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문장으로 그려낸 퀴어 유토피아…'치나 아이언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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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퀴어 유토피아, 현대 라틴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경지. 생명의 색채와 움직임, 사랑과 섹스, 영원한 자유에 대한 꿈을 기리는 작품."
2020년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 '치나 아이언의 모험'에 대해 이런 찬사를 보냈다.
또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가우초 문학이자 국민 대서사시인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를 페미니스트와 퀴어의 관점에서 전복하는 스핀오프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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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나 아이언의 모험 [움직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2/yonhap/20260312105627812zcjr.jpg)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눈부신 퀴어 유토피아, 현대 라틴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경지. 생명의 색채와 움직임, 사랑과 섹스, 영원한 자유에 대한 꿈을 기리는 작품."
2020년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 '치나 아이언의 모험'에 대해 이런 찬사를 보냈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아르헨티나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환경운동가인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그를 세계 문학의 거장 반열에 오르게 만든 대표작 '치나 아이언의 모험'(움직씨)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소설은 가난한 시골 마을의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하며 시작된다.
고아인 주인공 치나 아이언은 자기만의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여자 가우초'(남미의 카우보이) 또는 소녀, 여성, 아내, 하녀를 뜻하는 '치나'(china)라는 일반 명사로 불린다.
그런 치나는 남편의 성인 '피에로'를 거부하고 이를 영어로 옮긴 '아이언'을 자신의 성으로 삼는다.
또 폭력적인 남편 피에로가 군대에 징집되자, 치나는 반려견 에스트레야, 스코틀랜드 여성 엘리자베스, 로사리오라는 가오초와 함께 자유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긴 여정 속에서 치나는 차츰 변해간다.
새 언어와 지식을 배우고,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며,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발견한다.
"괄호 같은 시간 속, 그 영국 남자 없는 마차 안에서 우리 넷이 영원히 살고 싶었어. 난 리즈(엘리자베스의 애칭)가 남편 없이 지내길 바랐지. 원했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원했어. 리즈가 나를 사랑하기를, 나 없인 살 수 없기를, 나를 꼭 안아 주기를, 리즈의 베개 옆에 있는 것이 내 베기이기를 원했어."
두 여성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하고, 작품은 전통적 가부장 질서를 넘어서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페미니즘과 퀴어, 생태주의,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 이런 모든 요소가 내러티브에 조화롭게 담긴 소설이다. 시적인 문장으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며, 신비로움이 가득한 서사시처럼 읽힌다.
또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가우초 문학이자 국민 대서사시인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를 페미니스트와 퀴어의 관점에서 전복하는 스핀오프 소설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국가 건설자인 유럽계 백인 남성의 시선에서 기록돼왔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는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가우초들의 애환을 다뤘다.
하지만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마르틴 피에로를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인 남편으로 재정의하며, 행방불명된 것으로 그려졌던 피에로의 아내가, 실은 매혹적인 외국 여성과 함께 사랑과 해방을 위한 모험을 떠났다는 대담한 상상을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원주민과 여성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워버린 편향되고 그릇된 국가 건설 신화를 성찰하도록 만든다.
조혜진 옮김. 312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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