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자살절벽·만세절벽..혐오스런 명칭 바꾼다[함영훈의 멋·맛·쉼]
일왕·일본제국주의 만세절벽은 절경지대
명칭을 바꾸는데 늑장부릴때 외면당할수도
차모로민족 자주성 회복,발전동력에도 도움



[헤럴드경제(사이판)=함영훈 기자] “사이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기 저 우리 성산일출봉 보이시죠. 포비든비치에도 작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로타, 티니안과 함께 북마리아나제도를 이끌고 있는 미국령 사이판은 해양, 해안, 산악 레저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여행지이다.
아울러 유소년 영어교육 자연체험학습 , 세대를 초월한 별 관측 여행,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편안하게 맞기 위한 태교여행, 한국의 여러 스포츠종목 국가대표들의 전지훈련지 등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여기에 더해 사이판에서 러닝, 골프 등 스포츠와 여행을 결합한 ‘스포츠케이션’의 목적지로 부각되고 있다. 사이판, 티니안, 로타를 관할하는 마리아나관광청은 최근 새로운 여행브랜드 ‘Far From Ordinary’(일상을 벗어난 경험)를 발표하면서 스포츠케이션(Sports+Vacation)을 핵심 여행모토로 소개한 바 있다.
우리에게 한동한 ‘남양군도’ 중 하나로 불리던 북마리아나제도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우정을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한국인 빠른 코로나 확산을 보이며 힘겨워할때 주지사가 한국을 방문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한국과의 파트너쉽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고, 한국이 가장 모범적인 극복과정을 보이자 한국산 방역, 검진 제품을 대거 도입해 북마리아나제도의 보건시스템을 한국형으로 정비하기도 했다.
마침내 모두가 국제관광을 두려워할때 양측의 신뢰를 기반으로 ‘트래블버블(상호방문 여행안전협정)’을 맺고 왕래하기도 했다.
한국은 북마리아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다시 하늘길이 열리자 마치 경기도 사이판 시(市)를 방문하는 느낌으로 대거 북마리아나제도를 찾아, 내 집 처럼 놀았다.


더욱이, 남양군도에 징용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한국인들이 차모로인의 믿음직한 사위가 되어 낳은 후손들이 적지 않았던 점도 한국민의 사랑을 키웠다. 김, 신, 강씨 등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후손들은 한류의 세계화에 발맞춰 방탄소년단(BTS)의 팬(ARMY)이 되기도 했다.
똑똑한 한국의 후손들은 본토로 대거 유학가 정착했고, 지금은 전체 인구의 5~10% 가량이 북마리아나제도에 남아있다. 참고로 일제 전범들이 한국인, 유구(오키나와)인 등을 강제 징발했던 남양군도는 괌, 미크로네시아, 사이판, 티니안 등을 말한다.
한국인에게 슬픈 역사를 가진 곳이지만, 사이판에 놀러가면 한국인의 기분을 상하게하는 혐오스런 스폿이 있다. ‘다크 투어리즘’도 좋은 여행인데, 기분이 언짢은 이유는 바로 관광지 이름때문이다.
바로 ‘(일본군) 자살절벽’과 ‘(천왕폐하 또는 일본제국주의, 대일본제국) 만세절벽’이다. 자살절벽은 사이판 북쪽 산이고, 만세절벽은 북서부 해안절벽이다.
이 이름은 미국이 일본을 응징해 내 쫓은 뒤 1940년대에는 없었지만, 불과 10년도 안되어 한국전쟁(1950~1953) 특수로 갑자기 떼돈을 번 일본이 동남아·남양군도일대를 경제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재진입했을때 붙여졌다. 전쟁범죄국이 과거의 영광이라 여기고, 이를 추억하며 붙인 것이다.

미국으로선 일본으로부터 “다시는 까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이후, 자국 보호령에 대한 일본의 투자이니, 본토 예산을 덜 써도 되는 일이라 ‘나쁘지 않다’고 여기고, 상당한 재량권을 일본 국가자본가에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관광지 이름에 ‘자살’이라는 표현이라거나, 남의 나라 천왕폐하만세를 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사이판 현지에서 이 혐오스런 이름에 대한 개명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사이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시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 50, 중국 20, 일본 15, 동남아 15%쯤 된다.
이 혐오스런 이름을 고치지 않는 한, 일제 전범들의 살육을 경험한 한국, 중국인, 필리핀 관광객들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전면적으로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한국, 중국, 필리핀 교민과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관광객들 조차도 생각이 있고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자살’이라거나, ‘전쟁범죄 옹호’를 뜻하는 이 이름을 좋아할까.
특히 남양군도(사이판, 티니안, 로타, 괌, 미크로네시아)에 사는 차모로인은 사이판 주민을 비롯해 수십만명이 일제에 의해 학살당했다.
차모로인들이 착해서 이런 이름을 가만히 두었지, 그들도 자기 민족다운 이름, 관광지의 매력이 제대로 빛나는 이름을 갈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차모로식 전통 이름이 있을 것이다.

자살절벽은 제주 성산일출봉을 닮았다. 그간 이 혐오스런 이름때문에 많은 한국인 가이드들은 본국 손님이 찾아오면 “저기 저 성산일출봉 보이시죠”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현지에선 ‘선라이즈 클리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천왕폐하 또는 일본제국주의) 만세 절벽’은 별빛투어의 한 스폿이면서, 사이판의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는 곳이며, 오키나와의 만좌모를 닮았으나, 이보다 더 멋진 해안절경 지대이다. 참고로 오키나와(고려가 처음으로 독립국의 법제와 시스템을 갖춰준 유구국, 이후 조선, 청, 미국, 일본이 번갈아 영향을 미침)인들도 징용을 당해 한국민과 같은 최하층민 취급을 당했다.
(천왕폐하 또는 대일본제국) 만세절벽의 개명 후보로는 별빛언덕, 선셋 리지 등이 거론된다. 흉물스런 일본 장교들의 무덤이 즐비한데, 이를 이장한뒤 새로운 해안 테마파크로 개발하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들린다.
자살절벽, 천왕폐하만세절벽의 개명 추진 움직임은 뒤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개명을 지연하거나 뭉그적거리면, 언젠가 한국, 중국, 필리핀과 일제에 의해 피해를 본 모든 국가의 관광객이 점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차모로인 스스로 자주적 마인드를 일깨우고, 이 자주적 마인드를 또 하나의 발전 동력으로 승화시키는데에도, 옛 침략자, 살육자를 옹호하는 이름 지우기는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주로 사이판을 가는데, 티니안, 로타 등 주요 섬 간 이동은 스타 마리아나스(Star Marianas Air) 및 맥스 (MACS: Micronesian Air Connection Services)로 이동 가능하다.
‘푸른 파라다이스’ 티니안은 일제를 응징한 원폭이 출발한 곳으로 한국인 후손들이 가장 많은 곳이고, ‘세계 최고 다이빙 성지’ 로타는 낭만적일 정취 속에 일제를 쫓아낸 미군들이 휴양하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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