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X파일] "인간이길 포기…"판사도 개탄, 법적 최고형량 가중판결‥성폭행 범죄 어땠길래

김양원 2026. 3.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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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3:40~13: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03월 12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문지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양형이란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범죄를 유형별로 나누고, 그에 맞는 적정 형량의 범위를 정하곤 합니다. 이를 양형기준이라고 하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다기 보다, 권고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사건은 이 양형기준 범위 안에서 선고되죠. 그렇다고 모든 사건이 다 그렇진 않습니다. 특히 법원이 양형기준의 상한을 특별조정해 올리는 경우,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죠.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의 양형기준 상한은 징역 13년이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상한을 특별조정해 15년을 선고했죠. 형이 지나치다며 항소한 피고인 항소심 결관 어땠을까요.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재판부는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다 듣고 나면, 과연 우리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건은, 인천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졌습니다. 여성은 애원했지만, 그 간절한 외침은, 끝내 통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눈을 가린 채 범행을 이어갔죠.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는 이 사건의 전말과 함께, 양형기준의 상한까지 넘어선 판결, 재판부를 움직인,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문지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문지은 : 안녕하세요. 로엘의 문지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인천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던 사건인데요. 피해자가 만삭의 임산부였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설명해주시죠.

◆ 문지은 : 네, 2012년 8월 12일 오후 2시 30분경 인천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당시 피해자는 임신 8개월의 만삭 임산부였고, 생후 34개월 된 아들과 함께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가해자 최모씨는 잠겨있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안방까지 침입했습니다. 피해자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뜨자, 최씨는 수건으로 피해자의 눈을 가리고 "가만히 있어라, 옆에 자고 있는 아이가 깰 수 있으니 소리 지르지 마"라고 협박하며 피해자를 성폭행했습니다.

◇ 이원화 : 임신 중이고 옆에 3살 자녀가 낮잠을 자던 상황이라 제발 멈춰달라 애원을 했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가해자가 오히려 그 상황을 역이용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더 악질적인 것 아닙니까?

◆ 문지은 : 맞습니다. 피해자는 "임신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옆에서 자고 있는 3살 아이를 언급하며 마치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고, 피해자는 아이를 깨우거나 해칠까 두려워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뱃 속의 아이와 곁에서 잠든 아이, 두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범행을 당해야 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아이 문제로 저항을 제대로 못한 상황이었는데 재판에서, 죄질평가나 비난가능성을 따질 때, 이 부분이 어떻게 고려될까요?

◆ 문지은 : 성폭력처벌법 양형기준에서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임신 8개월의 임산부였을 뿐 아니라, 어린 자녀가 옆에 있다는 상황을 오히려 악용해 피해자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건, 가해자가 도망간 지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아 피해자의 남편이 집에 도착했다는 점입니다. 남편은 집 안에서 울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고, 범인과 마주칠 뻔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 이원화 : 남편 입장에선, 집에 왔는데 아내가 울고 있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란 말까지 들었으니, 속이 말이 아니었겠다 싶은데 실제 남편이 그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죠?

◆ 문지은 : 네, 사건 발생 나흘 뒤인 8월 16일 남편은 인터넷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자는 아들 때문에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했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 된다"라며 "지켜주지 못한 제가 큰 죄인이다.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배 속의 아이와 큰아이의 생명을 살렸다. 끝까지 제 아내를 사랑할 것을 맹세한다"고 적었습니다.

◇ 이원화 : 범인은 잡혔나요? 수사과정도 간단히 짚어주시죠.

◆ 문지은 : 범행 다음 날인 8월 13일, 최씨는 자신의 집에서 태연하게 잠을 자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피해자 집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이웃이었습니다. 동네를 배회하다 문이 열린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그의 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잡고 보니 이 사람, 초범이 아니었습니다.

◇ 이원화 : 초범이 아니었다, 그럼 동종 범죄에 대한 전과가 있었던 겁니까?

◆ 문지은 : 네, 전과 6범이었고 그 중 성폭력 전과만 3차례였습니다. 2005년에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 부녀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행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09년 1월에 베트남 국적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또한 2007년과 2010년에도 각각 다른 여성을 강간 또는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피해자들의 고소 취하로 법적 처벌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문제는 2012년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자발찌 제도가 2008년 9월부터 시행됐는데, 최씨는 그 이전에 형이 확정돼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 이원화 : 비슷한, 성폭력 전과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건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성범죄 형량이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 집행유예가 너무 잦은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인데요. 변호사님, 실제 성범죄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체감상 적지 않은데,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건지, 짚어주시죠.

◆ 문지은 : 이 부분이 국민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지점입니다. 법정형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은 7년 이상입니다. 그런데 실제 재판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이 적용됩니다. 일반강간의 경우 감경 영역에 해당하면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 사이로 권고되는데, 여기에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점, 반성하는 태도, 부양가족 유무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성범죄의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목격자가 없는 내밀한 공간에서 발생하고, 물리적 폭행 흔적이나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와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법정형 자체를 더 올려야 한단 주장도 나오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문지은 : 법정형 상향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강간 상해 또는 치상 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처럼, 성인 대상 범죄에 대해서도 법정형 자체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법정형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양형기준의 감경 사유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에 따라, '진지한 반성'이나 '초범' 등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더욱 촘촘하게 개정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 이원화 : 아무튼,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보면, 제가 오프닝에서도 강조했습니다만, 이 사건은, 1심에서 양형기준 상한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습니다. 변호사님, 양형기준 특별조정이란 게 뭐고, 어떤 요건, 논리로 가능한건지, 핵심만 설명해주시죠.

◆ 문지은 : 양형기준은 범죄유형별로 3단계 권고영역, 즉 감경영역, 기본영역, 가중영역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특별조정'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성범죄 양형기준상 주거침입강간은 기본영역이 징역 5년에서 8년, 가중영역이 징역 6년에서 9년입니다. 그런데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인정되면 상한인 9년의 1/2인 4년 6개월을 더해 최대 징역 13년 6개월까지 권고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1심이 상한을 넘긴, 가중 사유는 크게 뭐였나요?

◆ 문지은 : 1심 재판부는 징역 13년 6개월의 상한을 특별조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가중 사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라는 특별가중인자입니다. 임신 8개월의 임산부였고, 옆에 어린 자녀가 있다는 상황을 악용했습니다. 둘째, 성폭력범죄의 습벽이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2005년 비슷한 전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있으면서도 2009년에 베트남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셋째, 재판부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양식마저 스스로 포기한 행위이자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행위"라며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평생 회복 불가능한 고통과 충격을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 겁니다.

◇ 이원화 : 보통 항소를 하면, 감형을 기대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은 이미 1심에서 상한을 넘겼음에도, 항소심에서 형량이 더 올라갔거든요.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이 가볍다고 본 논리, 결정타가 뭐였는지도 짚어주시죠.

◆ 문지은 : 항소심은 2013년 2월 7일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결정타는 재범의 위험성이었습니다. 2005년 집행유예를 받고도 그 기간 중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여러 차례 성범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습벽이 명확하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1심 형량으로는 사회 방위와 재범 방지라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죠.

◇ 이원화 : 가해자의 형량과는 별개로, 남편이 SNS에 올린 호소글을 보면, 경찰의 초동대응, 2차 피해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었거든요. 만약 변호사님이 이 가족의 대리인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하셨을 것 같아요.

◆ 문지은 : 남편이 SNS에 올린 호소글을 보면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외상 흔적이 없다고 판단해 119구급차를 돌려보냈고, 집 앞에 주차된 경찰차 안에서 아내에게 1시간 정도 진술하게 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대리인이었다면, 먼저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에 집중했을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신체적 외상이 없더라도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특히 만삭 임산부의 경우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경찰차가 아닌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서, 여성 경찰관이나 전문 상담사가 동석한 가운데 진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했을 것입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나 성폭력상담소와 즉시 연계해 의료적·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을 것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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