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졌다고 ‘안도 랠리’?…다우지수가 보여준 반전의 ‘전쟁 법칙’
미국 참전 전후 다우지수 분석해보니
전쟁 직전 공포에 증시 가장 흔들려
막상 전쟁 터지면 오히려 ‘안도 랠리’
다만 장기전 이어지면 경제부담 가중

전쟁은 금융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시장 데이터를 따라가 보면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순간은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라 전쟁 가능성이 커지는 과정이다. 긴장이 높아지는 동안 시장은 공포를 가격에 반영한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현실이 되는 순간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판단하며 다시 방향을 찾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직접 참전한 주요 전쟁을 기준으로 다우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이 패턴은 상당히 일관되게 나타난다. 한국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은 서로 다른 시대와 경제 환경에서 벌어졌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슷했다. 동시에 전쟁의 결과와 상대 국가가 산유국인지 여부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지는 특징도 확인된다.

미국 참전 약 3개월 전 다우지수는 206이었다.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 달 전에는 222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참전 시점에는 215로 내려왔다. 시장 충격은 참전 직후 나타났다. 한 달 뒤 다우지수는 20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하락은 오래가지 않았다. 참전 약 3개월 뒤 다우지수는 224까지 회복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전후 산업 확장 국면에 있었다. 국방 지출은 GDP 대비 약 5% 수준에서 전쟁 기간 약 14%까지 상승했다. 군수 산업과 제조업 생산이 확대되면서 미국 경제에는 군산복합체라는 새로운 산업 구조가 형성됐다.
베트남전도 초기 금융시장 반응은 비슷했다.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 개입은 1964년 8월 7일 미국 의회가 통킹만 결의를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전쟁은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이 사이공을 점령하면서 종료됐다.
통킹만 결의 당시 다우지수는 약 835 수준이었다. 발발 3개월 전 지수는 823이었다. 한 달 전은 843이었다. 발발 시점에는 835였다. 큰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한 달 뒤에는 865까지 올랐다. 3개월 뒤에는 880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군사비와 복지 지출이 동시에 확대됐다. 미국 재정 적자가 빠르게 늘었다. 결국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단했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 부담은 커졌다.

개전 약 3개월 전 다우지수는 2388이었다. 한 달 전 지수는 2593이었다. 그러나 개전 당일 지수는 2509로 내려왔다. 전쟁 가능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이미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전쟁이 실제로 시작된 이후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한 달 뒤 다우지수는 2913까지 상승했다. 3개월 뒤에는 3004까지 올랐다. 전쟁이 현실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의 일부가 해소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 흐름도 전쟁 불확실성을 잘 보여준다. 걸프전 이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는 배럴당 약 17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3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가는 다시 빠르게 안정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3개월 전 다우지수는 1만253이었다. 한 달 전에는 9606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는 9068까지 내려왔다. 이후 시장은 다시 상승했다. 한 달 뒤에는 9554까지 올랐다. 3개월 뒤에는 1만197까지 회복했다.
마지막 사례는 이라크 전쟁이다. 전쟁은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바그다드를 공습하면서 시작된 ‘이라크 자유 작전’으로 발발했다. 2011년 12월 18일 마지막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서 전쟁은 종료됐다. 발발 3개월 전 다우지수는 8511이었다. 그러나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 달 전에는 7915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이미 전쟁 공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상황은 반대로 움직였다. 다우지수는 발발 당일 8287 수준이었다. 이후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 달 뒤에는 8338까지 올랐다. 3개월 뒤에는 9201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안도 랠리’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았다.

두 번째 법칙은 전쟁이 시작되면 시장이 방향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쟁이 현실이 되는 순간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의 일부가 해소됐다고 판단한다.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난 안도 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 번째 법칙은 장기전은 결국 경제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베트남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전쟁이 길어질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경제 구조가 흔들린다.
이런 역사적 패턴을 고려하면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역시 같은 틀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국가다. 글로벌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에 달하는 때 시장은 유가 상승과 주가 하락으로 반응하지만, 실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장의 방향은 전쟁의 규모와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판다.”
전쟁에서도 이 패턴은 반복된다. 시장은 전쟁 가능성이 커질 때 가장 크게 흔들리고, 전쟁이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발견될 때마다 요동치지만, 전황이 길어지면서 변동성이 낮아지면 전쟁이 끝나지 않더라도 점차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결국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 자체가 아니다.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의 규모와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시장은 공포를 모두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불확실성을 확인해 가며 다음 방향을 찾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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