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 콜레오스 뒤 이을 자격 있을까 [타봤어요]
"콘셉트카인가?"…강렬한 디자인에 시선 집중
SUV급 공간에 세단 같은 안정적 주행감 갖춰
콜레오스보다 500만원 비싸지만…상품성은 충분
[경주=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르노코리아는 한때 국내 시장 철수설까지 거론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의 흥행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재 판매 구조는 사실상 콜레오스 ‘원톱’에 의존하고 있다. 후속 흥행 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반등 역시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지난 4일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울산 울주군의 한 카페까지 약 73km 구간을 필랑트로 달려봤다. 호수를 낀 굽은 길과 산길, 그리고 고속도로를 오가며 콜레오스의 뒤를 이을 만한 모델인지 직접 살펴봤다.
필랑트의 첫인상은 상당히 강렬하다. 도로에서 흔히 보는 양산차라기보다는 모터쇼에서 막 공개된 콘셉트카를 보는 듯한 분위기다. 촘촘하게 들어간 그릴 조명과 입체적인 헤드램프가 단번에 눈길을 끈다. 그랑 콜레오스 역시 세련된 전면부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필랑트는 한층 더 과감하다. 차가 지나가면 ‘저 차는 뭐지?’ 자연스럽게 고개가 따라갈 법하다.

차체 비율은 콜레오스와 확연히 다르다. 필랑트는 전형적인 SUV보다 차고를 낮추고 차체를 길게 뽑은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전장은 콜레오스보다 약 13cm 길고 높이는 더 낮다. 실제로 마주하면 훨씬 늘씬한 인상을 준다. 덩치 큰 스포츠 세단에 가깝다.
실내 분위기도 콜레오스와 다르다. 콜레오스가 가족용 SUV다운 실용적인 공간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필랑트는 럭셔리함과 스포티함을 함께 담았다. 대시보드의 우드 소재와 은은한 조명은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만든다. 알핀 트림에서는 블루 컬러 안전벨트 같은 디테일도 눈에 띈다. 작은 요소지만 운전자의 시선을 계속 붙잡는 포인트다.

지붕에는 통유리 형태의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위쪽 시야가 시원하게 열리면서 실내 공간이 실제보다 훨씬 넓게 느껴진다. 루프를 닫는 커버가 없지만 특수 코팅 덕분에 열기가 실내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주행 감각은 기대 이상이다. SUV에서 흔히 느껴지는 차체 흔들림이나 급제동 시 앞뒤로 쏠리는 현상이 크지 않다. SUV에 세단의 주행 감각을 더한 크로스오버라는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가 노면에 단단히 붙어 달리는 세단 특유의 안정감이 살아난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도 비교적 부드럽게 걸러낸다.

다만 정숙성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통유리 루프 영향인지 머리 위쪽에서 미세한 풍절음이 들린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이 개입하면 소음도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된다.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5.4km/L였다. 에코 모드로 주행하고 회생 제동 강도도 최대로 높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다만 산길과 급커브 구간이 많았고 직선 구간에서는 시속 120km 이상으로 속도를 한껏 높였던 점까지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필랑트의 트림별 가격은 △테크노 4332만원 △아이코닉 4697만원 △에스프리 알핀 4972만원이다. 콜레오스보다 약 500만원 정도 더 높은 가격이다. 차체 크기와 디자인 완성도, 편의 사양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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