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하려고 심었는데 생태계 훼손?...'나무 심기'의 3가지 원칙

이지연 기자 2026. 3. 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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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을 위해 산림의 탄소 흡수원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확대를 위해 '나무심기'를 권장하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나무를 심으면 오히려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느 곳에 무슨 나무를 얼마나 심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제한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감축 노력이나 자연적인 탄소 흡수만으로는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과학적 중론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탄소를 포집해 영구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제거'지만 탄소를 붙잡아 대기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곳에 가둬두는 방식을 뜻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탄소제거기술로는 산림이 아닌 지역에 나무를 심거나 훼손된 지역에 숲을 조성하는 방법이 있다. 조림·재조림 밖에도 토양 탄소 격리,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저장(BECCS) 등이 대표적인 탄소 제거 방식으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산림과 토지 이용을 활용한 탄소 흡수·제거가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을 강조해 왔다. 산림 훼손을 줄이고 산림 보전을 확대하는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 사업(REDD+) 등이 이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조림이나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처럼 토지를 활용한 탄소 제거 정책이 추진되는 '지역'에 따라 생물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 없애려고 나무 심으려는 땅, 생물다양성 지역과 최대 13% 겹쳐

지난 1월 30일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는 앞으로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재배할 토지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과 얼마나 겹칠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기후 대응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는 5개의 통합평가모델(IAM)을 활용해 기후 대응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약 13만5000종의 육상 생물과 170개 이상의 생물다양성 핫스팟 데이터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의 최대 13%가 조림이나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 등 탄소 제거(CDR)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약 9%, 현재 정책 수준에서는 6% 이하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 대응 목표가 강해질수록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해지면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과 더 많이 겹칠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이다. 이 경우 토지 이용이 바뀌면서 기존 생태계와 종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

연구에 사용된 각 통합평가모델은 앞으로 탄소 제거(CDR)가 가장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계산했다. 토지 생산성, 기후 조건, 비용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열대·아열대 지역 등 개발도상국 지역이 많이 선택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들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탄소 제거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무를 심는 등 탄소 제거 기술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어떤 지역에,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나무 심기, 모든 곳에 좋은 것은 아냐"

연구진은 토지 기반 탄소 제거(CDR)가 반드시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탄소 제거가 기온 상승을 완화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일부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을 보호할 경우 탄소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토지가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림이나 바이오에너지 재배 토지 확보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사바나나 초원처럼 원래 숲이 아닌 생태계에 나무를 심으면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역은 자연적으로 나무가 적은 생태계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하면 기존 생물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숲이 훼손된 지역에서는 재조림이나 산림 복원이 탄소 흡수와 생물다양성 보전에 동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생태계 훼손 위험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탄소 저장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함께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 흡수 확대 위한 조림 정책...우리나라는?

각국 정부는 탄소 흡수 확대를 위해 각종 조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토지 이용·산림(LULUCF) 규정을 통해 2030년까지 3억1천만 톤 이산화탄소 흡수 목표를 설정했으며, 자연복원법과 생물다양성 전략 등을 통해 훼손된 생태계 복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하며 산림을 포함한 탄소흡수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030 NDC 기준으로는 약 3200만 톤의 탄소를 산림 부문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산림청은 올해 '범국민 나무심기' 계획을 통해 전국 약 1만8000ha에 3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이는 서울 남산 면적의 약 60배 규모로, 나무가 자라면 연간 약 13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조림 사업을 추진할 때 탄소 흡수 확대와 함께 생물다양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무 심기 정책은 탄소 흡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림 자원 조성과 생태 기능을 함께 고려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여건에 맞는 수종을 선택하는 '적지적소' 원칙에 따라 조림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활엽수 비중을 늘리고 다양한 수종을 활용해 생물다양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나무 심기 방식은 지역 환경과 훼손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