끝나기 전에 자극을 더하면 몸은 오히려 피로를 더욱 오랫동안 기억한다. 몸은 하루 전체로 만들어진다. 덜 아픈 사람들은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 속에 다음과 같은 작은 선택들을 조정한다. △이동 중 고개 각도 △앉아 있는 방식 △계단을 오르는 속도와 방식 △피로한 날의 운동 강도.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몸의 소모를 줄이고 회복의 여지를 만든다. 운동은 몸을 바꾸는 도구지만 몸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일상의 방식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몸은 헬스장이 아니라 하루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다. 다음 회차에서는 현대인의 몸을 가장 크게 바꾸는 습관인 ‘스마트폰 사용’이 자세와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 한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leo980715@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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