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에 정치가 있다

서울앤 2026. 3. 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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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font color=#006699>이광수의 진보를 위한 투자</font> 유통·공급 구조 점검해 물가 충격 최소화해야</font>

[서울&]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지난 8일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휘발류 가격 논란에정유업계에 경고장담합 폭리 방치하면고스란히 국민 피해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불안까지 겹치며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영향은 곧바로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도 빠르게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유업계의 담합이나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고 규정했다. 불법적인 가격 인상이 확인되면 합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 과정까지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이 아니다. 물류비와 교통비를 거쳐 식자재 가격으로 이어지고, 결국 장바구니 물가 전체에 영향을 준다. 휘발유 가격이 며칠 사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과 자영업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배달 노동자, 택배 기사, 화물 기사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주유소 가격을 확인한다. 기름값이 몇백원만 올라가도 하루 수익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름값 상승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물류비가 오르면 식품 가격이 오른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빵 가격이 오른다. 외식 물가가 상승한다. 결국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 전체가 증가한다. 정부의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만약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 국제 유가 상승은 그대로 소비자가격에 전달된다. 기름값 상승은 곧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류비 상승은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담은 결국 가계로 돌아온다. 그러나 정책이 작동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유류세를 조정해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담합이나 폭리를 단속할 수도 있다. 유통과 공급 구조를 점검해 불필요한 가격 인상을 막을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가격 안정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국제 유가 자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충격이 국민에게 얼마나 크게 전달될지는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에너지 가격은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결국 유가는 경제 문제이면서 동시에 민생을 좌우하는 정치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정치를 권력 싸움으로만 생각한다. 선거 전략, 정당 갈등, 정치적 계산같은 이야기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훨씬 더 현실적인 곳에 있다. 정치는 세금을 정한다. 정치는 물가에 영향을 준다. 정치는 생활비를 좌우한다. 정치는 임금을 결정한다. 기름값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국제 유가는 한국이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충격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정치의 영역이다. 가격 상승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충격을 완화할 것인가. 담합과 폭리를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것인가. 이 선택이 바로 정치다. 이번 휘발유 가격 논란에서 대통령이 정유업계를 향해 강하게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기업이 시장 상황을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시장 행위가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문제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정치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는 주유소 가격표에 있다. 정치는 장바구니 물가에 있다. 정치는 빵 한 개 가격에도 있다. 많은 사람이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한다. 정치 뉴스는 피곤하고 갈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눈을 돌린다고 해서 정치의 영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정책은 쉽게 왜곡된다. 특정 이해관계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 결과는 다시 국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정치는 선택의 과정이다. 누구의 부담을 줄일 것인가. 누구의 이익을 규제할 것인가. 어떤 정책을 우선할 것인가. 이런 선택이 반복되며 사회의 방향이 결정된다. 유가 상승이라는 한 가지 사례만 보아도 정치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국제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국민에게 어떤 충격으로 전달될지는 정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정치의 의미가 드러난다. 결국 정치는 경제이고 삶의 문제다. 정치를 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정치가 그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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