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명작은 더 가까이, 서화실은 더 친절하게"

2026. 3. 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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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익숙한 이름의 작품부터 놓치기 쉬운 감상 포인트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공간을 다시 꾸몄는데요.

재개관한 서화실에서는 겸재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을 비롯해 보물 10건을 포함한 70건의 작품이 관람객과 만납니다.

서화실 개편은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만나는 반가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글씨와 그림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장치도 눈에 띄고요.

무엇보다 이번 서화실은 '무엇을 봐야 하지?' 하고 망설이던 관람객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다가갑니다.

서예가 낯선 분도, 정선의 이름만 익숙한 분도 한결 편하게 전시를 만날 수 있게 한 셈입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에 담긴 변화와 감상 포인트를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들어봤습니다.

■ 이번에 새로 달라진 서화실, 아트홀릭 독자들께 가장 먼저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정선, 북원수회첩

이번에 새단장한 서화실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람과 그림이 항상 전시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박물관에 가면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도 3~4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하고 명작들을 전시하였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채 조용히 작품이 내려갔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부터는 꼭 봐야 할 그림을 선정해 ‘이 계절의 명화’라는 말로 주요 작품을 관람객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매 교체 시즌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화가에 대한 작은 주제전시를 열어, 관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으고 박물관을 여러 번 찾을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 서화실 입구에 들어서면 ‘세한도’의 붓질을 확대한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요. 입구에 ‘세한도’ 붓질을 크게 보여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글씨와 그림은 같다고 여겼습니다. 그림과 글씨 모두 지필묵을 기본 재료로 쓰고, 붓과 먹을 쓰는 방법에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간 박물관에서 서화실이라는 이름을 써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씨와 그림은 늘 함께 발전해 왔고, 일찍부터 우리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림과 글씨를 하나로 보았을 때, 이를 가장 잘 구현했던 서화가는 단연 추사 김정희입니다. 그의 그림은 매우 작지만, 그 안에 담긴 글씨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납니다.

그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메마른 진한 먹으로 거칠게 그은 선들이 마치 글씨 쓰는 움직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의 한 부분을 확대해, 그림과 글씨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현대미술처럼 보여 시선을 끄는 것 같고요.

■ 서예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서화 1실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서화실 전경

글씨의 내용이나 서체 같은 정보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고, 글씨 자체의 아름다움과 그 글씨를 쓰는 사람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며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추사 김정희의 ‘잔서완석루’를 보시면 글씨가 지닌 조형적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가늘고 두툼한 필선의 차이, 글자 윗줄은 잘 맞추었지만 아랫줄은 마치 줄에 매단 듯 높낮이가 다른 글자들이 추사 글씨 특유의 느낌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글씨를 쓸 때 추사는 어떤 속도로 썼을지, 어떤 호흡으로 썼을지 상상해가며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쓴이의 마음, 곧 그 사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글씨의 매력입니다.

■ 서화실에는 보는 그림을 넘어, 실제 공간에서 쓰였던 그림도 함께 소개돼 있는데요. ‘그림이 이런 역할도 했구나’ 하고 느끼게 될 작품을 꼽아주신다면요?

작가미상, 일월오봉도

전시장에 있는 2미터가 넘는 ‘일월오봉도’가 눈길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월오봉도는 군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주로 어좌를 장식하는 역할을 했는데요.

이 그림은 어디에 걸렸는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다가, 박물관 학예사가 왕실에서의 흔적을 찾아 각종 의궤를 뒤진 끝에 1834년에 제작된 ‘창경궁영건도감의궤’에서 기록을 찾아냈습니다. 임금이 일상적 업무 공간으로 사용한 편전인 함인정(涵仁亭)에 ‘한 칸 거리의 오봉장지 한 쌍’을 제작했다는 내용이었고, 이를 통해 원래 위치와 역할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이름은 익숙하지만 막상 보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고민될 수 있는데요. 아트홀릭 독자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짚어주신다면요?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정선의 금강산 여행 순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요. 통상 피금정에서 단발령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금강산을 보고 동해안을 따라 명승을 보는 루트입니다.

‘신묘년풍악도첩’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 마치 겸재와 함께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살펴보면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선은 풍광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 속에 작은 인간들을 표현했는데요. 그 디테일한 모습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풍악도첩’을 보고 ‘박연폭포’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데요. 그 변화가 가장 잘 느껴지는 차이를 꼽아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정선, 박연폭포

‘풍악도첩’은 정선의 초기 작품이라 아직 붓놀림이 다소 뻣뻣하고, 마치 지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반면 ‘박연폭포’는 완전히 형태의 구속에서 벗어나 그만의 진경을 창출해낸 작품입니다.

박연폭포의 실제 사진과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과장해서 그렸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폭포의 느낌이 더 잘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를 함께 보고 나면, 관람객들이 정선을 어떤 화가로 기억하길 바라셨나요?

조영석, 설중방우도

‘설중방우도’는 중국의 옛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인물은 영락없는 조선 사람입니다. 중국 그림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이제 우리식의 그림을 그리는 자의식을 화가들이 갖게 되는데, 풍속화의 조영석과 산수화의 정선이 대표적입니다.

조영석은 정선의 친구이면서 동시에 신랄한 비평을 가했던 비평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겸재 예술의 위대함을 가장 잘 알았던 화가이기도 하지요. 18세기 우리 문화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두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개편된 서화실을 보고 나서 아트홀릭 독자 마음에 남았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요? 더불어 마지막으로 건네고 싶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이명기, 김홍도 서직수 초상

이번 서화실은 서예, 수묵담채, 채색으로 이어지는 전시품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색채도 하얀 종이에 먹이 번지듯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또 그림을 촉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과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우리 그림을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 글씨와 그림에 담긴 마음'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

- 개관일: 2026년 2월 26일(목)

-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일요일: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수, 토요일: 10:00 ~ 21:00 (입장 마감: 20:30)

2026년 3월 16일(월)부터 관람시간이 아래와 같이 변경될 예정

월, 화, 목, 금, 일요일: 9:30 ~ 17:30 (입장 마감: 17:00)

수, 토요일: 9:30 ~ 21:00 (입장 마감: 20:30)

- 관람료: 무료

정승조 아나운서는 CJB청주방송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의 가치를 전하는 방송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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