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당국 "디폴트옵션·수수료 등 집중 점검"
디폴트옵션, 낮은 수익률, 수수료 문제 등 집중 점검
"금융사 퇴직연금 모집 경쟁, 시장질서 교란도 점검"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수급권 보호를 위해 사업자의 부당업무 관행, 운용 기준 및 실태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
특히 디폴트옵션 개시 시점 불이행과 중도인출 기준 위반, 이해상충방지 투자규제 위반, 수수료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고용부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6 퇴직연금 업무설명회'를 개최했다. 퇴직연금사업자, 권역별 협회 관계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퇴직연금 주요 정책 방향과 사업자 감독·검사 방향을 공유했다.
특히 올해는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 도입, 전 사업장 의무화 단계적 추진 등으로 퇴직연금의 양적 팽창과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입자 수급권 보호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사업자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우선 가입자 수급권 보호와 사업자의 선관주의 의무 이행 등 여부를 올해 집중 검사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검사항목은 디폴트옵션의 시행 시기 등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 후 6주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 가운데 이를 조기 시행하거나 개시 시기가 지났음에도 개시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기복 금감원 연금감독실장은 "디폴트옵션은 가입자 수익률과 직결되고 수급권 측면에서도 중요한 만큼 관련 절차가 제대로 준수될 수 있도록 업무 절차, 시스템 등을 점검해 달라"면서 "퇴직급여 관련 법규에서 정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거나 침해하는 업무 관행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의 선관주의 의무 준수 여부도 집중 검토 대상이다. 선관주의는 사업자가 상품을 제시하거나 운용관리 업무를 수행할 때 사업자의 이익이 아닌 고객 이익을 최우선 하도록 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상품 내용을 보다 정교히 들여다보는 한편, 상품 선택의 기회도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검사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계약 모집에 있어 특별이익 제공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도 점검한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로 계약 이전을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교란 행위가 왕왕 발생하고 있어서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 기준 위반, 이해상충 방지 투자 규제 위반, 계약이전 지연 등도 집중점검 대상이다. 앞서 금감원에서 사업자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 실장은 "중도인출은 법령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인출이 가능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도 중도인출을 허용하거나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출해 주는 사례가 지속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투자 한도 규제 등은 퇴직연금 핵심 규제"라며 "자체 점검 등을 통해 내부통제절차 준수 등을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수익률 문제도 지적됐다.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이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 위주 관행에 머물러 있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사업자들이 단순 적립금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합리적 투자전략과 상품 제시 등 질적 경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미청구 적립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인출기 개선방안도 검토·논의할 예정이다. 사용자 친화적인 연금포털 공시 체계 구축과 업무보고서 전면 개편, 퇴직연금 상품 개발 등도 추진한다.

고용부는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급권 보호를 위해 올해 확정급여형(DB형)을 도입한 500개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에게도 적기에 사업장의 재정 검증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남성욱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올해 퇴직연금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기금형 도입 등이 예정돼 있고 이를 통한 양적 팽창이 기대되는 만큼 가입자의 수급권 보장, 수익률 제고가 중요 과제"라며 "고용부는 금감원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문제 되는 부분을) 다수 들춰내고 활발한 검사와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수급권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가입 사업장의 최소 적립금 미납, 부담금 납입 등 체크를 비롯해 연금수령 등을 잘 확인하고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의 적립금 미납을 '임금체불'로 보고 사업자들이 미납 명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제도도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특히 디폴트옵션, DB형 IPS(적립금운용계획서), 적립금 운용위원회, 퇴직연금사업자 수수료 등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한편,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433조원, 지난해의 경우 500조원을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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